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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희 Mar 09. 2023

너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유산

'"너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그 회사는 분명 땅을 치고 후회할 거야! "


평소 가고 싶어 하던 회사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친한 후배 보니 저절로 입밖으로 이런 말이 나와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건넨  말이 배에겐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한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되는 최종 면접에서 미끄러지면 '내 탓이오' 늪에 빠지기 마련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애초부터 정답 없는 문제이건만 애꿎은 자신을 반복해서 책망하게 된다.


최종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들이키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엄격하고 깐깐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알아서 눈치 잘 보는 아이'로 키워졌는데, 그래도 내 편을 들어주는 외할머니 덕분에 '자존감 지키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문턱에 걸려 넘어진 나에게 엄마는 "조심성 없이 그렇게 막 뛰어다닐래! "라고 소리쳤지만 외할머니는 문지방때리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 이 나쁜 문턱 같으니라고. 왜 튀어나와서 우리 손녀딸을 넘어지게 해!"


"엄마는 애 버릇 나빠지게 왜 문턱 탓을 하고 그래요?" 엄마는 외할머니에게 뭐라 하셨지만, 나는 내 편을 들어주는 외할머니가 너무 든든했고 신이 났다.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내 탓'을 하게 되는가? 상대방의 무뚝뚝한 태도가 애꿎은 '내 탓'은 아닌지 멋쩍어하기도 하고 말이다.


'내 탓이오' 늪은 한번 빠지면 쉬이 빠져나갈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성과가 나지 않으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지만, 내 가슴속 깊이 새겨진 외할머니의 '남 탓'은 나를 달래고 어루만진다.


"아무렴. 우리 손녀딸이 최고지. 우리 도희가 못하는 게 어딨어?"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 같할머니의 목소리.


그 덕분에 오늘도 '내 탓이오' 늪을 요리 저리 피하며 자존감을 지켜본다.


 

그리운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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