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이가 되었다.
대체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지만,
그 치열함 속에서도 자유대한민국에서 살아왔다는 건
어쩌면 행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알던 것들은 이제
하나둘씩 낡고, 바뀌고, 사라져 간다.
사람의 얼굴이 바뀌고, 제도의 이름이 달라지고,
언젠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가치들마저
권력의 편의 속에서 퇴색되어 가는 것을 묵도한다.
법이 사람을 지켜주던 시절이 있었다.
권력이 법 위에 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고,
재판은 진실을 향한 마지막 과정이라 믿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믿음이 흔들린다.
법의 이름으로, 정의의 언어로,
권력이 자신을 보호하는 장면들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개혁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누군가의 개혁은 누군가의 장악이 되고,
누군가의 정의는 또 다른 억압으로 변한다.
법은 늘 냉정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요즘의 법은 너무 말이 많다.
판결보다 여론이 앞서고,
양심보다 정치가 앞선다.
그 틈에서 진실은 점점 작아지고,
침묵은 죄처럼 취급된다.
나는 다시 묻는다.
법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과연 누구를 위한 말인가.
법이 권력의 편에 서는 순간,
그 사회는 이미 법치를 잃는다.
그리고 법이 두려움을 잃고,
권력이 부끄러움을 잃을 때,
그 끝은 언제나 비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