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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May 05. 2020

배은망덕한 사랑

내가 맛있게 먹고 있으면, 남편은 어느 순간 수저를 내려놓거나 자기 접시에 있는   접시에 다 덜어준다.

 

'아니야, 괜찮아라고 손사래를 쳐도 ‘배불러’라며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음식을 시켜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시킨   맛있어하면 바로 접시를 바꾼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절때 듣지 않는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언젠가부터 이게 남편과 나의 관계인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내가 사랑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아는 남편은 사랑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나에게 말한다. 어느 날 그는 말했다.

 

내 생각에 진정한 사랑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단어는 배은망덕인 거 같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랑의 정의라 놀라서 되물었다.

 

배은망덕?

 

.”

 

모든 무조건적인 사랑에는 항상 받는 사람의 배은망덕한 면이 있으니까. 부모의 사랑에 자식이 그런 것처럼.”

 

우리는 아무 조건 없이 주는 사랑에 대해서는 그만큼 감사할  모르잖아. 하지만 알아주지 않는다고 혹은 그만큼 돌려받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을 주는 사람이 사랑을 멈추지는 않잖아. 그게 진정한 사랑의 증거가 아닐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는."

 

바라는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진짜 사랑이라면, 남편은 그런 사랑을 하는  맞았고. 그런 상대에게 배은망덕한  진짜 사랑의  다른 증거라면.

 

우리의 사랑은  어떤 사랑보다 진짜였다.

 



부모에게도 사랑을 받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없던 내가.  누구도 나에게  해주는 걸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내가. 남편에게만은 그가 이생에 주어야  모든 사랑을 전생에 맡겨놓은 사람처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십오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뻔뻔하게 요구하고  요구해왔고.

 

남편은 그걸  당연하게 주고  주고.

 

우리가 다음 생에도 부부로 태어날  있기를 기도한다. 그때는 남편이 배은망덕한 사랑을 하고, 내가 조건 없는 사랑을   있기를. 그리하여 받아도 부족한 마음 대신 주고  줘도 넘치는 마음을. 사랑을 받는 기쁨 대신, 사랑을 주는 행복을. 받으려는 욕심 대신 퍼줘도 남는 평온함을 알 수 있기를.

지금부터 조금씩 연습 중이다. 남편이 뭔가를 맛있게 먹을 . 배부르다고 거짓말하며 슬그머니 수저를 내려놓는 연습을.


다음 생은 없을 수도 있으니까.



Image par Марина Вельможко de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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