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권·거부권·예산승인권·인사관여권의 위험 지도
MSO 투자계약서에 동의권·거부권·예산승인권·인사관여권이 들어가는 순간, 형식이 아무리 '용역계약'이어도 사무장병원으로 재분류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위법 판단 기준과 실무 설계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의료기관에 대한 비의료인의 “직접 투자”는 통상 의료기관 개설·운영 주체 제한(의료법 제33조 제2항)과 결합되어, “사무장병원”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의료인·국가/지자체·의료법인·비영리법인·준정부기관 등으로 제한하고(제33조 제2항), 이를 위반하여 개설·운영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제87조).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2항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형식상 개설 명의자가 아니라 "누가 주도적으로 운영 의사결정을 하는가"의 실질 문제로 파악해 왔습니다. 금지되는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시설·인력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 시행, 필요자금 조달, 운영성과 귀속을 “주도적 입장”에서 처리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비의료인의 투자를 통해 개설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무장병원의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MSO를 통한 계약 구조는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경영지원형 범위를 넘어 자본조달형으로 판단되면 위법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공식 견해입니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은 MSO를 (i) 구매·인력관리·마케팅·회계 등 비용절감·효율화에 초점을 둔 경영지원형과, (ii) 시설임대·경영위탁 등 “외부자본의 의료기관 투자”로 귀결되는 자본조달형으로 구분하고, 전자는 가능하나 후자는 개설·운영권의 실질 침해로 허용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또한 통합 서비스 제공 가능 여부는 “사례별 관여 정도”로 판단하며, 형식과 무관하게 실질 개설·운영이면 사무장병원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적시합니다.)
형사법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민사 사건에서도 자본조달형 MSO에 대한 판단은 명확한 경향이 있습니다.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출자해 의료기관을 공동 운영하고 손익을 비의료인에게 귀속시키는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며, 그 운영성과·재산·채무는 원칙적으로 의료인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30568 판결).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precSeq=177409
실무에서 MSO 투자계약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권한 조항 네 가지를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동의권, 거부권, 예산승인권, 인사관여권입니다. 물론 실제 계약서상에는 훨씬 다양한 조건들이 등장하지면 여기서는 네 가지만 예시로 보겠습니다.
(1) 동의권은 병원이 특정 행위를 하기 전에 MSO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병원은 인건비 총액이 연간 예산 대비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채용,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 금융기관 차입을 시행하기 전에 MSO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식입니다. 여기서 나아가 "MSO의 사전 서면 동의 없는 행위는 효력이 없으며, 위반 시 MSO는 병원의 운영관리권을 즉시 인수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의의 대상이 인력 채용, 자금 조달, 예산 집행에 걸쳐 있고 동의 부재 시 사실상 거부권처럼 작동한다면, 이는 비의료인이 병원 핵심 운영결정을 주도하는 구조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금지 표지와 정면으로 접촉하는 지점입니다.
(2) 거부권은 동의권과 유사하지만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병원이 특정 안건을 추진하려 할 때 MSO가 반대하면 그 안건이 부결되거나 집행이 정지되는 구조입니다. "MSO가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본다", "거부권 대상: 인력, 예산, 마케팅, 의료장비 도입, 진료과목 변경 등"이라는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MSO 또는 비의료인에게 거부권이 주어진다면, "사실상 누가 최종 결정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MSO" 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은 MSO 관여 정도를 "사례별로" 판단한다고 하는데, 거부권이 반복 행사되어 자금조달·예산·인사가 MSO의 통제 아래 놓이면 그 사례들이 쌓여 실질 판단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예산승인권과 계좌 통제는 상당히 직접적인 위험 요소입니다.
"병원은 연간 예산을 MSO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 없는 지출은 계약위반으로 한다." 여기에 "병원 계좌의 지출은 MSO 지정 결재권자의 승인을 요한다" 등의 조항이 결합되면, 병원 운영자금의 실질적 집행권이 MSO로 넘어간 것으로 해석됩니다.
즉, 병원 명의 계좌가 있어도 병원장이 그 계좌의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필요한 자금의 조달"과 "운영성과의 귀속"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를 금지되는 개설행위의 핵심 표지로 들고 있기 때문에, 예산승인권과 계좌 통제는 이 두 가지에 동시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곧 운영의 주도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MSO가 환자로부터 의료비를 직접 수납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과 보도가 존재합니다. 의료수입이 병원이 아닌 MSO로 바로 들어오는 구조, 이것이 "운영성과 귀속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장면입니다.
인사관여권은 또한 상당히 민감한 영역입니다. 의료기관의 본질이 결국 "누가 진료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의료인을 누가 채용하고, 누가 내보내고, 누가 보수를 결정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MSO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다른 어떤 조항보다 빠르게 "주도적 처리" 판단에 근접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금지되는 의료기관 개설행위를 하였는지 판단할 때, "인력의 충원·관리"를 핵심 표지 중 하나로 명시합니다. 이는 단순히 직원을 뽑고 내보내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어떤 조건으로 고용할지, 얼마를 줄지, 언제 계약을 종료할지를 누가 실질적으로 결정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결정 권한이 병원 개설자인 의료인이 아닌 MSO에 귀속되어 있다면, 그 자체가 위법 판단의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실무에서 인사관여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됩니다. 가장 낮은 단계는 행정 지원입니다. 채용 공고 작성, 서류전형 진행, 급여 정산, 근태 관리 등의 업무를 MSO가 대행하는 것은 경영지원형의 범주에서 허용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최종 채용과 해임 결정권은 병원에 있고, MSO는 그 과정을 행정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에 그칩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주요 직책 채용 시 MSO의 추천을 참고하고, 채용 조건은 상호 협의한다"는 정도라면 중간 위험 영역입니다. 협의와 추천의 형식이지만, 실제 운영에서 MSO의 의견이 관철되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사실상의 인사권이 MSO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위험 조항은 더 분명합니다. "직원의 채용·해임·보수는 MSO가 최종 결정한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의료인 인사에 대해 MSO가 승인권을 가진다"는 문구입니다. 의료인 인사에 대한 MSO의 승인권은 단순한 행정 관여를 넘어 의료기관 운영의 실질적 주도권 문제로 직결됩니다. 진료 현장을 구성하는 의료인을 MSO가 결정한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어떤 진료를 어떻게 제공할지를 MSO가 사실상 설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의료인 인사와 비의료인 인사를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MSO에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원무·총무·마케팅 등 비의료 인력에 대한 인사 관여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지만, 그 범위가 의료인 영역까지 확장되는 순간 위법성 판단이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인사관여권 조항을 넣을 때는 의료인과 비의료인을 명확히 구분하고, 의료인 인사에 대해서는 MSO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적어두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인사관여권 문제는 계약서 조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병원에 상주하는 MSO 직원이 인사 면접에 참석하거나, MSO가 작성한 채용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거나, 특정 의료인의 재계약 여부를 MSO가 사실상 결정해온 관행이 있다면, 계약서에 아무리 "최종 결정권은 병원에 있다"고 써 놓아도 법원은 실제 운영의 흔적을 따라 판단합니다. 서류 위의 권한과 현장의 실제 권한이 일치해야 한다는 점, 이것이 인사관여권 문제에서 가장 간과되기 쉬운 부분입니다.
MSO 투자계약에서 수익배분 구조는 언뜻 단순해 보입니다. 병원이 MSO에 용역대가를 지급하는 것이니, 그 금액과 방식을 어떻게 정하든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계약이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설계되는 수익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용역대가"라는 외형 아래 전혀 다른 실질이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안전한 구조는 월 고정 용역비입니다. 병원이 MSO에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금액이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용역대가로 설명하기 비교적 쉽습니다. 실비정산에 합리적인 마진을 더하는 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MSO가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하면, 비용 절감과 효율화라는 경영지원형의 성격과 결합하여 정당화가 용이합니다.
문제는 매출연동 수수료에서 시작됩니다. "병원 매출의 몇 퍼센트를 MSO에 지급한다"는 구조는 외형상 용역대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병원이 얼마를 벌든 그 성과에 비례하여 비의료인이 이익을 가져가는 장치로 기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런 정률 방식의 수수료 계약이 무조건 위법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lawfirmbhsn/9
순이익 배분이나 보장수익(MG), IRR 약정은 더 직접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병원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MSO나 투자자에게 지급하거나, 최소한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약정은 사실상 동업관계의 손익 배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출자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손익을 비의료인에게 귀속시키는 약정 자체를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계약서에 "용역대가"라고 표현해도, 실질이 손익 귀속이라면 그 약정은 집행불능이 됩니다.
시설임대와 경영위탁이 결합된 구조는 보건복지부 편람이 자본조달형의 전형으로 분류하며 허용 불가 취지를 명시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투자자가 시설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경영에 관여하는 구조는, 인사·예산·계좌 통제와 결합될 경우 위법성 판단 요소들이 한꺼번에 쌓이는 조합이 됩니다.
결국 수익배분 구조의 핵심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돈이 MSO가 제공한 서비스의 대가인가, 아니면 병원이 올린 성과에 대한 배분인가. 계약서 문구로 전자처럼 포장하더라도, 금액의 산정 방식이 병원 매출·이익과 연동되어 있다면 법원은 후자로 읽습니다.
여기서 이 문제의 본질적인 역설이 드러납니다.
위에서 열거한 조항들은 모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것들입니다. 자금을 넣었으니 그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 사업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발상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보호 장치들이 투자자가 가진 법적 권리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함께 출자하여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그 손익을 비의료인에게 귀속시키는 약정을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계약이 무효가 되면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한 이익, 재산, 채무는 원칙적으로 의료인 개인에게 귀속됩니다. 투자자가 계약서에 아무리 공들여 넣어놓은 권한이라도 법적으로 집행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형사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인한 처벌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행정적으로는 개설허가 취소와 폐쇄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환수 문제로도 확장됩니다.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설계한 조항들이 병원 문을 닫게 만드는 뇌관이 된다는 뜻입니다.
MSO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로서 이런 계약을 자문하면서 적잖이 당혹스러운 경험을 합니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할수록, 즉 투자자 보호 조항이 촘촘해질수록 오히려 법적 리스크가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허술한 계약서도 곤란하고 단단한 계약서도 위험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의뢰인이 처음에 계획했던 설계의 방향을 많이 바꿔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핵심은 통제의 대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병원의 의사결정 자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MSO가 병원에 제공하는 용역의 범위, 품질, 대가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이 보건복지부 편람이 허용 가능 범위로 제시하는 "경영지원형"에 계약 구조를 고정시키는 방법입니다.
우선 계약서에 의료기관의 전속적 운영권을 확인하는 기본 조항을 명시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관한 전속적 권한, 즉 의료업의 시행, 의료인력에 대한 최종 인사, 운영자금의 최종 집행 및 운영성과의 귀속·처분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속된다"는 조항입니다. 선언적 조항처럼 보이지만, 이후의 다른 권한 조항들을 해석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예산과 계좌 통제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병원의 진료수입은 반드시 병원 명의 계좌로 수납·관리하고, MSO는 용역대가만을 별도로 청구하는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MSO가 환자 의료비를 직접 수납하거나 정산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실제 운영에서도 그렇게 관리해야 합니다.
인사관여권은 비의료 영역 행정 지원에 한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원무·총무 등 비의료 인력에 대해 채용 절차 지원을 제공할 수 있지만, 채용·해임·보수의 최종 결정은 병원에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헤드헌팅 개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수 있습니다. 의료인 인사에 대해서는 MSO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자 보호는 step-in이나 운영권 인수 대신, 계약 해지권과 손해배상 청구 중심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강행법규 위반 약정은 무효가 된다는 법원의 태도를 전제로 삼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된 보장수익 조항이라도 의료법에 위반된다면 집행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법원과 감독기관은 "형식 불문, 실질 판단"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는 계약서 문구만 바꾼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운영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흔적이 증거가 됩니다.
병원 명의 계좌로 수납·지출이 이루어졌는지, 인사·예산·차입의 최종 결재권자가 병원임을 보여주는 결재 라인과 회의록이 남아 있는지, MSO는 지원 역할로 한정되어 있다는 업무 분장표와 업무보고서가 존재하는지. 이 세 가지가 정합적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MSO 투자계약은 결국 이런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돈을 넣은 사람과 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서로 다를 때, 법은 누구를 병원의 실질적 운영자로 볼 것인가. 계약서에 뭐라고 써 있든, 법원은 실제 운영의 흔적을 따라 그 답을 찾아갑니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하게 쌓아올린 통제 구조가, 바로 그 탐문의 길을 자신에게로 이끄는 역설. 이것이 MSO 투자계약이 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모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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