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B에게 돈을 빌려줄 때 갚을 수 있는지 의심스러웠지만, B에게 그나마 집이 한 채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안되면 그 집을 팔아서라도 돈을 갚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돈을 빌려주었던 것이죠. 하지만 갚겠다고 한 날짜가 한 달, 두 달이 지나다가 1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사이에 이미 B가 집을 팔아서 자기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A는 B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이란?
기껏 큰돈과 시간을 들여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했는데 채무자에게 아무런 재산이 없어서 소송을 제기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이미 처분하여 집행할 재산이 없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채권만족을 얻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한 채무자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우선변제권(저당권, 질권)의 목적이 아닌 채무자 소유의 재산은 채권자가 집행권원을 얻어 집행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잠정적인 대상입니다.
이런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였다면 채권자의 권리를 해한 것으로서 사해행위가 되고, 사해행위에 대해서 민법은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집행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채권자취소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를 소송을 통해서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해행위취소소송’이라고 합니다.
◆ 대표적인 사례와 성립요건은
채무자가 고의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예금, 골동품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은닉 또는 처분하여 채권자가 채권을 변제받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해행위에 해당합니다. 이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성립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유효한 피보전채권의 필요성
우선,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유효한 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 채권을 피보전채권이라고 합니다. 피보전채권은 원칙적으로 돈을 청구할 수 있는 금전채권이어야 합니다. 또한 피보전채권은 채무자의 사해행위가 있기 이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사해행위 이후에 발생한 채권은 그 사해행위로 인해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변제기가 이미 지났을 필요는 없습니다.
◆ 예외적으로 주의할 점은
예외적으로 법원은 일정한 요건 하에 사해행위 이후에 성립한 채권도 예외적으로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 요건은 ①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에 있고, ②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가능성이 있었으며, ③ 실제로 채권이 성립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보증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중에 보증인이 재산을 처분한 경우와 같은 경우에는 채권자는 보증인에게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선변제권이 있는 담보권이 있는 채권으로는 사해행위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저당권이나 질권처럼 이미 목적물을 통해서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기의 채권에 담보권이 있는지 여부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 책임재산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행위
사해행위로써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해행위는 채무자의 총재산(적극재산)에서 총채무(소극재산)를 공제한 순자산, 즉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책임재산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합니다.
부동산 등 재산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거나 무상으로 증여하는 행위, 채무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 이혼 시 재산분할 명목으로 상당한 범위를 초과하여 과도하게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 채무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들이 대표적인 사해행위들입니다.
여기서 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사안별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요. 채무 변제 행위 자체는 사해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지만, 특정 채권자와 모의하여 우선변제를 한 경우에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관련 업무에 정통한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 사해의사의 추정과 입증책임
사해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채무자의 사해의사는 추정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사해의사도 같이 인정되는데요. 취소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만 입증한다면 별도로 의사를 입증할 필요는 없고, 상대방이 자신의 선의를 입증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까운 친인척 관계나, 시가보다 현저히 염가로 판매한 경우에는 관련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인정되므로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고 하겠습니다.
◆ 올바른 권리행사를 위해 명심할 부분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의 당사자 구조는 일반적인 민사소송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채무자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라 수익자가 피고가 됩니다.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제소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도 유의해야 하는데요. 제척기간으로 사해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사해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던 날로부터 1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멸시효와 달리 중단이나 정지가 인정되지 않으며, 기간이 도과하면 권리 자체가 소멸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복잡한 법률 성립요건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채권자취소권 행사 과정에서 작은 오판으로 정당한 권리를 놓치는 경우들도 많은데요. 아무래도 일반인이 혼자서 수행하기는 어려우므로 금전적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라면 실무경험이 충분한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를 충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