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방이나 도서관에 들러 서가 앞에 서면,
무슨 책을 읽을지보다
요즘은 어떤 책들이 많이 읽히고 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추천 도서 목록을 훑다 보면,
소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작가들의 책이 유난히 자주 보인다.
그 사실 자체가 문제이거나 불편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다음에 따라오는 의식의 불편함은 있다.
호기심에 몇 권을 집어 들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딘가 익숙한 문장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문제의식이 나쁘다거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장과 정서, 그리고 글의 호흡이,
마치 한번 본 풍경을 다시 마주하는 것처럼 닮아 있다.
"그랬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이런 문장들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심스럽고 또는 부드럽고,
상처를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읽힌다.
다만 책을 덮고 나면,
무언가를 새로 생각하게 되었다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감정을 다시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 남는다.
좋은 말도 반복되면 잔소리가 되는 것 같다고 할까?
반면 소위 보수적이라고 분류되는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같은 진영으로 묶이는 데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고,
사물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때로는 거칠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차이만큼은 또렷하게 드러나곤 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진보냐', '보수냐'라는 구분보다,
왜 이렇게 비슷해졌을까 라는 질문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제부터 담론의 공간이,
이처럼 한 방향의 언어로 채워지게 되었는지,
그 흐름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뿐이다.
다양성을 말하는 시대인데,
글은 오히려 점점 비슷해지고,
사유보다는 정서가 앞서는 인상을 준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던 긴장감은 줄어들고,
대신 안전한 공감과 익숙한 감정이 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괜히 내가 시대에 뒤처진 사람은 아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 마음속에 남는 것은,
분노나 반감이 아닌.
씁쓸함이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보다,
생각이 점점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더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