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볍다

'어른 김장하'의 이야기

by 시드니


'어른 김장하'의 이야기


이 작품을 언제가 방송에서 본것 같은데, 11월에 영화관에서도 상영 된다고 하니 새롭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을 받기도 했다는데, 어쨌든 이 이야기는 좀 놀라웠다. 웬만해서는 재미있기 어려울 것 같은 아주 평범하게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보게 된다. 아주 약간 이상한 흥분도 곁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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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에 감동과 감격의 대서사는 없다. 그저 평범하고 또 평범하다. 그런데도 끝에 무엇인가 남는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관한 인생의 오래된 질문? 완전한 인간? 아니다. 이도 저도 너무 거창할 뿐 실속이 없다.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부유, 넘치는 지적 호기심을 담을 수 있는 지능, 마치 두 개의 심장인 듯 날뛰는 열정과 육체, 그리고 뭘 입어도 멋지기만 한 잘 생김, 따뜻하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두루두루 평온하고 스치는 모든 인연이 행복한 삶. 더 없을까. 삶에서 이보다 더 바라는 무엇이 있을 수도 있겠지. 상상하지 못할 뿐.


하지만 이렇게 살기 위해서는 채워지지 않을 갈증으로 끝없이 단련되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모든 욕심이 버려져야 한다. 마치 한쪽 발이 빠지기 전에 다른 발이 물을 디디면 물 위를 걷게 된다는 망상과 같다. 아무튼 우리는 뭐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분노하고 절규한다. 치른 대가와 결과가 같지 않으니 억울해서 격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결과는 대부분 대가에 비해 차고 넘치는 것처럼 보여서 부럽다. '어른 김장하'는 이것의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드디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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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가난한 집에서 평범하게 태어났다.

어쩌다 한약방에서 일하다 한의사가 되었다.

좋은 약을 싸게 많은 환자에게 주려고 했다.

많은 사람이 싼값에 좋은 약을 받게 되었다.

작은 이문이 차츰 모여 많아지고 더 커졌다.


모인 돈을 필요하지만 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빌려주었다.

갚을 능력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이들에 빌려주게 되었다.

이자가 없을 뿐 분명히 빌려주었다. 그래서 많이들 갚았다.


그러니 돈은 더 쌓여갔다.

그 돈으로 학교를 세웠다.

좋은 학교가 되길 바랐다.

좋은 교육이 있길 원했다.


이것에 대한 모든 방해는 거절했다.

그래서 받는 외부감사는 더 편했다.

숨기고 감출 것이 없으니 느긋했다.

보이는 것 이상을 구하지는 않았다.

이제 구부정한 노인이 되어 가볍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어찌 이런 삶이 ‘김장하’ 뿐이겠나. 내가 부족해서 모르는 거겠지. 하지만 진심으로 부럽다. 누구나 이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면 편할 것 같다. 숨기고 감출 것이 없었다는 이 사람, 보이는 것 이상을 원하지 않았던 이 사람 ‘어른 김장하’를 보고 잠시나마 편안해졌다. 근데, 난 왜 ‘어른 김장하’에서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나는 걸까. 충분히 먹고, 열심히 움직이며, 필요한 만큼 일하고, 남지 않도록 나누니 가볍게 되더라는 ‘어른 김장하’의 이야기는 ‘인생 다이어트’의 성공 비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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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해 그나마 보아주시는 분 들게 죄송했습니다. ‘어른 김장하’처럼 가벼우면 되는 일이 저에겐 항상 무겁기만 하나 봅니다. ‘인생 비만’이 아닐까요. ㅠㅠ!! 아무튼 앞으로는 다이어트해서 자주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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