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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 Jun 15. 2023

SEC의 암호화폐 증권성 판단에 대한 고찰과 비판

증권은 금융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산권 및 이익을 나타내는 계약서 또는 문서를 의미합니다. 이에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증권의 본질은 소유권, 채권, 또는 이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은 주식회사의 소유권을 부분적으로 나타내며, 채권은 일반적으로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와, 특정한 급부 권리 (증권상 채권은 특정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빌려온 돈을 정해진 이자와 함께 일정기간후에 반환할 의무를 가진것을 의미함)를 나타냅니다.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른 이익을 나타냅니다.


[도구 Mind Map : 저자 작성]


증권의 역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초의 증권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행된 ‘주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증권은 금융 시장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기업이 자금을 모으고, 투자자가 투자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고, 오늘날 주식회사가 대표적인 기업형태입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증권 시장은 더욱 복잡해지고 세분화되었습니다. 새로운 종류의 증권이 등장하였고, 전자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증권 거래가 급속도로 확산되었으며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은 증권시장의 글로벌화와 함께 국제 증권시장의 형성으로 이어졌습니다. 


SEC는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SEC의 암호화폐에 대한 ‘증권'규정이 과연 타당한지가 궁금해집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한 디지털 자산의 ‘교환수단’으로 활용되는 재화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증권은 일반적으로 화폐로 평가되기 어렵습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채무증권, 수익증권, 지분증권, 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예탁증권 역시 ‘화폐’로 직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유는 항을 바꾸어 상술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와 같이 동등한 암호화폐와 교환이 가능하고, 쪼개어 교환이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 재화나 상품과도 교환이 가능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체가능성). 


그렇다면, SEC가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 ‘투자 계약의 존재


SEC는 암호화폐가 "투자 계약"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1946년에 있었던 유명한 사건, SEC v. W.J. Howey Co에서 제시된 "Howey 테스트"를 기반으로 합니다. ‘Howey 테스트’에 따르면, 투자 계약은 “투자자가 돈을 투자하고그 투자가 공동의 기업에 투입되며투자 수익이 투자자가 아닌 제삼자의 노력에 의존하는 경우”에 존재한다고 정의합니다. 이러한 ‘투자계약’ 형태를 기초로 SEC는 암호화폐는 모두 ‘Howey 테스트’에 통과하여야 한다는 강한 견해를 가지고 있어,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투자자 보호


SEC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SEC는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규정함으로써,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사기와 같은 부정행위를 방지한다는 것입니다.


‘투자계약’을 평가하는 Howey 테스트(ⅰ,ⅱ,ⅲ)를 암호화폐에 비교법적 방식으로 대입해 보겠습니다.


[ICO 및 프리세일]


암호화폐의 ICO(Initial Coin Offering) 및 프리세일은 새로운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위해 (발행자 or 발행인)가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이는 주식회사와 같이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법 (IPO)과는 다르게, 투자자들에게 ‘토큰’ 또는 ‘코인’을 판매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토큰은 프로젝트의 플랫폼에서 사용될 수 있거나, 향후에 이익을 얻기 위해 판매될 수 있습니다.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프로젝트 개발 (발행사): 프로젝트팀은 암호화폐 또는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또는 제품을 개발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초기 블록체인 프로토콜타입을 만들며,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합니다.


2. 백서 작성: 프로젝트팀은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계획을 설명하는 백서를 작성합니다. 백서는 프로젝트의 목표, 기술적 세부사항, 팀 구성원, 토큰 배포 계획, 자금 사용 계획 등을 포함합니다.


3. 프리세일: 프리세일은 ICO 전에 투자자들에게 토큰을 사전 판매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대개 토큰을 할인 가격으로 판매하며, 이는 투자자들에게 초기 투자의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광고효과를 부여합니다 (불법 다단계는 여기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4. ICO: ICO는 토큰의 공식 판매 단계입니다. 투자자들은 피아트 화폐(명목화폐 ex: USD, EUR, YEN) 또는 다른 암호화폐(예: BTC, ETH)를 사용하여 토큰을 구매합니다 (국내는 이를 원화마켓과 코인마켓으로 평가합니다). 


5. 토큰 배포: ICO가 끝나면, 토큰은 투자자들에게 배포됩니다. 이는 대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화되며, 투자자들은 자신의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제공하여 토큰을 받습니다.


6. 상장: 토큰이 배포된 후, 프로젝트 팀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토큰을 상장할 수 있습니다. 이는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이 토큰을 사고팔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상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팀이 자신들의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거래소에 상장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때 지불하는 수수료는 거래소에 따라 다르며, 몇 천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에 이르기도 합니다.


상장 후에는 프로젝트팀이 직접적으로 거래소로부터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되면 투자자들이 그 토큰을 사고팔 수 있게 되므로, 토큰의 가치와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프로젝트팀이 초기에 보유하고 있는 토큰의 가치를 높이고,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이고 토큰이 가치를 가지는 경우에만 해당되며, 모든 암호화폐 프로젝트나 토큰이 성공적으로 상장되거나 가치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프로젝트팀은 상장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인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투자자들이 프로젝트팀 즉, 암호화폐 발행사에 대한 주식과 같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점과 투자로 인한 수익을 프로젝트팀과 공유하거나, 분배하지도 않는다 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암호화폐는 Howey 테스트 ⅰ), ⅱ)에 부합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권성'이 인정될지가 의문입니다.


다만, 암호화폐는 사이버 공간에서 마치 ‘금’과 같은 형태의 ‘디지털 금’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기초자산으로서의 ‘파생상품’으로 해석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채권성’ 은 경우에 따라 부합할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투자수익이 투자자가 아닌 ‘제삼자의 노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Howey 테스트 ⅲ) 에는 부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Howey 테스트 ⅲ)에서 요구하는 ‘제삼자의 노력’ 은 누구의 노력을 말하는 것일까요?


SEC의 증권법 위반은 암호화폐에 대한 법률효과가 대상 법률 요건에 부합한 지의 여부와, 관련 플랫폼의 운영방식, 암호화폐 중개거래에서의 시세 개입여부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호화폐의 증권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SEC에 있습니다.


SEC는 바이낸스 기소장에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속된 말로 “자기들 허락 없이 제멋대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미국 투자자들을 유혹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것”입니다. 기소장에 이러한 표현은 매우 이례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계속하여 많은 학자들이,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 9. 7. 엘살바도르는 세계 최초로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언했습니다. 그 밖에 독일, 일본, 스위스 등도 암호화폐를 교환가치를 지닌 화폐나 재화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차원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화폐의 역사적 변천과정과도 부합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보다 우월성을 지닌 것은, 빠른 결제방식과 탈중앙화에 따른 중개수수료의 절감, 가변성등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글로벌화에서 매우 유용한 활용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피아트화폐는 ‘명목화폐’를 의미합니다. 명목화폐는 상품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권력에서 그 가치를 얻습니다.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은 개인의 금소유를 금지시키고, 금을 담보로 한 화폐발행을 종료했습니다 (금 본위제 폐지). 현재의 법정화폐의 단점은 돈의 잘못된 관리(특히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의- 이러한 견해는 결코 사회주의의 우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돈의 과잉 인쇄 (유동성완화)로 인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 대표적입니다. 


2008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제안한 사토시 나카모토의 논문 역시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와 중앙은행에 대한 강력한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고, 당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졌던 시기 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사토시의 ‘비트코인 : 개인 간 디지털화폐 시스템’의 제안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명목화폐의 장점은 모든 허용되는 화폐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와 반면, 도난이 가능하고, 정부 신뢰 실패 (대표적으로 부채발행, 경제침체)에 취약하며, 범죄적으로 복제될 수 있고, 물리적이고 보관하기가 불편하며, 무엇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폐가 팽창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은 어떤 상품이든 뒷받침하지 않으며, 중앙통치 기관이 없고, 디플레이션이며, 물리적 현금이 아니고, 국적이 없기 때문에 ‘명목화폐’가 아니며, 물질적 측면에서 사이버 상의 금(디지털 금)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어느 국가의 고유상품이나 고유기술 및 서비스를 다른 국가의 고유상품이나 고유기술 및 서비스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은, 현재로서는 명목화폐가 유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등한 가치나 지위를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는, 명목화폐의 가치에 따라 차등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국가와 국가, 구성원과 구성원 사이의 양극화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개인화를 촉진시키면서도, 연결성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모든 예측 가능한 현상을 미리 구성하는 매우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가상공간에서 대화하고 활동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미리 가늠할 수 있게 하여, 비용을 절감시키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시킬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NFT는 가상공간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탐욕을 표출하고, 부각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 아니, 정확히 말해 디지털화폐와 법정화폐의 경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경쟁이 미래지향적 측면에서 공존하고,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SEC의 바이낸스에 대한 증권법 위반 기소는, 한편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무리한 측면이 존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자를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중앙정부의 선의라 할 수도 있는 두 측면에서 매우 복잡한 문제라 생각하지만, 사견으로는 전자가 더 강하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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