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수호의 의지가 있는 정권이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행정부 내부에서 “내란 가담 여부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공무원 75만 명의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권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이 조치가 가진 헌법적 문제는 너무나 분명하다.
휴대전화는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다. 현대인의 통신 기록, 금융 정보, 인간관계, 업무자료, 위치기록 등 개인의 삶 전체를 담고 있는 ‘디지털 신체(digital body)’에 가깝다.
그래서 현대민주주에서 이 디지털 영역은 가장 강력히 보호되는 개인 사생활의 핵심 부분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다음 세 가지 원칙을 통해,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감시를 차단하고 있다.
(1) 영장주의(헌법 제12·16조)
휴대전화 분석은 개별적 혐의 + 구체적 사유 + 법관의 영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2)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헌법 제17조)
개인 정보가 대량으로 노출되는 포괄적 조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3) 통신의 비밀(헌법 제18조)
통신·메시지·기록을 국가가 일괄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 침해다.
이 세 가지 원칙은 국가 위기 상황에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심지어 계엄, 비상조치 등 특수 상황에서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헌법 제37조 2항). 따라서 공무원 75만 명을 ‘집단적 의심 대상’로 분류해, 일괄적으로 휴대전화를 검사한다는 발상 자체가,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 또한 그 주된 핵심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 침해였다.
201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Riley v. California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휴대전화는 개인의 삶 전체가 축적된 장치이며, 영장 없는 수색은 위헌이다.”
이 판결은 전 세계 사법기관에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한국에서도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휴대전화 포렌식을 가장 강력한 기본권 침해행위로 분류한다. 이런 국제적 기준을 고려하면, 공무원 7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일괄 검열은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공무원 휴대폰 검열의 명분은 “내란 가담 여부 규명”이다. 그러나 내란이 실제 존재했는지조차 현재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내란은 형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혐의는 개별적으로 특정되어야 하고 법률에 따라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제기된 방안은 “공무원 전체를 잠재적 내란 범죄자”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는 국가권력이 정치적 불확실성, 모호한 의혹을 근거로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전형적 패턴이며, 전 세계적 민주주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붕괴의 첫 단계와 유사하다.
이 문제의 본질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또한 수사기관의 권한 문제도 아니다. 핵심은 헌법을 대하는 태도다. 국가 행정부가 영장주의를 건너뛰고, 국민을 집단적 혐의자로 취급하며, 디지털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열람하려 한다면, 그 정권은 헌법을 존중할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헌법 제65조는 “중대한 헌법 위반은 탄핵 사유”임을 명확히 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행정부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발상을 ‘검토할 수 있을 만큼’ 헌법 감수성을 잃게 되었는가?
국가 권력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순간, 어떤 정권이든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없다.
공무원 75만 명의 개인 휴대전화를 검열하겠다는 발상은,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이든 그 구상 자체만으로도 헌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들, 권력이 “해도 되는지” 조차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헌법을 지키는 것은 국가를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먼저 있다.
다음 차례는 어쩌면 우리 국민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