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보다 높은 법정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형법 제319조 제1항(주거침입)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 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처벌은 변호사 등 여러 법조인들로부터 연이어 위헌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연 왜 그러할까요?
국회에서는 지난 2019. 5. 28.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주거침입강간미수 사건으로 인하여 주거에 침입하여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하여 2020. 5. 19.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법률조항의 법정형 하한을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개정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법률 개정의 배경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고도로 사생활의 비밀과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 실질적인 기와침식이 이루어지는 주거공간에 강제로 침입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자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합니다.
그러나 주거침입죄의 객체에는 공용부분도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바, 그 개정 취지와는 다르게 가벌성과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령 피해자의 거주하는 방 안으로 침입한 것이 아닌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복도와 같은 공용현관에서 가벼운 추행이 발생한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입법자가 법률을 개정한 배경과는 전혀 다른 법익침해의 정도가 경미한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에게 주거침입강제추행죄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 작량감경을 적용하여도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최소 징역 3년6월의 실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인 필자가 보기에도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바입니다.
이와 같이 행위 태양이나 법익 침해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최소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의 법률조항은 형벌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부과되는 형벌은 책임에 상응하여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국가의 의무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지적이 상당한 편입니다.
범행의 내용에 따라 법익침해의 정도가 차이가 있는 다른 경합범과 비교하여도 형벌의 비례원칙에 위반 소지가 크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비교하여 보면 범행 내용이 야간에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여 절도한 자가 강간을 한 경우에도 위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어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이 사건의 경우와 동일한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이는 형법상 강간죄의 불법정도와 비난 가능성이 강제추행죄 보다 훨씬 높다는 전제에서 강간죄의 법정형이 강제추행죄보다 현저히 높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더 살펴볼까요? 주거침입강제추행죄 처벌은 형법 제25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살인죄의 하한인 5년 이상의 징역보다도 현저히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으며, 형법 제250조 제2항의 존속살인죄 및 제164조 제2항의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법정형 하한과 같다는 점에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한 범죄의 죄질과 비교하였을 때에도 그 처벌의 정도가 지나치게 과중하여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2항 제1호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본 법률조항에서 과실로 사람을 치상하게 한 자가 구호행위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거나 고의로 유기함으로써 치사의 결과에 이르게 한 경우에 살인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을 더 무겁게 한 것은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국가의 의무와 헌법 제11조의 평등의 원칙 및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입법금지 원칙에 반한다[헌법재판소 1992. 4. 28. 선고 90헌바24 전원재판부(위헌)].”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는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법률조항은 형벌에 의한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부과되는 형벌은 책임에 상응하여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한 국가의 의무와 평등원칙에도 위반되므로 그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여 주실 것을 요청하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여 현재 진행 중에 있기도 합니다.
물론 필자도 주거침입강제추행죄는 파렴치한 범죄행위이고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법관의 양형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여 형벌체계상 균형을 잃었으며, 법정형의 가중의 정도가 지나쳐 평등원칙 및 비례원칙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변호사인 필자를 포함해 대다수의 법조인들이 모두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인 것이죠.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조만간 내려질 결정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궁금한 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