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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무법인 미션 Apr 29. 2022

TV 프로그램 저작권


지난해 유튜브에서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들이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는 ‘가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매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그 제목에서부터 과거 인기를 얻었던 TV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현역 군인이 아닌 이들이 군대를 체험한다는 면에서는 ‘진짜 사나이’와 유사했으나, 출연자들에게 혹독한 특수부대 훈련을 받도록 하면서 차별점을 두었습니다.


비단 ‘진짜 사나이’와 ‘가짜 사나이’가 아니더라도 예능 등 TV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형식을 차용하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각 방송사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나씩 편성했고,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연애를 관찰하는 예능이 유행을 타면서 역시 비슷한 컨셉의 프로그램들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TV 프로그램의 컨셉 등에는 저작권이 없는 것일까요? 한 방송사에서 만든 TV 프로그램 형식을 타 방송사에서 모방한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없는 것일까요?



사실관계


A 방송사는 결혼적령기에 있는 일반인 남녀가 ‘애정촌’이라는 공간에 모여 일정기간 생활하며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녹화한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이하 ‘A 프로그램’)을 창작하였습니다. 그런데 B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이하 ‘B 프로그램’)에서 이를 모티브로 한 코너를 만들면서 ① A 프로그램은 저작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② 보호받을 수 있다면 B 프로그램은 A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먼저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은 무대, 배경, 소품, 음악, 진행방법, 게임규칙 등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고, 이러한 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나 방침에 따라 선택되고 배열됨으로써 다른 프로그램과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의 창작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 각각의 창작성 외에도, 이러한 개별 요소들이 일정한 제작 의도나 방침에 따라 선택되고 배열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우러져 그 프로그램 자체가 다른 프로그램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있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는지도 고려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면서, A 프로그램의 개별적 요소들은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나, 그 요소들의 선택이나 배열에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A 프로그램이 저작물임을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판결 참조).


그러나 B 프로그램이 A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① A 프로그램은 일반인 남녀가 출연하여 구체적 대본 없이 진행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것에 반해 B 프로그램은 전문 연기자가 구체적 대본에 따라 연기를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인 점, ② A 프로그램은 진지하게 짝을 찾아가는 남녀와 그들의 상호작용을 대상으로 하여 전체적으로 심각하고 긴장감 있는 느낌을 주도록 개별 요소들을 배열한 데 비해 B 프로그램은 코미디물로서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점을 들어 두 프로그램은 표현상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A 방송사의 저작권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대법원은 A 프로그램이 일반인 남녀의 합숙 생활, 출연자에 대한 속마음 인터뷰, 다큐멘터리 프로와 같은 내레이션 사용 등 창작적 개성을 가지고 있어 저작물로 인정되기는 하나, B 프로그램은 A 프로그램과 성격, 등장인물, 구체적인 사건의 진행과 내용 및 그 구성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아 양자 간의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론


이처럼 대법원은 TV 프로그램의 창작적 개성은 인정하면서도, 단지 프로그램의 형식을 일부 모방한 정도로는 해당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B 방송사의 다른 영상물에 대해서는 A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구조뿐 아니라, “남녀 출연자들의 복장과 호칭, 자기소개, 같이 도시락을 먹을 이성 상대방 선택, 제작진과의 속마음 인터뷰 및 내레이션을 통한 프로그램 전개 등 A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을 그대로 사용”하였다며 A 방송사의 저작권 침해 주장을 인용하였으므로, 컨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컨텐츠가 기존 컨텐츠의 형식만을 일부 모방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핵심 요소들까지도 그대로 사용하는지를 점검하여 저작권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MISSION 박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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