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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Apr 05. 2020

늘 고마운 당신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 년이 조금 넘어가는 지금, 인기 브런치 작가가 되어 열렬한 호응을 받지는 못하지만 항상 힘을 주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다. 그중 일 년 넘게 꾸준히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이 있는데, 나는 글을 쓸 때보다 이분의 댓글을 읽으면서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기도 한다. 어느새 가까운 이들끼리도 짧은 문장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는 지금, 댓글이라고 보기보다는 편지에 가까운 긴 댓글을 남겨주시는 이 분의 댓글을 읽으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분에게 그 누구한테 보다 이해받고 위로받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이 분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손녀딸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나보다 인생을 두 배는 더 사신 분이라는 거. 겨우 이 정도 사실이 다지만 이 분의 댓글을 읽을 때면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나, 이런 분이 글을 쓰셔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여러 번 한다. 살아온 만큼의 연륜과 깊이가 느껴지는 글,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투박한 그 채로 마음을 두드리는 글. 이 분의 댓글을 읽으며 글이 지니고 있는 힘을 늘 느낄 수 있었다.


지구 건너편에 사시는 전혀 모르는 분이. 어쩌면 실제 삶에서는 결코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분이. 하루의 절반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보다, 오랜 시간 알아온 친구보다, 심지어 예전 연인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내 영혼 깊숙이 들어왔다는 느낌. 그리고 나도 이분을 알지는 못하지만 이분의 영혼은 알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 브런치는 이 년 가까이해오고 있고, 책은 두 권 정도를 출간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뭔지 감도 안 잡히는 나에게.. 이 분은 아실는지. 당신의 글이 나에게는 가장 힘을 주는 글이고 또 내 마음을 가장 움직이는 글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글을 만납니다.
만날 수 있냐고
만나도 되냐고 조심스레 묻지 않아도 되니 좋습니다.
언제라도 열려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쭈뼛거렸네요.



가끔은 가슴이 툭탁거릴 때가  있답니다.
그 소리는 분명 심장의 펌프 소리이지요.
머리에 서리를 얹고도 꺼지지 않는 그 불씨가
곧 우리가 살아있음이 아닐까요.


그분을 기억합니다.
척박한 사막 위에서 별을 보고 노래를 한다니..
글 속에 그 아름다운 청년이 너무도 선명히 기억됐었는데. 저도 그만 울컥!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미세먼지가 난무하고 코로나가 위협을 가해와도
그러거나 말거나
산자락 여린 가지들은 온몸으로 그 모진 겨울을 견뎌내고 어김없이 제자리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었어요.
어느 가지엔 새잎이 움트고
어느 가지엔 꽃망울이 품어져 있겠죠.


산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좋고
숲은 들어가 함께 하고프죠
저도 그렇습니다.
나무가 좋고
무라지면 그늘과 소리를 만들어내니 좋기로는
어느 계절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맘때 듣는 숲의 소리는 생명의 소리입니다.
… 쏙 움트는 연두 잎사귀들이
알에서 막 깨어난 듯한 서툰 새소리의 청량함이
손녀딸을 닮았습니다.


Image par TanteTati de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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