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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의료장비 설치 병상 기준, 공동활용병상제도 폐지논의

CT, MRI 설치에 관한 제도의 변화 과정

by BHSN 오승준 변호사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과 공동활용병상 제도의 도입 배경


의료법령상 MRI나 CT와 같은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상을 보유한 의료기관이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200병상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만 CT·MRI 설치를 허용하였고, 그 미만의 기관은 설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일차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에서도 영상검사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자, 200병상에 못 미치는 의료기관들도 주변 병원들과 병상을 합해 기준을 충족하면 특수장비 설치를 허가해주는 “공동활용병상”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예컨대 자체 병상이 200개 미만인 병원이 CT나 MRI를 갖추고자 할 때 인근 다른 병원의 동의를 얻어 두 기관의 병상 합계가 200개 이상이 되면 설치를 인정해 준 것입니다. (CT의 경우 군 지역 등 의료취약지에서는 기준이 100병상으로 완화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공동활용병상 동의제도는 2004년 말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시작되어 약 20년 간 운용되어 왔고, 그간 많은 지역의 소규모 병원들이 보건소에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동의서”를 등록하여, 각자 200병상을 갖추지 않고도 특수의료장비 설치 기준을 충족하여여 왔습니다(A, B 병원이 C 병원에 병상을 몰아주는 개념이고, A, B, C 병원이 모두 다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님). 이를 통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지 않고 지역 내에서 CT/MRI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다만, 공동활용이 가능한 의료기관의 범위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동의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특수의료장비 설치 의료기관이 소재한 시·군·구 및 지리적으로 경계가 인접한 시·군·구에 소재한 의료기관"으로 한정되었습니다. 이는 2007년 2월 20일 이후부터 적용된 기준입니다. 또한, 의료법 제3조에 따른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의원, 결핵병원 등 특정 유형의 의료기관의 병상은 공동활용 병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perro_law/223069100554



공동활용병상 동의서 운영상의 문제점


공동활용병상제도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작용과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1) 가장 큰 문제는 병상 동의서의 “암묵적 거래”입니다. 병원을 개설하거나 특수장비를 들이려는 쪽에서는 필요한 병상을 채우기 위해 다른 병원의 동의가 필수인데, 이 동의 대가로 금전이 오가는 관행이 생긴 것입니다. 현금을 통해 음성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 금액이 만만치 않아서 세무적인 탈법행위를 저질러야 하는 2차적인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병상당 10만~20만원으로 시작된 이러한 거래는 2019년 기준 병상당 100만~200만원까지 급등하였고, 나중에는 지역에 따라 병상당 500만원 이상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는 제도의 본래 취지인 의료자원 효율적 활용을 심각하게 왜곡하였습니다. 특수의료장비 도입에 큰 비용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본전을 뽑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현행 법령에는 병원 간 병상 동의에 금전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병상 공동활용 동의서 자체는 행정적으로 요구되는 서류일 뿐, 동의를 얻는 대가를 어떻게 주고받지 말라는 의료법령상의 직접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종종, 의료 장비 업체가 병상 동의를 알선하고 금전 거래에 관여한 행위를 두고 의료인에 대한 리베이트로 볼 수 있는지 사건화가 되곤 하는데, 하급심 판결에서 유/무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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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또 다른 문제는 공동활용 동의 철회와 그에 따른 분쟁입니다. 공동활용 동의서를 한 번 제출하였더라도,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동의를 철회할 수 있지만, 실제 내 병원에 장비를 들여놓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먼저 시설 등록사항 변경을 해야 합니다(내 병원의 병상이 다른 병원의 특수의료장비 병상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 처음에는 선의로 동의서를 작성해 주었다가, 나중에는 직접 MRI 장비를 운영할 필요성이 발생하였을 때, 상대방이 협조하지 않으면 정작 내 병원에 장비를 들여놓을 수 없는 사례가 등장한 것입니다. 반대로, 이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동의서를 받았는데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병원과 공동활용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의 민사소송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perro_law/223714698054?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3) 그 외에 행정적 비효율과 의료공급 왜곡에 대한 지적도 꾸준했습니다. 공동활용을 통한 설치 병원은 운영 중 변동사항이 생길 때마다 같은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민원이 많았고, 한 지역 내에서 200병상을 채우지 못하면 원거리 타 지역의 병원과 억지로 공동활용 관계를 맺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는 장비 설치 기준인 병상수와 실제 검사 수요의 불일치를 보여주는 문제로 지적됩니다. 실제로 감사원과 전문가들은 “병상 수만으로 장비 수급을 규제하는 현 행태는 합리적이지 못하며, 해당 지역의 환자 수 등 수요 지표를 고려해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했습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625837/#sec3



장비 품질관리와 전문성 저하 위험도 언급됩니다. 공동활용을 통한 설치가 워낙 어렵다 보니 낡은 CT/MRI를 계속 사용하는 문제가 생기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타 과목 의사가 장비 도입을 주도하면서 검사 품질 관리가 부실해질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방사선 피폭이나 MRI 안전관리 측면에서 장비 노후화는 위험 요소인데, 병상 확보 부담 탓에 시설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한의사협회조차도 비교적 일찍부터 해당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2007년 의협은 복지부에 의견을 제출하면서 “병상 공동활용 동의제도는 유효성이 떨어지므로 폐지함이 마땅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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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활용병상제 폐지 움직임과 법령 개정 동향


위와 같은 폐해로 인해, 보건당국은 결국 공동활용병상제도 폐지를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21년경 복지부는 해당 제도 개선을 검토하기 시작하여, 2022년 5월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공동활용병상제 폐지” 방침을 발표하였습니다. 핵심 개정안은 자체 병상 보유기준을 완화하되 공동활용 예외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정형외과 병원 오픈을 준비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법령의 변경으로 더 이상 MRI를 설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개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도 많은 의사들과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들이 동일한 질문을 반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복지부는 2022년부터 관련 연구용역과 의견 수렴을 거쳐, “공동활용동의제도를 포함한 특수의료장비 제도 전반의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2023년~2024년 사이 입법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2024년 12월 27일 개정된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 제1077호)을 살펴보면, 개정안은 주로 의료기관의 공공성 및 지역 의료자원 분포 상황 등을 고려하여 설치인정기준의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 공동활용 제도의 명시적인 폐지 조항은 해당 본문에서 직접적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동 규칙의 별지 서식 목록에는 여전히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동의서'(서식 2) 및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동의 의료기관 시설 현황표'(서식 12)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 10. 29. 수정

즉,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은 공동활용병상 제도를 바로 폐지하는 대신,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자체 보유 병상 기준을 완화가 논의되었을 뿐입니다(기존 200병상 기준에서 CT는 100병상으로, MRI는 150병상으로 조정하는 안으로 논의). 현재도 CT와 MRI 모두 200병상 기준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군 지역의 CT 설치 기준이 100병상에서 50병상으로 완화하여 의료취약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아래 기사와 같은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 법령은 개정되지 않음. 현행 "특수의료장비 설치인정기준" 참조.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910118


만약에 실제로 공동활용제가 폐지된다면 자체 병상이 기준에 못 미치는 기관은 신규 CT/MRI 도입이 불가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현재 장비를 운영 중인 작은 병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입니다. 복지부 측은 “어떤 기관은 되고 다른 곳은 안 된다고 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보유 기관을 계속 두면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모습이 된다”며 형평성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장비를 갖춘 기관에는 일정 과도기나 조건을 두고, 새로운 도입은 차단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아 시행규칙 개정 확정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대안에 관한 논의


현재까지 특수의료장비 설치 관련 병상 기준은 인력 보유와 무관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즉, 병원에 아무리 많은 의사가 있고, 심지어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더라도 현행 규정상 200병상 미만으로는 MRI 설치를 허가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획일적인 병상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개원의사회는 “병상 수 대신 전문의 인력 기준으로 CT·MRI 설치를 판단해야 한다”며 복지부에 제안하였는데, 예를 들어 정형외과·신경외과 등 영상검사 수요가 높은 전문과목의 전문의 4~5인을 보유한 병·의원에는 CT·MRI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근전도(EMG), 뇌파(EEG), 경동맥초음파 등 고난도 장비를 이미 갖추고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그 자체로 규모와 역량을 입증하므로 CT·MRI 설치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견도 개진되었습니다. 아직 이러한 인력기준 예외는 법제화되지 않았으나, 정부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추후 일부 완화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다만, 법령 개정으로 인해 우리 병원에 특수의료장비의 설치가 용이하지 않게 된다면, 가까운 영상의학과 의원이나 영상검사 센터와 공식 협진 관계를 맺어, 필요한 경우 환자를 외부로 의뢰해 CT·MRI 검사를 시행하는 모델을 고려해야 합니다. 병원과 인근 영상의학과가 진료협력 MOU를 체결해 두면,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의뢰서를 발급하여 인근 협력기관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결과 영상을 병원으로 신속히 공유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방의원 등 자체 영상장비가 없는 의료기관들도 인근 영상의학과나 MRI 보유 병원에 환자를 의뢰해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처럼 진료의뢰-회송 체계를 적극 활용하면 환자의 검사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협진 병원과의 사이에 PACS 영상 전송망을 연계하거나 공동 판독 시스템을 구축하면, 환자가 CD나 필름을 들고 이동하지 않아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편의성이 증대됩니다. 또한 촬영 후 회송보고서를 통해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환자에 대한 연속적인 진료도 가능합니다.


결론


공동활용병상 제도의 폐지(정책적 방향)는 특수의료장비 시장과 의료기관 운영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자체 병상 확보가 어려운 중소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은 신규 장비 도입에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정부는 기존에 제도를 활용하던 의료기관들을 위한 합리적인 경과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 방식에 따라 현장의 혼란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명확성이 요구됩니다. 현재 법령상 서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본문에 명시적 폐지 조항이 없는 상황은 의료기관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보건복지부는 공동활용 제도의 최종적인 법적 지위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이나 추가적인 법령 개정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경과조치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발표하여 기존 의료기관들이 변화된 제도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특수의료장비의 적정 배분과 국민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의료취약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원 방안, 의료기관 간 장비 공동 활용을 제도적으로 건전하게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 개발, 그리고 의료비 상승 억제와 의료 질 향상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노력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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