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법은 타인이 등록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를 상표권 침해행위로 보아 처벌하고 있습니다(상표법 제108조 제1항). 여기서 ‘상표의 사용’이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는 등의 행위를 말하고,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2후123 판결 참조). 그렇다면 돈을 받고 파는 물건이 아닌,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은품이나 판촉물에 타인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도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할까요?
문제된 사건에서는 피고인 A가 수영복 브랜드인 ‘스피도 speedo’의 상표를 임의로 표시하여 수건을 제작한 후, 이 중 200여 개를 거래처인 X회사에 1개당 45,000원에 판매하였고, 100여 개는 다른 거래처에 사은품 내지 판촉용으로 무상 제공했습니다. 피고인 B 역시 위 수건이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임의 제작된 것임을 알면서도 약 290개를 자신의 거래처에 무상 제공했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피고인 A가 X회사에 판매한 수건 200개는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므로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A의 상표법 위반 행위를 인정하였지만, 피고인 A와 B가 각 거래처에 무상으로 제공한 수건은 판촉물에 불과하여 상표법상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19노694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수건의 외관이나 품질이 일반 거래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유통되는 수건 제품과 유사한 점, 피고인 A가 실제로 이를 거래처 X회사에 판매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들어 “위 수건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 상품에 해당하고, 위 수건 중 일부가 사은품 또는 판촉물로서 무상으로 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무상으로 제공된 부분만을 분리하여 그 상품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피고인들의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도2180 판결).
한편, 과거 대법원은 연예 잡지를 발행하던 피고인이 독자들에게 사은품으로 외국 영화배우들의 사진을 모은 책자를 발행하여 제공한 사건에서, 해당 책자는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거래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없다며 ‘광고매체가 되는 물품’에 불과할 뿐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8후58 판결).
정리하자면, 대법원은 특정 물품이 사은품 등 무상으로 제공되는 경우까지도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해당 물품이 일부 거래관계에서는 대가를 받고 판매되었다면, 비록 다른 거래관계에서 무상으로 제공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부 무상 제공된 부분만 상품성을 부정하여 상표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