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과 파산이 늘고 있습니다.
전문직이라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오래전, 산부인과가 무너질 때
제일 먼저 무너진 건, 남자 산부인과 의사였습니다.
출산율이 줄었고,
환자들은 남자 의사에게 몸을 맡기는 걸 꺼렸습니다.
그들의 몰락에는 사회 변화뿐 아니라,
자기 책임도 없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중 한 의사의 개인회생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변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줄어드는 수임, 늘어나는 빚.
회생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 역시도 도운 기억이 있습니다.
회생과 파산은 다릅니다.
회생은 '갚을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소득이 있어야 하고,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몇 년간 갚아야 합니다.
게다가 재산이 많으면, 회생도 어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합니다.
그래서 국가는 '도산법'이라는 구조망을 만들었습니다.
IMF 이후 파산은 제도화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제도를 통해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전문직에게는,
같은 제도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의사나 변호사가 파산하면,
면허를 잃습니다.
생계수단을 잃는다는 뜻입니다.
왜 그들에게는
파산이 허용되지 않을까요?
평등을 말하면서,
왜 이들만 예외일까요?
사회적 책임.
존경받는 직업이기에,
그만큼 더 무겁게 책임지라는 것일 겁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정치인은 어떤가요?
정치인은 국민이 선택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법 위에 서 있지 않습니다.
법을 만드는 자들이라면,
법을 더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더 높은 품위와 책임을 지녀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반대의 현실을 목격합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국민도,
그 누구랄 것 없이 버거운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정치인은
묘하게 멀쩡합니다.
그들은 특권을 누리면서도
책임 앞에서는 숨어버립니다.
마치 무너지지 않는 성처럼 굳건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생계는 누구로 부터 비롯됩니까?
바로 당신과 나.
평범한 우리 모두의 피와 땀이 빚어낸 결과 덕분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우리가 그들을 두려워해야 합니까?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파산을 선고할 때입니다.
그들의 무소불위 면허를 박탈하고,
진정 국민을 위하는 사람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그럴 준비,
당신은 되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