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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희 May 22. 2023

수박이 안 팔려도 수박 장수는 수박 장수이다

오늘도힛


"야, 수박 장수가, 응? 수박이 안 팔린다고 수박 장수가 아니냐? "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 / 사진 제공 : JTBC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순간 멍~~~해졌다. 


의사 일을 20년 넘게 쉬었던 딸에게 

친정엄마가 건넨 말 때문이었다.




딸 정숙 : "아이~ 나 같은 게 무슨 의사라고... 엄마, 20년 넘게 쉬었으면 의사도 아니야. 그냥 장롱면허 하나 있는 거지. " 



엄마 덕례 : "야, 수박 장수가, 응?  수박이 안 팔린다고 수박 장수가 아니냐?"





#수박1 - 수박이 안 팔려도 수박 장수는 수박 장수이다. 


출처 : Unsplash의Daniel Bernard
출처 : Unsplash의Avel Chuklanov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로스쿨 3년, 재시 공부 1년 

총 4년간 법학을 공부하면서 

방송이나 행사 일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행복하게 일하는 지인들의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보는 게 힘들어졌다. 


그런 사진은 빨리 넘기거나 

애써 외면하려 했고

한동안 팔로우를 끊기도 했다.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는 것이 두려웠다. 돌아갈 곳이 없는데도 말이다.  




방송국과 소송을 하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고 로스쿨에 온 나였다. 


하지만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평생 방송인으로 살고 싶다는 내 소망대로

행복하게 방송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부질없는 상상들이 나를 괴롭혔다. 


평탄하지 않은 내 인생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공부에 울기도 하고 

로스쿨을 너무 모른 채 들어왔다는 자책을 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이 모든 시기가 지나갔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방송을 시작하겠지' 

라는 마음은 항상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막연한 두려움과 망설임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4년이나 일을 안 했으면서... 어떻게 다시 방송을 하려고 그래? '

'방송이나 행사는 감이 중요한데... 너무 오래 쉬었잖아.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제작진이나 주최 측에 민폐 끼치는 거 아냐?'


거울을 보며 예전의 나 같지 않은 외모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의기소침해 있던 나에게 

드라마 속 저 대사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다. 


수박이 안 팔려도 수박 장수는 수박 장수이다. 


어떻게 하면 다시 수박을 팔 수 있을지 

거기에만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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