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중과실 및 중상해 기준
만약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가해 운전자는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가해 운전자가 자신이 가입한 종합보험을 통해 사고 처리를 한다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종합보험을 가입한 상태라고 할지라도 처벌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가해 운전자에게 12대 중과실이 존재하거나 피해자가 사망 혹은 중상해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형사적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경우 적용하는 죄명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혹은 치사)’입니다.
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은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는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적용하는데요. 만약 이와 같은 죄명이 자신에게 적용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혹은 2,000만 원의 벌금형 중에서 형벌을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자칫하면 교도소에 갇혀서 속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12대 중과실은 무엇일까요? 아래와 같습니다(만약 아래의 내용 중 하나라도 자신에게 해당한다면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모두 변제한다고 할지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 12대 중과실
1. 신호위반
2. 중앙선침범
3. 제한속도보다 20KM 이상 과속
4. 앞지르기 방법 위반
5. 철길 건널목 통과방법 위반
6. 횡단보도 사고
7. 무면허운전
8. 음주운전
9. 보도를 침범
10. 승객 추락방지 의무 위반
11.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 위반
12. 자동차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운전
또한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한다면 역시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는 특별히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법률적으로 중상해는 어떠한 기준을 두고 있을까요? 가령 전치 20주 정도가 넘어가야 중상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법률적인 중상해는 의학적인 중상해와 다소 다른 점을 가지고 있으며 검찰의 판단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검찰의 중상해 판단 기준
1.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뇌 또는 주요 장기의 중대한 손상
2. 팔다리가 절단되는 등 신체 중요 부분의 상실 또는 중대 변형
3. 시각, 청각, 언어, 생식기능 등 중요한 신체 기능의 영구적 상실
4. 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중증의 정신장애, 하반신 마비 등 완치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경우
5. 치료기간, 노동력 상실률, 의학 전문가의 의견,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
얼핏 봐도 중상해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당한 경우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따라서 비단 사망사고가 아닐지라도 중상해가 발생하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으로 기소가 이루어진 상태라면 법원은 금고형을 결정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평생에 걸쳐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막중한 책임을 떠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과거에도 교통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상태라면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필자가 맡았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중상해 사건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결과적으로 불구속을 달성할 수는 있었지만 누구도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어려운 사안이긴 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음주운전으로 단속을 당한 이력과 피해자가 신체 일부를 잃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요. 이 일로 장기간 금고형을 피하기가 어려웠으나 의뢰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었고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을 간절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필자와 함께 다양한 준비에 매진했는데요.
먼저 피해자에게 용서를 거듭 구하여 무사히 합의에 성공할 수 있었고, 비록 과거에도 음주운전을 포함해 교통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으나 이번 사건과 연결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긴 했지만 피해자도 사고의 원인에 상당히 일조하여 충돌을 피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는 점도 양형에서 감안해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요. 그 밖에 홀로 가족을 부양하고 있기에 그의 부재가 가족에게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 및 충분히 반성하고 재범 예방을 위해 자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변론하였습니다.
결국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으로 구속 위기에 놓여 있었던 의뢰인은 무사히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불구속이라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는데요. 만약 그가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형사절차에도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 그는 구속을 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 자명했습니다. 하지만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결과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혹시 여러분들도 순간의 실수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빠른 대비를 시작해 보시기 권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