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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의 한계

by 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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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거리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 세 사람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으면 그 한계선은 사라진다. 정치도, 사회질서도 그 본질은 이 간단한 진리에 있다.


우리가 마주한 오늘날의 정치적 갈등은, 결국 서로 다른 위치에서 뻗은 손들 사이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의 문제이다. 내 손만 길다고 상대를 붙잡을 수는 없다. 상대의 손도 내 손만큼 소중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에만 그 공백은 좁혀진다. 결국 협치란 거창한 이론이 아닌, 서로를 향해 한 발씩 다가서려는 실천적인 의지에서 시작된다.


사회질서 또한 마찬가지다. 신호등 하나가 도시를 움직이듯, 작은 규범이 공동체 전체를 안전하게 이끈다. 신호를 무시하는 한 사람은 자신만 빨리 가겠지만, 그 순간 도시는 멈춰 서게 된다. 내가 지키는 약속이 곧 타인의 안전망이 되듯이 질서 또한 '나 하나쯤'이 아닌 '우리 모두'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손과 손이 '어디까지' 닿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닿았는가 이다. 억지로 움켜쥔 손은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며 맞잡았을 때 비로소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


정치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손이 아직 닿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손을 놓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손은 지금 누구를 향해 뻗어 있는가? 나는 상대의 손을 온전히 잡을 준비가 되었는가?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거대한 담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내가 먼저 내민 손끝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정치든, 일상의 작은 약속이든, 서로를 향해 기꺼이 손을 맞잡을 때 사회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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