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형원 Mar 22. 2019

브런치를 통해 찾은 오래전 단짝


지난주 금요일. 점심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브런치에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지난해 연초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브런치를 통해 제안을 받는다는 게 가능할까 싶었었다. 

하지만 위클리 매거진 연재 이후 이런 메일을 지난해 연말에 몇 군 데서 받았고, 얼마 전에는 연락을 주신 출판사 중 한 곳과 출판 계약도 했기에 나는 내 휴대폰 화면에 뜬 메일 알람 제목만 보고도 괜히 설레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떨리는 마음에 당장 메일을 확인해보자, 전혀 예상치도 못한 내용의 메일이 와있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제 친구가 작가님과 동명인데 
혹시 제가 찾는 친구가 작가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보자마자 나는 반가움과 함께 고마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내가 열아홉 살이었을 때니 벌써 십오 년도 넘은 것이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였으니 이제는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까지 살았던 시간보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이후의 세월이 어느덧 더 길어지고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나던 시기와 가장 큰 질풍노도의 시기를 누구보다 바로 가까이에서 봤던 그녀는 엄마같이 따뜻하고 또 늘 나를 먼저 배려하는 자상한 친구였다. 중학교 1학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우리는 학교에서도 늘 같이 있었지만, 학교 끝나고도 우리 집이나 그녀의 집에 가서 놀다가 자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모님들한테는 같이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곤 했지만, 우리는 주로 공부 대신 저녁 내내 수다를 떨었다. 한참 이성이나 그 밖의 모든 것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사춘기 시기라 할 말은 늘 넘쳤었고, 감정은 늘 거친 파도처럼 우리를 쓸어가곤 했다. 


짝사랑하던 오빠에게 고백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때도 그녀가 옆에 있었고, 중 2 한참 질풍노도의 시기에 가출하기 전날에도 그녀의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그다음 날 떠났었다. 물론 얼마 있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내가 떠나던 날 아침,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나를 안고 미안하다며 한참 펑펑 울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고 삼 수능이 끝나고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밤, 포장마차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소주를 그토록 마시고는 함께 취해서 눈밭에 누워있는데 그런 우리를 한 천사 같은 커플이 차로 태워서 집에 데려다주었던 기억도 여전히 난다. 



물론 그녀 전에도 친구가 있었고, 그 이후에도 타고난 역마설로 많은 곳을 다니며 다양한 여러 사람을 사귀었지만 그 정도까지 친했던 단짝 친구는 그녀가 처음이었고, 아마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십 대에 빛났던 건 내가 아니라 그 정도로 친구가 좋았고 그 정도로 많은 것을 나누던 그때 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녀를 생각하면 고맙고 또 미안했다. 나는 항상 나 하고 싶은 대로만 했던 거 같아서. 나에게 그녀가 좋은 친구로 기억된 만큼 그녀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싶었다. 찾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마음 한편에 있었지만 어떻게 찾아야 할 줄 몰라서 항상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그녀에게 브런치를 통해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 어떤 제안보다도 반가운 연락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에 답장을 보냈다. 나도 찾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마침 5월에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니 그때 꼭 보고 싶다는 말도 붙였다. 얼마 후 답장이 왔다.


5월에 들어오면 꼭 보자.ㅎㅎ
많이 보고 싶어.
난 네 아이의 엄마가 되어 
주부로 살고 있는데
그 역할 잠깐 내려놓고
너랑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수다 떨고 싶다. ㅎㅎ
신난다.
생각만 해도.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떤 사람의 글을 읽으면 종종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는데,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서도 벌써 10년 훨씬 넘게 듣지 못했던 그녀의 음성이 바로 가까이서 들리는 듯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철들지 못하고 내 멋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벌써 네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그녀가 참 대단하고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그녀 역시 내가 삼 년 전에 쓴 책인 <여행은 연애>를 읽었다고 하면서 읽으면서 책 중간중간 자신이 아는 내가 느껴져서 반갑고 신기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나고, 만나고 싶은 친구.


벌써부터 한국에 들어갈 5월이 기다려지기 시작한다. 


























작가의 이전글 전혀 다른 두 세계의 충돌 - 영화 <그린 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