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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희 Oct 05. 2022

"놀고 있어"라고 말하게 되는 시기

글쓰기는 왜 '일'같지 않을까?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물으면 멋쩍게 "그냥... 놀고 있지 뭐~"라고 한다. 뭔가 덧붙여 설명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며 올라오지만  참는다.


돈을 버느냐 못 버느냐. 그 기준으로  '뚜렷한' 소득활동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대외적 직업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올해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수습 변호사다!!!


한때 법무법인을 다니기도 했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진행하는 합격자 연수를 듣기도 해서 6개월의 수습기간을 1개월 19일까지는 줄였다. '수습'이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또다시 어딘가 취직처를 알아보고 들어가야 하는데... 12월에 있을 신혼여행이 맘에 걸렸다. 11일이나 되는 휴가를 '수습'에게 줄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는 없을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시기라, 아예 잠시 쉬자고 생각했다. '내년에 수습을 마쳐도 되고... 단지 조금 늦을 뿐이야.'


그러고 보니 10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6년을 근무했고 4년은 수험공부를 했다. '이제는 좀 쉴 때도 되었어. 다시 달리기 위해서는 휴식이 꼭 필요하다고 했어.' 이렇게 나를 설득하고 있다는 건... 이 휴식에 이유를 굳이 붙여야만 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소득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니 '내 쓸모가 없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어찌 보면... "완전히 놀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뭔가 하고 있다"라고 드러내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방송국에 들어가기 위해 언론고시라 불리는 필기시험을 준비하던 시기, 여러 개의 신문을 들여다 보고 스크랩하는 것은 매일 빠짐없이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이러고 있으면 다소 억울한 느낌이 들곤 했다. 통 신문을 넘기며 보는 행위를 다른 사람들은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에겐 분명 공부 시간인데, 다른 이들의 눈에 '할 일 없이 그저 시간을 때우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좀 억울해했던 것 같다.


요즘 내 글쓰기도 그렇다. 문득 전업 작가들은 그 오랜 시간들을 어떻게 버틸까 싶다. 어떤 작품이 "빵" 뜨기 전까지, 남들의 시선으로는 소득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일 텐데... 사람들의 오해 섞인 시선에도, 묵묵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일'을 지켜나가는 그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예술은 쓸모가 없어 더 아름답다'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봤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 자신을 가치 있게 만드는 행위들은 당장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누군가가 보기에는 한심하고 쓸데없는 행위로 비치기도 하는 것이다.


"쓸모없어 보여도 괜찮아."

매일 쓸모를 찾고 싶어하는 나는 오늘도 애써 나를 설득한다.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글은 편지 형식의 말투로, 무심코 떠오르는 혼잣말 같은 생각들은 반말로 적기로 했습니다. ^^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쓸수록 나의 단점, 나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드러나게 되고 도리어 내 글들이 내 약점이 되는 건 아닌지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랜 시간 공들여 쓴 들인데도 '확' 지워버릴까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올라왔어요. 그런데, 오늘, 어떤 분이 제 글을 통해 용기와 위로를 얻었다는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그 글을 읽는데,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심한 저는 이렇게 글쓰기를 이어갈 힘을 얻네요. 머릿속에 마구 얽혀있는 실타래를 살살 풀어내듯이 제 생각을 들여다보고 정리해 나가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글쓰기의 '쓸모'는 읽는 분들이 만들어 주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이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저도 용기를 얻고 힘을 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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