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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Apr 29. 2020

부모의 말이 아이의 인생 태도를 결정한다

<시작합니다, 비폭력대화>

일 년 전 번역한 책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번역을 넘기고 소식이 없기에 책이 나오나 싶었는데, 얼마 전 연락이 오셔서 봄에 출간 예정이라는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국 봉쇄의 시간 동안 한국에 계신 편집자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책이 나오기 직전의 과정들을 보는 게 집에 갇힌 저에게도 힘이 되었습니다.


제 인생의 첫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그것도 처음 원고를 투고했을 때 답변을 주신 편집장님의 제안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습니다. 다른 번역이나 통역은 해봤어도, 책 한 권을 번역한 경험은 없는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들었고, 아이가 없는 사람이 자녀 교육서를 번역해도 될까라는 우려도 있었고요.


하지만 아래의 작가의 들어가는 글을 읽고서는 번역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린 시절, 유치원을 나오며 길 한복판에서 울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유치원 교사는 나의 그림이 유치하다며 더 열심히 그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원 도우미에게 전하자 그녀는 말했다. “선생님의 말하는 방식이 그리 친절하지는 않네. 하지만 지금부터 그런 말에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인생은 그런 거니까. 네가 강해지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 슬퍼진다. 유일한 해결책은 ‘강해지는 것’이며, 세상의 폭력에 최대한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말이다. 나에게서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지는 이 세상의 법칙이 나는 정말 슬프다. 미래를 포기하라는 것처럼 들리고,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폭력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그간의 법칙과는 반대로, 부모의 노력이 있다면 권력관계를 따르지 않는 세상을 우리 아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가정에서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취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덜 ‘단단하게’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를 통해 아이는 훨씬 더 안정적인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 <시작합니다, 비폭력대화> 들어가는 말 중


많은 분들처럼 저 또한 어릴 때부터 강해져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습니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건만, 어떻게 된 게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이 말은 더 듣네요. 여태껏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으면 이제는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련만.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툰 어른으로 살아가는 저는, 가정에서의 부모의 노력이 권력관계를 따르지 않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이 책은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비폭력대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쓰인 쉬운 입문서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는 거의 없으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만 쓰였습니다. 저자 역시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하는 워킹망이기에 다양하고 구체적인 상황들이 예시로 들어가 있고요.


물론 모든 책이 그렇듯 이 책 또한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희망하는 부모에게는 분명 좋은 가이드 북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언젠가 아이가 생기면 다시 열어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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