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된 한국인

노진탁 창작소설 - 2

by 노진탁

천사는 사실 직업이다.

살아 있는 57년 동안 이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선한 이나 때 묻지 않은 아기를 두고 ‘천사’라고 불렀다.

나는 딱히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으므로 천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살아가기 너무 바빴다.

내 가족 건사하느라 평생을 일했다.


일 잘하는 거 하나 인정받아 일만 하다 끝났다.

이렇게 죽을 줄은 몰랐다.


사후세계나 죽음에 대해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천사가 되어보라는 제안이 왔다.


“저는 딱히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먹고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세상의 문제에 눈 감고 살았습니다.

어려운 사람이 있어도 제 코가 석 자라 제대로 도와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천사라니요.”


자신을 ‘부장 천사’라고 소개한 이가 말했다.

“이미 심사는 끝났네.

우리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일만 잘하면 뽑는다는 기조를 택하고 있네.

다른 관할구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천사장님 기조는 아무튼 그래.”


설명하자면, 천국의 사정은 이랬다.

신은 천국의 일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

자정작용을 잃지 않는 한, 천사들에게 강한 자치권을 부여했다.


태생부터 천사였던 천사도 있었지만, 천국의 일이 늘어나면서 인간으로 살다 죽어 천사가 된 천사들이 점점 늘어났다.

어느 순간 인간 출신 천사들의 수가 더 많아졌고, 이제는 천사의 대부분이 인간으로 살다가 천사가 된 자들이었다.

인간이 별로 없었을 때에는 관할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천사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이다.

신의 명령에 따라 인간 세상에 은밀히 개입하거나, 사후세계인 천국에서 죽은 자들을 관리하거나.


옛날에는 소수의 천사 몇 명이 업무를 처리하면 될 뿐이었다.

인간들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업무가 마비되기 시작하자 대천사장 가브리엘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똑똑한 인간들의 업무 방식을 따라 해보자고.


인간 세상이 복잡다난해지는 만큼, 천국도 복잡다난해졌다.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무능해진 대천사장들은 인간 출신 천사들에 의해 해임되었다.


한국인이었던 천사들은 정말로 유능했다.

그들의 억척스러움은 천국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인이었던 천사들은 입을 모았다.

“인간 세상에서 일할 때와는 업무의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

신의 명령을 수행하고 부름에 응답해야 하므로 그 어떤 실수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잘해야 한다.

선한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런 사람은 천국에서 안락하게 살면 그만 아닌가.

천사를 하려면, 인간 세상에서 이미 업무 능력이 고도로 검증된 자여야만 한다.”


한국인이었던 천사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굴지의 대기업을 이루는 데 큰 몫을 했던 회장님의 오른팔,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경제 관료,

전국민적 지탄을 받는 문제를 일으킨 재벌 회장에게 선고유예를 받게 해준 변호사.


‘저들이 과연 천사라는 말인가.’

인간 세상에서 말하는 ‘천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천사들이었다.

이 인지부조화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견 납득되는 면도 있었다.

국정 운영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지만, 천국을 운영한다는 것은 그것보다도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신의 완전무결한 세계를 지키는 일이므로.


나는 금방 받아들였다.

“세상은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한국은 그 마땅함대로 굴러가는 나라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분단국가였고, 자원이 나오지 않아 사람을 갈아 넣어야 겨우겨우 살 수 있는 나라였으며,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듯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선함보다는 유능함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막상 와보니, 천국의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는 적당히 쉬면서 일하는 법을 잊었다.

천국에서 심심하게 죽지도 못하고 사는 것보다 천사로 사는 게 나아 보인다.

살던 대로 살면 된다.


나는 부장 천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20일 오후 07_43_16.png 한국인이었던 천사들. (이미지는 Chat GPT를 통하여 형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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