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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84조의 방패

멈추지 않는 시계

by 이보

대통령에게는,

형사소추를 유예해 주는 헌법 제84조라는 방패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재임 중에는 재판이 멈춘다"는 사실까지는 알고 있지만,

그 방패가 끝이 아니라는 점은 종종 잊어버립니다.

공소시효 역시 대통령 임기 동안 함께 멈춘다는 사실 말입니다.

여전히 이미 진행된 재판은 멈출 거라는 견해와, 계속된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재판은 멈출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기가 끝나는 순간,

멈춰 있던 시계는 다시 째깍거리기 시작하고,

중단되었던 재판은 즉시 재개 됩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전직 대통령이 법정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목격해 왔습니다.

보호막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그렇다면, 당선인이 자신을 향해 달려올 시간을 어떻게든 늦추고 싶어 한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그 우려를 없애려는 유혹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 길을 열어줄 힘, 즉 '국회의석'입니다.

다수의석을 가진 여당이라면,

형사절차나 사법 인사제도를 바꾸는 데 필요한,

문턱이 낮아집니다.


또한 정적을 '국가전복 세력'으로 규정한다면,

의회의 이름으로 적을 몰아낼 수도 있습니다.

사법부의 인사제도를 손봐 대법관 수를 늘리거나,

늘어난 자리에 우군을 대거 앉히는 방식으로 재판의 균형추를 바꾸는 일조차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속도전으로 전개한다면 1년이면,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되기에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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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선택에 기로에 서 있는 듯합니다.

견제와 균형으로 굴러온 헌정질서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강한 단일 권력이 오래 작동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헌법 조항 한 줄이 던지는 질문 앞에서,

우리의 마지막 안전장치는 투표밖에 없다는 현실이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유권자 각자의 손에 쥔 한 표가,

권력의 속성을 바꿀 수도,

그대로 두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역사는 늘 그렇듯,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편에 서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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