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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무법인 세웅 Sep 16. 2021

상속재산포기각서 유효할까요?

상속개시 전 작성한 각서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서 다툼의 소지를 예방하기 위하여 각서를 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 각서에 서로가 약속한 내용을 기재해 차후 이행한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상호 협의하여 작성한 각서 법률상 효력이 있는 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법률상 유효한 방법으로 각서를 작성했다면 차후 상대방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각서를 증거로 삼아 대여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각서는 가족 간에도 작성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특히 상속절차에서 과거에 작성한 상속재산포기각서가 화두로 떠오르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서를 작성한 아래 사례는 어떠할까요?     




장남인 A는 아버지 B로부터 많은 재산을 증여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영특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A는 집안의 기대를 듬뿍 받았고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란 편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A의 형제자매인 C와 D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관심은 오로지 장남인 A에게만 있었고 장녀와 차녀인 C와 D에게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죠. 당연히 C와 D는 A만 편애하는 아버지 B에게 불만이 많았으나 성격이 불같았던 아버지의 노여움을 살까 봐 그저 인내하며 참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 B가 치매를 앓게 되었습니다. 치매와 함께 앓고 있던 지병까지 악화된 B는 언제 운명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C와 D는 그동안 거의 모든 재산을 홀로 증여받은 A에게 아버지 생전에 이미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으므로 상속재산포기각서를 작성할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누이들의 거센 성화에 A는 마지못해 상속재산포기각서를 작성하였고 얼마 후 아버지 B는 병원에서 운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장례를 치른 후 A, C, D는 모여 아버지의 남긴 유산을 처리하는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일전에 작성한 상속재산포기각서를 운운하며 남겨진 유산은 전부 C와 D가 나누어가지겠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말다툼이 벌어지게 되었고 A는 자신이 작성한 상속재산포기각서가 과연 법률적으로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는 실제 있었던 상담사례를 조금 각색한 내용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에는 과연 A가 작성한 상속재산포기각서가 법률적으로 유효할 것 같나요?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No'입니다.     


많은 분들이 부모님의 재산은 자신의 재산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재산은 부모님의 소유이며 그 처분권한도 오로지 부모님에게만 달려 있습니다(물론 유류분 제도를 통해 일부 제한할 수 있는 예외적인 점이 있긴 합니다). 따라서 부모님 생전에 작성한 부모님 재산에 대한 상속재상포기각서는 유효할 수가 없는 것이죠. 물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남은 자녀들이 상속을 받을 권리가 발생하지만, 권리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미리 상속인들이 권리를 주장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사망으로 상속개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상속재산을 포기하는 일체의 행위는 법적으로 전혀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위의 사례처럼 상속재산포기각서를 작성한다고 할지라도 대법원은 이를 무효라고 판결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아무리 공들여 작성한 상속재산포기각서라고 할지라도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A는 이미 초과특별수익자에 해당하여 남은 유산을 전혀 물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남겨진 유산에 대해서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C와 D는 남겨진 유산의 가치가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상속분에 미달한다면 A에게 유류분반환청구를 하여 권리를 실현할 수 있게 됩니다.     




간혹 가족 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 상속인들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만약 상속재산포기각서가 법적으로 유효하다면 단 한 푼의 재산도 받지 못한 가족에게 남은 유산마저 포기하라는 내용의 상속재산포기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여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도 빼앗는 비합리적인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겠지요. 위 사례에서 C와 D는 다소 억울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유류분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다소 위안을 삼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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