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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형원 Jul 12. 2018

생텍쥐페리를 읽고 사하라를 꿈꾸다

바람과 모래와 별들



너의 삶을 꿈으로 만들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  
- 생텍쥐페리-


그런 시기가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서로 인연이 닿는 시기가. 그 시기가 아니면 아무리 훗날 내 짝이 될 사람이 내 바로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내 인생의 영화나 책도 시작부터 외면한다. 그렇다면 인연이 닿는 시기는 언제일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내 인연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졌거나, 아니면 절실해졌거나


혹은 둘 다 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소설 <어린 왕자>로 더 잘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가 내게는 그런 인연이었다.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의 불문판 및 영문판 다양한 커버 이미지들

이 책은 <인간의 대지>로 1939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후 같은 해에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영문판으로 출판되었다.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생텍쥐페리를 세계적인 작가로 알리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생텍쥐페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면, 생텍쥐페리의 자전적인 에세이인 이 책은 몇 년 전에 샀다가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책을 닫으면서 나중에 읽어야지 했었다.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영문판


그렇게 몇 달, 아니 몇 년이 지났다. 평생 읽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우연히 책장에서 나와 있는 책을 집어 든 게 또 다른 여행으로의 초대가 된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마르세이유에서 세네갈로 항공으로 우편물을 운송하는 파일럿이었을 당시 자신이 겪었던 사하라에서의 모험 및 조난 경험을 말하고, 사하라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이 책에서 사하라는 단순히 지리적인 어떤 장소가 아니었으며, 생텍쥐페리에게는 '자유' 그 자체를 의미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자유. 그래서 더 그랬을까.


출근길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몇 주 동안 출근길 내내 그와 함께 사하라의 고공을 비행하며 이 지하철에서 나오면 사라질 나의 자유를 열렬히 갈망했다.  


비행기 안에서 밤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질 때면,
조종을 그만두고 비행기가 제멋대로 날아가게 내버려 두곤 한다.
그럼 비행기는 조금씩 왼쪽으로 기울어진다.
오른쪽 날개 아래에서 마을이 보이면 아직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막에는 마을이 없는 법이다.
그러면 바다에 있는 어선단인지 모른다.
하지만 사하라 한복판에 어선단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때야 착각을 깨닫고 웃게 된다.  
그리고 부드럽게 비행기를 바로잡는다.
그러면 마을도 제자리로 돌아간다.
떨어지게 내버려 두었던 별자리를 본래의 액자에 도로 걸어 놓는다.
마을이라고? 그렇다.
별들의 마을이다.
초소 위에서 보면 얼어붙은 듯한 사막, 움직임 없는 모래 물결만 있을 뿐이다.
별자리는 제대로 걸려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중


인생이 참을 수 있는 욕망과 참을 수 없는 욕망의 제로섬 게임이라면, 나에게 여행은 늘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범주에 들었다. 그래서 통장은 늘 마이너스였고, 꿈은 늘 플러스였다. 그의 책을 읽으며 생텍쥐페리와 함께 별들이 빛나는 사하라 사막의 밤을 비행하며, 나는 사하라 사막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렬한 욕망에 휘말렸다.  

  

하루 종일 이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었다.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한 해가 가면 갈수록 나이와 가슴이 뛰는 횟수는 반비례한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는 나는 이 심장의 맥박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가지 않아야 할 이유는 많았고, 가야 될 이유는 '내가 원한다는 것' 단지 이 하나뿐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는 걸 해야 될 이유가, 하지 않아야 될 이유에 묻혀버리는 순간 삶은 사막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물론, 생텍쥐페리의 책을 내가 지난해 사하라 사막에 가기 전에 읽었다면 또 다를지 모르겠다. 작년에 동생과 함께 모로코에 간 나는 사하라 사막에서 이미 하룻밤을 보냈었고, 단 하룻밤이었지만 그때 봤던 수없이 많은 별들과 별똥별은 나의 마음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2017년 동생과 함께 새해를 보냈던 사하라 ⓒ주형원


물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일은 그 별빛을 따라가기에는 너무도 삭막했고, 난 용기가 없었다.


그때 했던 결심인 '나는 꼭 내년에 다시 돌아와야지. 그때는 사막에서만 일주일을 보내고, 낙타가 아닌 온전히 내 발로 걸어서 이동해야지'는 인생의 수많은 결심과 꿈이 그렇듯 사하라의 별빛만큼이나 내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영원히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인간의 대지'처럼 몇 년 동안 고스란히 내 기억 속 책장 속에 꽂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다시 집어 든 이 책이 마치 주문처럼 그 꿈을 다시 불러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나는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것을 내일로 혹은 기약할 수 없는 미래로 미루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미루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 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는 회사에 휴가를 냈고, 모로코와 알제리 국경 근처, 사하라 사막 입구인 마미드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현지 여행사를 찾아 연락했으며, 책이 끝나는 날 모로코 행 비행기표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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