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는 시기, 어느 사회든 갈등의 중심에는 사법부의 판단이 서게 됩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불가피하게 누군가에게는 불만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그 불만이 비판을 넘어 비난으로, 그리고 다시 협박과 압박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단지 감정적 반응을 넘어선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입니다.
우리는 흔히 법원의 판결에 대해 "비판은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법치주의가 작동하는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며,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오히려 사법의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선을 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법관 개인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 특정 판결을 겨냥한 정치적 협박, 그리고 거리에서 쏟아지는 무책임한 선동. 이러한 행위는 더 이상 비판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법권에 대한 폭력이며, 헌법이 보장한 권력 분립의 원칙에 대한 명백한 훼손입니다. 이 점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한 가지 자문해야 합니다.
"내가 법원을 협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순간, 나는 과연 법의 보호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 재판제도는 3심제를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1심 판결에 이의가 있다면 항소하고, 2심에서도 억울하다면 상고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지 절차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국가가 보장하는 사법적 정의의 안전장치입니다.
결과에 승복한다는 것은 판사의 판단에 무조건 따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법적 절차의 정당성과 결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의미합니다.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절차와 체제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곧 우리 공동체의 법적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행위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공직선거법 관련 판결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정치적 반응을 보며 한 가지 우려가 생깁니다.
"이 나라는 언제부터 법원의 판단에 힘으로 응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는가?"
대법원 판결에 대한 감정적 대응은 결국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법치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그 어떤 사회도 사법의 독립 없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습니다.
정치가 흔들릴 때, 그 마지막 중심은 사법의 독립성과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서 절제된 긴장을 지켜내는 법원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랍니다.
법원이 그 사명을 단호히 지켜주기를.
그리고 법과 정의 앞에 흔들림 없이 그 칼을 들 수 있기를.
“법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방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