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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일의 안도와 한숨 사이

by 이보

오늘은 급여일입니다. 정오를 알리는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사무실 곳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슬쩍 확인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보입니다. 빛바랜 커피 잔 옆으로 뜨는 문자 한 줄 “○○은행 급여 입금” 이 짧은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안도의 숨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깊은 한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창가에 서서 복잡한 마음으로 바깥을 바라봅니다. 맑은 하늘 아래 비친 풍경은 더욱 푸르게 풍성해졌지만, 그 속을 채우는 매출은 어제보다 조금 더 줄어 있습니다. 경영자는 고정비와 원가 사이에서 밤마다 머리를 쥐어뜯고, 근로자는 장바구니 앱을 열어놓고 ‘결제’ 버튼 앞에서 오래 망설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그래프 위, 다른 좌표에 서 있을 뿐입니다.


“이 월급이 과연 다음 달에도 안전할까?”
“이번 매출로 인건비를 맞출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질문이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정직하게 일한 대가가 온전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함께 버티어 다음 달을 맞고 싶다는 마음.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바로 이 순간, 우리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경영자가 내민 임금 명세서와 근로자가 건넨 노동력은 서로를 증명하는 서명과도 같습니다. 한쪽의 고통이 다른 쪽의 안도만을 낳는 구조라면, 테이블은 곧 균형을 잃고 기울겠지요.


그러니 오늘, 급여일의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자리에 작은 약속을 더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경영자라면, 계산서 너머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번 달은 비록 적자일지라도 투명하게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겠다는 다짐을. 근로자라면, 지갑이 얇아진 현실 속에서도 내가 만드는 가치가 누군가의 회사를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완벽한 숫자가 채워지지 않더라도 서로의 노력을 먼저 인정하자는 약속을.


급여 알림은 한 달간의 수고를 요약한 결과이지만, 동시에 다음 달을 준비하라는 초대장입니다.


어려운 시기에야말로,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 동료의 격려, 투명한 대화, 작은 배려가 회사를 다시 숨 쉬게 합니다. 오늘 통장에 찍힌 금액이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상 위에 남아 있는 커피 향, 타자를 치는 손끝의 분주함, 서로를 향해 건네는 짧은 농담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내일로 옮겨 주는 연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적어 봅니다.


“이번 달도 잘 버텼다."
"다음 달에는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불황의 바람은 거셀지 몰라도, 같은 배에 탄 우리가 노를 놓지 않는 한 배는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 받은 급여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연대의 임금을 마음속 통장에 저축하며, 서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우리의 다음 급여일이, 조금은 덜 무거운 내일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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