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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Feb 05. 2018

마음의 면역력  

약해진 마음의 면역력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이번 겨울에는 아직 감기 한 번도 안 걸렸어


역시 지나친 자신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몇 년 전에 파리 살면서 소매치기 한 번도 안 당했다는 이야기를 한 후 몇 달 후 나는 집이 통째로 털리는 실로 엄청난 사건을 경험했었고, 이번 겨울에는 감기 한 번 안 결렸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가 연말을 코 앞에 두고 독감에 시달렸다.


그것도 엄마가 파리에 와서 며칠 있다가, 독일에 사는 동생을 만나 함께 일주일 가량 여행을 하기로 한 직전에 말이다.


일하면서 아픈 것도 억울하지만 금쪽같은 휴가와 오랜만에 보는 가족과의 시간을 병든 몸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엄마에게 약한 여기 약 대신 효과를 직방에 볼 수 있는 한국 종합 감기약을 주문했다.


하지만 엄마가 사들고 온 건 내가 원했던 한 방에 감기가 뚝 떨어진다고 광고하는 종합 감기약이 아니라 공항 약국에서 일반 감기약의 거의 열 배 가까이를 주고 산 한약 재료로 만든 생약이었다. 가격을 들은 내가 놀라서"속은 거 아니야?" 하니까 나보다 더 팔랑귀인 엄마는 말했다.  


"이거 딱 세 번만 먹으면 감기 완전히 나을 거라고 자신하던데?"


돈도 아깝고, 속는 셈 치고 먹어보자고 한 게 효력이 아주 없지는 않았는지 흐르는 콧물과 잠긴 목은 정말 약 복용 몇 번에 원상 복귀를 했다. 하지만 몸살 증상은 엄마가 파리에 있는 며칠 동안 끈질기에 지속되며 나를 괴롭혀댔다.


엄마가 파리에 며칠 안 머무는데 내가 아프다고 계속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돌아다녔더니, 몸살 증상은 호전이 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졌고 나는 아픈 몸도 몸이지만 걱정이 들었다.


'이래서 여행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독일에 가서 동생을 만나자, 그 비싼 약도 내 몸에서 완전히 쫓아내지 못했던 독감이 하룻밤 만에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나는 독일에 도착한 날 밤 동생이 해준 건강식 오리 호박 요리와, 한국식 매운 닭발 덕분이 아녔을까 싶다. 동생은 한국에서 온 엄청나게 매운 닭발이 있다면서 물었다.


"먹을래? 이거 먹으면 정말 너무 매워서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 대신, 너무 위에 구멍이 생기는 느낌이야."


얼마나 맵기에 위에 구멍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먹겠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입에 넣는 순간 혀의 모든 신경이 순쉽간에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너무 매워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삼키자, 목을 지나 몸 안을 관통하더니 안에서 작은 불이 일었다.


몇 개 못 먹고 말 줄 알았던 매운 닭발을, 동생과 나는 눈물 콧물 흘리며 레드와인과 함께 끝까지 먹었다. 동생 말대로 묵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스트레이크로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나는 어제까지 내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몸살감기가 드디어 나를 온전히 떠나갔음을 느꼈다. 나를 치유한 것은 뭐였을까? 불타는 매운맛 앞에 눈녹듯 녹아내렸던 스트레스였을까?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오래전 눈 오던 어느 날 밤 종로 포장마차에서 소주에 안주삼아 닭발을 먹던 추억이 달래준 향수였을까?


아마도 이 모든 이유 덕분이 아니었을까?


살다 보면 마음이 회복되면 몸도 회복되는 걸 종종 경험하게 된다. 반대로,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의 면역력도 급격히 떨어져서 결국에는 병에 걸리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는 언제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잡초처럼 곳곳에 무성하게 자라날 때. 자신감이 사라지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때.


무엇보다도 평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넘길 수 있는 상대방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비수가 되어 꽂혀서 쉽게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을 때.  


그리하여 마음이 쉽게 병에 걸릴 때


한 번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쉽게 병에 걸린다. 그리고 면역력을 온전히 되찾지 못하는 한, 병은 언제라도 기회가 되면 다시 고개를 들 준비를 한다.


매운 닭발에 회복한 이후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이 없어 제대로 쉬지 못한 날들이 이어지자, 아니나 다를까 한 달 만에 다시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감기는 초반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약을 먹어 감기 기운은 사그라들었지만 병은 거기서 호락호락하게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이어서 바로 장염에 걸렸고 한참을 고생해야 했다. 면역력 결핍이 원인인 것이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면역력도 약해졌는지, 연초부터 마음도 자주 병에 걸린다. 쉽게 상처받고, 그렇게 받은 상처가 온전히 아물지 못하고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지는 날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의 면역력을 증진시킬 수 있을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면역력'을 쳐보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햇볕을 쐬라, 영양소를 고루고루 섭취하라등, 신체 면역력을 증강시켜주는 다양한 음식부터 비롯해서 생활 습관 등에 관한 조언들이 나온다.


하지만 약해진 마음의 면역력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마음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데도 몇 가지 좋은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습관,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기, 늘 감사하기 등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다 보면 마음도 조금씩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운동이나, 고루고루 영양소 섭취처럼 늘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그렇게 해도 마음이 병이 들면, 그럴 땐 그냥 마음도 쉬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아프면 우리가 흔히 듣는 '좀 쉬어'라는 말처럼, 마음이 아프고 힘들 땐 그냥 마음에 대고 말을 해주면 해주면 어떨까? 


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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