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무법인 세웅 Sep 17. 2021

특별한정승인 채무에서 벗어나기

상속으로 받은 빚을 탕감할 마지막 기회


사람이 사망을 하면 상속이 개시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남겨진 재산이 없다면 유가족인 상속인들이 상속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채무 상속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그래서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이 사망한 이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피상속인이 남긴 채무를 감당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고 크게 놀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럼 아래에서 사례를 보며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김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아버지와는 연락을 끊은 채 어머니와 30년 이상을 살아왔습니다. 술만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와 다시는 연락하고 싶지 않았던 가족들은 그렇게 단절된 상태로 30년을 지내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을 한 통 받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떠한 일로도 연루되고 싶지 않았던 김씨의 가족들은 잠시 고민을 하였으나 그래도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은 지켜주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에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김씨의 가족들은 한 통의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내용증명의 발신인은 대부업체였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채무가 있으니 이를 대신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역시나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김씨의 가족들에게 대여금의 반환을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남긴 고액의 채무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김씨의 가족들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고 정해두고 있습니다(민법 제1019). 만약 남겨진 재산이 없고 채무뿐이라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여 빚을 대물림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죠.     


문제는 3개월 내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피상속인의 채무가 튀어나온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에서 정한 기한을 넘겼으니 모든 채무를 대신 상환해야 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정말 눈앞에 깜깜한 심정일 겁니다. 다행히도 이를 해결할 최후의 수단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특별한정승인이라는 방법이 남아 있는 것이죠.     




위 김씨의 사례처럼 돌아가신 분에게 숨겨진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아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개인이나 대부업체의 채무는 피상속인의 사망 신고 이후 남겨진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신청하더라도 조회가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은행 및 증권회사 금융재산, 토지, 자동차, 국민연금, 세금 등에 대한 조회는 가능하지만 이처럼 개인적인 채무나 금융감독원 금융거래 조회에 나타나지 않는 대부업체의 채무까지는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숨겨진 채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다가 뒤늦게 숨겨진 채무에 대한 독촉을 받고 곤혹스러워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3개월이 지났다고 할지라도 채무를 알게 된 시점부터 '다시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하여 채무를 탕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제 이 마지막 기회까지 놓친다면 모든 채무를 감당해야 하므로 반드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 필요하겠지요.     




다만 민법 제1019조 제3항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하여 단순승인한 경우에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또한 뒤늦게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고 있지요.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에 관해 상속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함으로써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을 말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위 김씨의 사례에서는 아버지와 단절된 상태로 오랜 기간을 지내왔기에 아버지의 재산 상태를 알 수 없었다는 점과 안심상속원스톱서비스를 통해 조회할 수 없었던 채무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대한 과실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로 김씨의 가족들은 3개월이라는 기간을 반드시 엄수하여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한다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고액의 채무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앞서 언급한 바처럼 모든 채무를 대물림받는 신세에 처하므로 반드시 기간과 방법을 준수하여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으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