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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 Aug 13. 2022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1979년생 여성 그녀의 이름은 위지안.


사랑하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세계 100대 대학의 전임강사.


어느 것 하나 남부럽지 않던 그녀. 그리고 그 화려한 인생을 살기 위해 젊은 시절을 오로지 학문에만 불태웠던 그녀. 그런 그녀는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 다른 것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미쳐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들려주고, 그렇게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 주려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불태웁니다.

 

끝내 그녀는 사랑하는 많은 이들을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입장이 되어 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지만 굳이 그것을 애써 느끼거나 생각하는 일은 거의 없지요. 그녀는 죽음이라는 공포와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아픔을 자신의 몸속에 퍼져있는 암덩어리와 싸우면서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요.

 

이제, 그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 중 필자가 특히 감명 깊게 들었던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어째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사소해 보이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커다란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위지안의 남편은 병실에 누워있는 위지안에게 양말을 선물합니다 두텁고 따뜻한 양말을요.


그 양말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각기 불리와 불기(불리불기 : 결코헤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다)가 프린팅 되어 있었습니다.


위지안은 이 글을 보고 다시는 유서 따위는 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감추고만 싶은 진심도 있다는 것


위지안의 아빠는 유명한 요리사였다고 합니다. 위지안은 어릴 적 이따금씩 아빠랑 약수터에 오르곤 했었는데,

아빠의 무릎관절이 안 좋게 된 이후로는 함께 약수터를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위지안의 아빠는 위지안이 병원에 입원한 후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른 새벽부터 약수터에 올라 약수를 떠서 위지안이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물은 위지안에게 좋은 갖은 약재로 우려낸 물이었지만, 위지안은 엮겨워서 먹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위지안의 아빠는 원래부터 구시대적인 낡은 사고방식이나 비과학적인 것들을 혐오해하시던 분이셨고

기도 같은 것도 믿지 않았던 분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위지안의 남편은 물을 거부하는 위지안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아버님이 약수를 뜨시면서 기도를 하셨어"


'사랑한다', '부탁한다', '내 딸의 암세포를 거둬다오'. 


기도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고지식한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결국 위지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답니다.


한 명의 은인이 나의 운명을 바꿔주는 것처럼, 한 권의 책도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은인을 만나는 것은 상당 부분 하늘의 도움인데 비해, 책은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이아닐까"


"내 성취의 절반 이상은 내가 읽은 다양한 책들 덕분이었다. 왜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배은망덕하게."


그때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하고 늦었지만 자꾸 후회를 하게 된다. 나 자신을 조금만 더 소중하게 여길걸



왜 그때는 몰랐던 것일까. 눈물 때문에 모니터의 글자들이 흐리게 보인다. 모니터에서 눈물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 같다 (위지안).


가진 것 하나 없고 인생의 맨 밑바닥으로 떨어진들 어떠리. 넉넉한 마음만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멀리 구름 위까지 날아올라야만 비로소 성공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하나는 침대에 누워서 말도 못 하고, 또 하나는 휠체어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금.


우리는 강인하며 열정적인 포부를 가졌던 그때보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줄 알게 되었다. 

무 외시의 가르침을 알 것 같다. 


"좋은 삶이었고, 이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후회 없이, 화내지 않고 떠날 수 있어 참 좋다."



2011년 4월 19일 새벽. 위지안은 이 세상과 이별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비록 아직은 젊은 나이였으나 우리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녀의 친구는 위지안을 위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난다는 것을." 이라고요 




사실 필자가 위지안의 책을 읽은 지는 꽤 오래된 일이었습니다.


썩 좋은 기억력이 아닌지라, 아마도 저 책을 읽었을 무렵에 필자 또한 그리 순탄지 만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죽음의 가장 큰 고통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살면서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지인들에게 무심코 우리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필자 또한 잘 고쳐지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해서 노력마저 멈춰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끝으로, 오늘을 그토록 원했던 어제 떠난 분들이 부디 평안한 안식에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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