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 관련 상품권·검진권·할인권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법적 검토
과거 보건복지부와 보건당국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을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의료기관의 일반적인 판촉행위도 환자 유인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예컨대 환자에게 진료비 할인권을 주거나 포인트 적립을 해주는 행위, 건강검진권 등 상품권을 발행하는 행위 등도 모두 “치료위임계약의 성립을 중개하거나 도움을 주는 환자 유인”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광고·마케팅에 많은 제약을 받아 왔고, 실제로 일선 보건소가 사소한 표현의 이벤트도 문제 삼아 행정처분(영업정지 등)을 내린 사례들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적용으로 인해 병원들은 할인 행사나 쿠폰 발행을 “하면 안 되는 비도덕적 행위”처럼 터부시해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과거 보건복지부의 공식 유권해석들은 의료기관의 상품권·쿠폰 등에 부정적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는 2010년 5월과 10월에 각각 유권해석을 통해 “자체 포인트 적립”이나 “상품권 발행”은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인할 우려가 크므로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특히 상품권 발행은 “의료시장 왜곡 가능성”을 이유로 들며 사실상 불허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와 함께 소셜커머스 등 제3자를 통한 의료쿠폰 판매 사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2011년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성형외과·치과 등이 소셜커머스 업체와 제휴해 시술권이나 검진권을 할인 판매하는 행위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나왔다고 전하면서 회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으로 “특정 인터넷 사이트(소셜커머스)에서 할인된 의료쿠폰·시술권 공동판매를 통해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는 치료위임계약의 성립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배”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이 구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소셜커머스가 환자와 의료기관을 중개하며 수수료 등 이익을 취하는 구조입니다.
건강검진 상품권과 관련해서도 한때는 전면 금지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014년경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건강검진권을 발행하거나 할인·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대학병원 등이 기업체에 제공한 건강검진권이 중고 시장에 유통되자 과당 경쟁과 의료서비스 남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병원들은 “해당 검진권은 기업 단체나 기부용으로 제작했을 뿐 판매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정부 측은 검진권 발행 자체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아 제도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면, 2010년 초중반까지의 분위기는 의료기관이 할인권, 상품권, 쿠폰, 포인트 적립 등 어떤 형태로든 편의를 제공하여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료법 규정의 문언과 보건복지부 해석이 엄격하다 보니, 의료현장에서는 건강검진센터나 미용 목적 비급여 진료에서도 프로모션을 맘껏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병원들은 법 위반 리스크 때문에 판촉에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전향적인 판례들이 속속 선고되면서 이러한 경향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2016년경부터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새롭게 해석하는 판결·결정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비급여 진료비 할인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일률적으로 “환자 유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주요 사례 두 가지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재판소 2016. 7. 28.선고 2016헌마176 결정: 이 사건은 의료기관의 포인트 적립 마케팅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헌재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적립”을 광고한 행위가 곧바로 의료법상 유인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면서, 포인트 적립은 사실상 가격 할인행위의 일종이므로 이것만으로 불법 유인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헌재는 포인트를 바로 사용 못 하고 재방문 시에만 사용 가능하도록 하면 환자 유인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여, 포인트 제도의 설계에 따라 합법·위법의 경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하긴 했지만, 기존에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하던 포인트 제도가 허용되는 전환점이 되는 결정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 2019. 5. 30.선고 2017헌마1217 전원재판부 결정: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으로, 병원에서 “지인을 소개한 기존 환자에게 30만원 상당 비급여 진료 상품권 제공”이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례입니다. 의사는 이에 불복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로 “해당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 헌재의 주요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상품권 제공은 결국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해 주는 것에 불과하며, 이를 돈처럼 환가(現價)하거나 유통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 ② 해당 포스터는 병원 내부에 일정 기간(1개월 반) 게시되어 이미 방문한 환자들에게만 노출되었고, 기존 환자에게 1회 혜택을 주는 비교적 제한적인 이벤트였다는 점.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헌재는 “이 정도의 상품권 제공행위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칠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 상품권을 제공하는 광고 행위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금품 제공을 통한 환자 유인’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헌재 결정 이후 법원의 하급심 판결들에서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판시가 늘었고, 의료광고에 관한 행정소송 등에서도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적용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확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특정 의료기관 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금액권(상품권/바우처)을 활용한 홍보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지불하게 되는 진료비용을 할인하는 효과가 있게 되는데... 비급여 진료비용의 할인, 면제 광고일 경우 일률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나 의료법 제56조제2항 제13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3조제1항제13호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용 할인 또는 면제와 관련하여 소비자가 혼동하지 아니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라며 다소 애매하지만 기존과 확연히 달라진 긍정적은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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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들을 통해 확립된 법리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행위에 관한 한, 합리적인 범위의 할인이나 혜택 제공은 환자 유인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의료시장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선에 국한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1) 의료 상품권(진료권/검진권/시술권): 의료기관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여 환자에게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는, 그 상품권이 오로지 해당 기관의 의료서비스로만 교환 가능할 경우 합법적인 판촉 수단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헌재 결정 사례(지인 소개 이벤트)에서 30만원 상당의 비급여 진료권 제공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시된 바 있고, 이후로 일부 보험사가 병원과 제휴하여 건강검진권을 발행·배포하는 것도 등장하였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상품권이 일반 현금이나 유가증권처럼 유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병원이 발행한 진료권은 해당 병원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환불·환가가 어려운 형태여야지, 만약 이를 현금처럼 쉽게 교환하거나 전매(轉賣)할 수 있다면 본래 목적 외 용도로 활용되어 “금품 제공”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상품권을 남발하여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자제해야 합니다. 일회성 서비스 교환권 등 제한된 범위에서 발행하는 것이 안전하며, 과도한 액면가(금액)의 상품권을 대량 살포할 경우 “의료기관 간 과당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정부 측 우려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상품권은 비급여 항목에 한정하고, 발행 수량과 사용처를 엄격히 통제하는 한도에서 활용해야 합니다.
(2) 할인권/쿠폰: 명칭만 다를 뿐 상품권과 유사한 개념으로, 일정 금액 또는 일정 비율만큼 진료비를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행위도 고려됩니다. 이 역시 급여가 아닌 비급여 항목에 적용된다면 합법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과 시술 20% 할인쿠폰, 종합검진 10만원 할인권 등을 환자에게 배포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이러한 할인권은 본질적으로 가격할인의 한 형태이므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금지취지에 비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보건소 등이 이러한 할인 쿠폰 광고에도 제재를 가한 적 있으나, 2019년 이후로는 “비급여 할인 행사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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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벤트를 통한 상품권/할인권 지급: 의료기관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구사하는 다양한 이벤트(예: 무료 검진DAY, 시술 체험권 증정, 부가 서비스 제공 등)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료 시술체험 행사의 경우, 특정 시술을 아예 무료로 해주는 것이므로 사실상의 100% 할인권 제공과 동일합니다. 비급여 시술이라면 이는 의료법상 문제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무료 행사의 기간 및 조건 한정, 인원 제한 등을 통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유형별 의료광고 사례 및 체크리스트"에도 이런 내용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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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술을 받으면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상품권이나 할인권도 흔히 생각할 수 있는데, 이때 사은품의 경제적 가치가 너무 높으면 “금품 제공” 이슈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예컨대 1만원 상당의 할인권 정도는 관행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고가의 시술권을 서비스 상품으로 거는 식의 이벤트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식약처나 복지부도 소소한 판촉용 기념품까지 단속하지는 않지만, 법 해석상 엄밀히 말하면 현금 또는 현금에 준하는 가치의 물품 제공은 모두 금지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4) 지인 소개 할인/추천인 이벤트: 기존 환자가 주변 지인을 병원에 소개하면 본인에게 혜택을 주거나, 혹은 새로 온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이벤트도 흔히 이루어집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어느 정도는 합법임이 확인된 상황입니다만 혜택의 제공 조건에 있어서는 주의를 요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보건복지부는 환자 소개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상품권 제공이 허용된다고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많은 피부과나 치과 등에서 “소개하면 양쪽 모두 10% 할인”과 같은 행사를 하는데, 이것은 양측 모두 비급여 진료비 일부를 깎아주는 형태여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이 경우도 할인율이 과도하지 않고 (예: 50% 폭탄할인 등은 지양), 일시적 이벤트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너무 상시적·상습적인 소개 할인은 다른 의료기관들의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민원이 제기되면 고통스러운 형사 조사 절차를 감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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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기업(예: 보험회사)에 검진권을 대규모 판매”하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병원이 개별 환자가 아닌 법인 고객에게 한꺼번에 다수의 의료상품권(검진권 등)을 판매하고, 그 법인이 이를 다수인에게 배포하는 형태입니다. 최근 실제 사례로, 일부 대형 보험회사가 자사 마케팅의 일환으로 제휴 병원의 건강검진권을 대량 구매하여 보험 가입자나 VIP 고객에게 증정하는 일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병원이 검진권을 “상품”처럼 판매하는 행위가 금기였으나, 최근 판례 이후 이런 B2B 거래도 수면 위로 올라온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런 행위가 의료법상 환자 유인·알선 금지에 저촉되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 다른 법령(예: 보험업법 등)에는 문제가 없는가 하는 점입니다.
먼저 의료법 측면부터 보면, 병원이 검진권을 기업에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의료기관과 최종 환자 사이에 제3자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환자 소개·알선”과 유사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이 경우 병원이 기업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병원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즉 병원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측이고, 보험사는 그 대가로 상품권을 사가서 자기 고객에게 나눠주는 것이므로, 최소한 병원이 보험사에 금품을 주며 환자를 보내달라고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행위는 “환자를 소개·유인하는 대가로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할인해주는 행위”인데, 이 구조에서는 병원이 오히려 금전을 받고 있는 입장이므로 문자 그대로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 보험사 등 특정 기업과 연계한 검진권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삼은 판례나 행정처분 사례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정 조건 하에서는 복지부도 묵인하거나 용인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조건이란 (a) 검진권 대상이 비급여 건강검진으로 한정될 것, (b) 병원이 보험사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예: 리베이트)을 제공하지 않을 것, (c) 보험사의 행위가 환자에게 해가 되는 방법으로 환자를 강요하거나 유인하지 않을 것 등으로 추정됩니다.
예컨대 병원이 보험사에 검진권을 판매할 때 통상 기업 대상 단체검진 할인 수준(약간의 할인)만 적용하고, 보험사는 이를 자기 고객에게 무료(또는 보험 가입 혜택)로 주는 경우 등이 비교적 안전한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병원이 보험사에 지급보증금 등을 주거나, 보험사가 병원으로부터 판매수수료·킥백을 받는 식이면 명백히 위법입니다.
다음으로 보험업법 등 타 법률 측면입니다. 보험회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사은품이나 경품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 가액에 제한이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보험모집인이 제공할 수 있는 금품等의 가치가 보험료의 일정 비율(예: 10% 미만 등)을 초과하면 “특별이익 제공”으로 간주되어 보험업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고가의 건강검진권을 가입 선물로 주는 행위는 자칫 이 조항에 저촉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2010년대 초반 일부 보험대리점이 “반값 종합검진”을 미끼로 보험을 판매하다가 잠적하는 사건도 있었는데, 이는 보험소비자 피해로 이어져 문제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준수해야 할 규제도 병원-기업 제휴 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보험사 측에 이러한 법적 한계를 고지하고, 적법한 마케팅 범위 내에서 검진권을 활용하도록 협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의료기관이 발행한 상품권(검진권 등)이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황에서는, 법적으로 몇 가지 쟁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환자나 일반인이 의료 상품권을 거래하는 행위 자체를 직접 규제하는 의료법 규정은 없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어디까지나 “의료인 등 공급자”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지, 환자가 자기 받은 쿠폰을 남에게 파는 것을 처벌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어떤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검진권을 중고 거래 플랫폼에 팔았다고 해서, 그 환자를 처벌할 법 조항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2014년 기사에서도 “연말이 되자 불법 건강검진권이 중고 마켓에 거래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처벌의 초점은 이를 발행한 의료기관에 맞춰졌었습니다. 병원들은 “판매용으로 발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복지부도 발행 행위 자체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지, 환자들을 단속하지는 않았습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4040364211
그러나 이러한 2차 거래가 활성화되는 경우 간접적으로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의료기관 상품권을 허용한 근거 중 하나가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거나 본래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의료기관의 진료권은 폐쇄적 사용처를 가지므로 현금성 지급이 아니라는 취지였는데, 만약 현실에서는 해당 상품권이 현금과 다름없이 거래되어 버린다면, 헌재 논리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애초에 팔 목적이 아니었다”는 병원의 주장과 달리 누구나 중고로 반값에 살 수 있는 쿠폰이 되어버리면, 이는 경제적 이익의 일반 제공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보건당국이 다시 “역시 상품권은 의료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인식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 2014년 한국경제 보도에서, 한 검진센터 VIP검진권(약 95만원 상당)이 인터넷에서 50만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언급되며 정부가 “발행금지는 과잉규제냐, 필요악이냐” 논의를 했던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상품권을 유통성 있게 발행하려면 어떤 제약이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과거 ‘상품권법’은 폐지되어 현재는 일반 기업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데 별도 인허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1999년 이전에는 상품권 발행을 정부 인허가사업으로 두었으나, 규제 완화로 지금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병원이 자체적으로 종이 상품권이나 모바일 쿠폰을 발행하는 것 자체는 법률상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상품권의 법적 성격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상품권은 넓은 의미에서 “유가증권”(有價證券)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유가증권이란 재산적 가치를 지닌 권리를 표창(表彰)하는 증서를 말하는데, 병원 진료권도 “특정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청구권”을 문서나 전자형태로 표현한 것이므로 경제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자본시장법상의 유가증권(주식·채권 등)은 아닙니다. 즉 발행주체가 이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증권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므로, 금융당국의 증권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의료상품권은 일종의 선불식 상품교환권이지, 투자나 증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이를 사고판다고 해서 증권거래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들 간의 상품권 거래 자체는 합법/불법의 문제가 아니라 거래 당사자 간 신뢰와 병원의 정책 문제입니다. 병원이 “본인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 쿠폰이라면 양도받은 사람이 쓰지 못할 수도 있고, 반대로 병원이 양도를 허용하면 제3자도 쓸 수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양도 불가” 조건을 넣어두면 중고 거래를 억제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은 의료기관이 쿠폰에 이름을 기재하거나 신분 확인 후 사용토록 하여 임의 유통을 막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체 정책은 위법이 아니며, 오히려 상품권이 암암리에 거래되어 헌재 결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 통제 수단으로 상품권마다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양도 여부를 관리하며, 발견 시 사용을 제한할 권리를 병원 측이 유보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상품권이 환자들 사이에서 거래되더라도 이를 직접 처벌할 규정은 없지만, 그로 인해 본래 목적을 벗어난 경제적 이익 제공 수단이 되어버리면 규제 당국이 문제 삼을 여지가 생깁니다. 현 시점에서는 병원이 스스로 통제하고 소비자들도 크게 불만 없이 활용하면 별 탈 없겠지만, 만약 제도 악용 사례(예: 상품권 깡, 사기 등이 발생)가 누적되면 입법적으로 개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료기관들은 상품권 발행 시 애초에 2차 거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해 두는 것이 안전하며, 환자들에게도 “양도나 재판매를 금한다"는 고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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