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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Dec 02. 2019

언니는 착한 글이 싫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 친한 언니는 말했다.


"투명하고 순수한 글에는 점점 더 손이 가지 않아. 아마 내 마음이 그렇지 못해서 일수도 있을 거야."


언니 말을 듣고 생각을 해보았다. 투명하고 순수한 글. 주변을 비난하는 글이 아닌 자기 자신을 먼저 들여다보는 글. 투명하고 깨끗해서 가끔 조금 심심하기도 한 글. 마음의 소동을 잠시 잠재우고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들여다볼 때만 온전히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그런 글.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글의 대표적인 국내 작가가 두 분 계신다고 생각한다. 에세이 분야로는 고 장영희 선생님, 시로는 이해인 수녀님. 나는 장영희 선생님의 수필집을 울지 않고 읽은 적이 없다. 눈물샘을 일부러 자극하는 이야기들은 없지만, 그분의 유리 같은 투명한 영혼을 글에서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곤 한다.


그렇게 고 장영희 선생님의 글과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만나고 나면, 마음에 나도 알지 못했던 선한 힘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브런치의 글들만 봐도 필력이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고, 꼭 책이나 신문이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서 그 어느 때보다 글을 많이 쓰고 읽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투명하고 순수한 글, 읽는 사람에게 자신을 비춰주는 깨끗한 거울이 되어주는 그런 글은 점점 만나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불안과 두려움이 지배하는 마음에 그런 글을 일부러 찾아볼 여유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믿어본다.


선한 글의 힘을. 선한 마음의 힘을.


Image parBruno Glätsch de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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