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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Nov 21. 2019

100번째 글

처음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는 100개의 글을 연재하는 게 목표였다. 왠지 100개의 글은 올려야 브런치에 연재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일 년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이년 가까이 걸렸다. 그래도 한 주에 글 하나씩 쓰자는 작은 다짐은, 얼마 전 출간 직후 딱 한 주만 빼고는 지킬 수 있었다.


끈기도 없고 인내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지 않았나 싶다. 물론 거의 하루에 한편씩 글을 쓰시는 대단한 브런치 작가분들도 계시기는 하지만, 한 번 글을 쓸 때마다 적어도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렸던 나에게 그건 능력 밖의 일이었다.  


얼마 전 책으로 나온 위클리 매거진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주제나 정해진 이야기 없이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이곳은 늘 따뜻한 공간이었다. 다른 좋은 브런치 작가님 분들과도 글로 교류할 수 있었고, 주기적으로 글을 읽어주시고 종종 나를 눈물 나게 하는 감동적인 댓글들도 남겨주시는 독자분들도 만날 수 있었다.


내 글은 솔직히 여전히 처음과 같은 미숙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이 쓴 많은 좋은 글들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분들의 글을 보면서 내 글은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질 때도 많았고, 종종 내 이야기인 것처럼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또 혼자 행복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이야기의 힘이, 글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종종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있을까?’ ‘내 글을 누가 읽을까’ 싶은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100번의 글을 브런치에 쓰고 나서 깨닫게 된 한 가지 사실은 있다. 혼자 글을 쓰면서 배운 것보다는, 내가 쓴 글에 대한 이런저런 반응과 (무반응도 반응이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배운 게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글을 쓰고는 조회 수를 확인하고는 했다. 어쩌다 메인이라도 노출되어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많거나 하는 날에는 뛸 듯이 기쁘기도 했고 조회 수가 거의 없을 때는 좌절하기도 했지만...그것도 한때였다.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행복했던 순간들은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남겨주시는 뭉클한 댓글을 열어봤을 때였다. 삶에서 행복한 순간들도 이와 같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무언가를 달성한 기억에는 꼭 따뜻함과 행복이 깃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기쁨을 그리고 슬픔을 함께 했던 추억은 늘 행복을 상기시켰다.


앞으로도 브런치를 통해 더 많은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모든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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