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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무법인 세웅 Sep 30. 2021

명절 이후 급증하는 이혼소송 문의를 보며

결혼과 이혼


추석 연휴가 끝나고 밀린 소송업무를 처리하느라 자는 시간도 쪼개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항상 설과 추석만 지나면 연휴기간 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고생이 적지 않은 편인데요. 그런데 명절만 지나면 항상 늘어나는 문의가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이혼소송에 관한 문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절 전까지 참아왔던 불만이 명절을 계기로 터져 나오면서 다양한 분들의 그간의 속사정을 털어놓으며 '이혼소송'에 대하여 문의를 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명절 연휴가 지나면 이혼 건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통계자료를 살펴보아도 간혹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명절 이후 이혼소송이 늘어난다는 속설이 옳다는 점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엇이 명절 이후 이혼소송을 증가시키도록 부추기는 것일까요? 모두가 예상하는 단골 소재인 고부갈등이나 명절 음식 준비 등의 문제도 분명히 주된 사유인 점은 맞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부부 사이 갈등의 불씨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절 연휴기간 동안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이 크게 번진다는 것입니다. 직장 업무 등으로 불가피하게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명절 연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딪치는 일도 함께 증가하고 결국 서로의 불만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고부갈등이나 음식 준비 등을 들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명절 연휴가 끝나고 이혼소송에 관해 문의를 하는 분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들을 자주 듣게 됩니다. 매번 명절 당일에는 시부모와 지내야 하고 음식 준비를 오로지 며느리의 몫으로 돌리는 시부모님에 대한 서러움은 이제 너무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듣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시댁의 분위기와 굴욕적인 시집살이는 지금도 여성들의 끊임없는 불만사항인 것이죠.      


하지만 남편이라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처가댁에서 다른 사위들과 비교를 받으며 차별을 당한다고 하소연하는 분도 있고 아내의 양보와 배려 없는 모습에 명절만 다가오면 두려운 마음부터 든다며 한숨을 내쉬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처가댁 식구들을 챙긴다고 챙겨도 시댁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인상을 찌푸리는 아내를 보면 화병이 난다고 이야기하며 부모님에게 본의 아니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다고 참담한 심정을 표현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처럼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을 보면 서로가 가진 사정이 전부 다르나 부부간에 도저히 말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라는 점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러다가 이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부클리닉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으나 그때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푸념은 부부간의 갈등이 얼마나 해결이 어려운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정말 여러 노력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혼을 결정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도 슬하에 자녀를 두고 있고 배우자와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이다 보니 부부 사이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듣다 보면 동감이 가는 바가 많기도 합니다. 왜 싸움이 벌어졌고 왜 화해를 하지 못하는지 결혼생활을 지속하며 아이를 양육한 경험자로서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것이죠. 부부 사이에는 정말 작은 일 하나로도 갈등으로 번질 여지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이 갈등을 깔끔하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곪아 있던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희생만 강요하고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부부관계는 결국 상처로 얼룩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한쪽이 참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언젠가는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만약 부부간에 문제가 생긴다면 서로 이를 어떻게 개선할지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저 상대방만 비난하며 갈등을 봉합하지 않는다면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따로 걸어가는 최후의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재판상 이혼에서 판사의 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이러한 내용이 자주 언급됩니다. 바로 “서로가 유책배우자라고 비난만 반복할 뿐이지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기에 사실상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한쪽이 큰 잘못을 저질렀을 수도 있습니다. 잃어버린 부부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한 배우자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배우자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점은 부부의 인연을 맺으며 서로에게 지켜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부의 인연을 맺고 백년해로를 약속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 배우자에게 헌신하고 배려해야 할 의무를 갖는 것이죠. 만약 부부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상처를 가득 남기는 파탄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가정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노력해 보기를 바랍니다. 특히 명절 연휴에는 더욱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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