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이 처벌을 받고도 멀쩡히 의료행위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사회적 공분을 부르면서 타 전문직종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면허취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하였습니다. 결국 의사면허취소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의료법이 2023년 11월 20일부터 시행이 되었고 이제는 업무와 무관하더라도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은 면허취소가 불가피합니다(참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도 금고 이상의 형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의사면허가 취소된 이후 오랜 기간이 지나 면허를 재교부 신청을 하더라도 보건복지부의 심사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는 점입니다.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 결격기간이 경과한 이후라고 할지라도 재교부 심의 과정에서 면허취소 사유, 범죄 경력, 개전의 정 등 다양한 내용을 판단해 승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죠.
실제로 이 과정에서 재교부가 승인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랜 기간 직업선택의 자유를 빼앗기는 처참한 결과에 처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 재교부를 3차례 거부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의사의 사례가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문제가 이제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열심히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의대생도 마찬가지로 적용받는 불이익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범죄에 연루된 의대생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부분은 학교 측에서 내리는 근신, 유기정학, 무기정학, 퇴학, 제적 등의 징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살해한 한 의대생에 대해 대학 측이 징계위 소집 없이 퇴학 결정을 내린 바가 있는데요. 일반적인 대학교 규정에 따르면 학교 안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아닐지라도 범죄를 저지른 학생은 징계 대상에 해당하여 학교 차원의 징계 의결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학교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 범죄를 일으킬지라도 학교 내에서 범죄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면 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이 아닌 이상은 학교 측에서 범죄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알 방도가 없기에 징계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설사 범죄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졌다고 할지라도 흉악한 범죄가 아닌 이상은 퇴교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는 것은 매우 드문 편이라고 할 수 있으니 퇴학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염려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걱정해야 할 점은 따로 있습니다. 의대생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국시라고 불리는 국가시험에 합격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인 결격사유가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즉 위에서 말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라면 결격사유가 해소되는 오랜 기간 동안 범죄로 처벌 받은 의대생은 국시 응시제한으로 인해 면허취득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의대생이 범죄로 처벌을 받을 경우 퇴학 같은 부분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시 응시제한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일로 작용할 수 있으니 무죄를 받을 수 없다면 최소한 벌금형의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편입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지라도 퇴학은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국시 응시제한은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지는 불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국시에 붙은 의대생이라고 할지라도 범죄에 연루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인턴 지원 및 취업 과정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벌금형의 선처를 받았더라도 말이죠. 이 말은 무슨 말일까요?
교육부장관이 병원장을 임명하는 국립병원은 물론 교육부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병원장을 임명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에도 엄중한 내부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을 규정하고 있는데요(참고로 곧 교육부장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변경됩니다).
일단 서울대학교병원 인사규정 제19조(결격사유)를 살펴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직원으로서 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사립종합병원에서도 유사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2026년 현재 유명 상급병원의 전문의를 초빙하는 채용공고를 살펴보아도 상당히 엄격한 지원자격 및 제출서류를 요구하고 있고, 추후에도 성범죄, 아동·장애인·노인 학대에 연루된 사실이 있는지 범죄전력조회동의서 또는 범죄경력회보서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의대생이 예과, 본과를 마치고 졸업해 인턴을 지원하거나 전공과를 지원해 레지던트 생활을 하는 과정은 물론 추후 취업을 할 때에도 범죄전력은 자신의 인생에 오점으로 남아 오랜 기간 괴롭히는 원흉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성범죄,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등에 위반되는 특정 중대범죄의 경우 꼭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것이 아닌 벌금형을 받았을지라도 상당한 불이익으로 남을 수가 있게 되는데요.
그래서 저의 경우 ‘무죄’를 주장할 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하면 처벌을 피하고 전과기록을 남기지 않는 ‘기소유예’ 및 ‘선고유예’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권장하는 입장입니다. 그것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중장기적으로 가장 최선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위해 수많은 시간을 인고하며 노력했던 의대생이 범죄로 인한 형사 처벌로 퇴학, 국시 응시제한, 인턴 지원 등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관련 업무에 전문의라고 할 수 있는 전문변호사의 정밀한 진단을 받고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대응에 나설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물거품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