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무법인 미션 May 09. 2022

변호사가 본 트레바리 성추행 사건, 누구 책임일까?

- 이 글은 법무법인 미션의 변호사들과 스타트업 포레스트가 만드는 뉴스레터 '로스규이'의 5월 9일 월요일 발행분입니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의 변호사로서, 더욱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매주 월요일에 레터를 무료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로스규이 신청하기 링크

- 변호사의 관점으로 한 주간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일 혹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알면 좋을 법률 지식을 먹기좋게 구워드려요!

기존에 발행된 레터는 #여기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트레바리 '파트너'의 성추행은 '뒤풀이'에서 일어났다

© 트레바리

요즘에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들도 많죠. 특히 취향이나 취미를 기반으로 한 모임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함께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저는 마음 속에 담아둔 아픔을 꼭 꺼내보이지 않아도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저와 비슷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문제도 뒤따르는 걸까요?


최근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번 사건의 책임이 트레바리 측에게도 있는지가 논란이 됐어요. 모임의 참여자가 개인적인 일탈로 저지른 사건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가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는 플랫폼인만큼,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플랫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분쟁도 자주 일어나요. 플랫폼 이용자의 손해에 대해서 플랫폼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지는 법무법인에서도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에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중이라는 사실을 #지난 로스규이에서 소개해드렸죠. 그렇다면 이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플랫폼은 이용자의 피해에 책임이 없을까요? 플랫폼은 언제, 어떤 소비자 피해에 책임을 지게 될까요?


오늘은 서비스 운영 중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플랫폼은 어떤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아요. 축구가 본업, 변호사가 취미라는 변호사 K⚽️가 오늘 사안을 설명해줄 거예요!



로스규이 굽기 조절 


독자님이 창업자라면?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고 계시다고요?독자님의 서비스 역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요. 어떻게 해야 미리 대처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알아보세요.


독자님이 서비스 이용자라면?

플랫폼 사용하다 입은 손해,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다고요? 플랫폼 측의 말대로, 정말 플랫폼은 사고에 아무 책임이 없을까요? 플랫폼에게 책임 묻는 방법, 로스규이를 읽고 또박또박 따져보세요.



에피타이저 | 사용자책임과 플랫폼


우리 민법에는 사용자책임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A가 B를 사용하여 사무에 종사하게 할 경우, B가 사무집행에 관해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하면 그 손해를 A가 배상해야 하는 내용인데요(민법 제756조). 한마디로, 사장님(A)이 고용한 직원(B)이 사고 쳤을 때, 사장님(A)에게도 손해를 물을 수 있게 하는 제도예요.


플랫폼도 특정한 경우에 사장님처럼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어요. 책임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판단 기준은 피용자(B)가 '플랫폼의 서비스'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예요. 실제 내부관계가 어떻게 되든, 소비자의 입장에서 피용자의 행위를 플랫폼의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소비자는 "피용자(B)는 플랫폼이랑 한 몸 아냐? 난 플랫폼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은거나 다름없으니 플랫폼 너도 책임져!"라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메인 디쉬


배달의 민족 라이더가 새우튀김을 빼먹었을 때, 쿠팡 입점업체가 짝퉁을 팔았을 때, 트레바리 파트너가 뒤풀이에서 성추행을 했을 때, 이 세 가지 케이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플랫폼이 아니라 플랫폼에 관계된 사람이 저지른 사고라는 점인데요. 언제 배민, 쿠팡, 트레바리가 책임을 지는지 살펴볼게요. 공정위도 언제는 책임이 있다고 했다가 언제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구요? 왜 그렇게 판단하는 지도 함께 차근차근 풀어드려요.


잠깐!

✔️법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로스규이는 공식 홈페이지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기준으로, 오로지 유익한 정보 전달을 위해 오늘 레터를 작성했어요.



라이더가 새우튀김을 빼먹는다? 배달의민족이 책임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배달 음식 빼먹기 난이도/팁' 게시글이 논란이었죠. 배달의민족의 이용약관에는 '플랫폼은 배달음식 빼먹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는데요. #공정위에서는 배달로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배달의민족이 책임을 지도록 했어요. 공정위는 이용약관의 해당 조항을 불공정약관으로 본 거죠.



변호사 K⚽️가 읽어주는 공정위의 입장 : '배달'은 배달의민족 서비스니까!


공정위가 배달라이더의 행위에 대해 배달의민족 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민법상 사용자책임이 배달의민족에 성립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거예요. "실제 배달은 배달기사가 했지만, 배달의민족이 배달 한 거나 다름 없으니까 배달기사의 잘못도 배달의 민족이 책임져!"라고 말할 수 있는거죠.


'배달'을 배달의민족의 서비스로 본 건데요. 타당해보여요. 서비스 이름부터 '배달의민족'이니 소비자는 당연히 '배달'이 서비스 내용이라고 파악할 수 있어요. 배달의민족 이용약관 제5조에서도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적어두었고요. 법원에서는 '일반인들이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파악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했으니, 일반인에게 노출되는 회사 이름, 서비스 공고내용, 이용약관, 광고 문구 등이 판단 기준이 될 거예요.



짝퉁을 팔았어도 쿠팡은 책임 없어, 입점업체 잘못!


한편, 쿠팡의 입점업체가 짝퉁을 팔았다고 하더라도 쿠팡은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배민과는 다르죠? 쿠팡 이용약관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등록된 상품의 품질이나 적법성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는 조항이 반복적으로 들어가 있는데요. 실제로 #공정위에서는 "위조상품과 관련해서는 법 조항이 없어 현재 손을 댈 수 없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공정위는 왜 '배달라이더'의 행위에 대한 '배달의민족'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입점업체'의 행위에 대한 '쿠팡'의 책임은 부정할까요?



변호사 K⚽️가 읽어주는 공정위의 입장 : '판매'는 쿠팡의 서비스가 아니니까!


쿠팡은 '통신판매중개' 서비스일 뿐 '통신판매' 자체가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소비자도 짝퉁을 판 게 쿠팡이 아닌 걸 알고 있으니까, 쿠팡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거죠.


"아닌데, 난 쿠팡을 믿고 거래한건데?" 라고 할 수 있지만, 법원은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어떻게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요. 결국 이용약관이나 홈페이지, 광고 등이 기준이 되겠죠. 쿠팡이 반복적으로 '제품 판매'는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라고 명시하는 이유예요. "우리는 판매자들을 소개만 하는거야!"라고요.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쿠팡이니까' 입점업체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조회해보지 않고 사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래서 앞서 #로스규이 레터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요.



뒤풀이까지 트레바리의 '서비스'일까?


그러면 오늘의 주제, 트레바리로 돌아올게요.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독서 모임 스타트업이에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죠. 트레바리 모임은 4개월에 19만원~40만원을 내고 참여하는 유료 모임인데요.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트레바리 모임, 클럽에 참가하는 멤버들은 한 달에 한 권씩 정해진 책을 읽고, 모임 이틀 전까지 독후감을 쓰고, 아지트에 모여 책에 대해 대화하고, 뒤풀이와 번개를 통해 친해진다고 해요.



트레바리 성추행 사건은 독서모임이 끝난 이후, 뒤풀이에서 발생했는데, 뒤풀이도 트레바리의 서비스 일까요?


일반인들은 '광고와 공고 내용'을 보고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파악한다고 했는데요.트레바리 멤버십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뒤풀이'가 제공된다는 내용이 공고나 광고에 있다면, 멤버들은 '뒤풀이'를 멤버십 서비스 계약의 일부로 인식했을 거예요.


트레바리 클럽 공고에서는 멤버 혜택으로 뒤풀이와 번개를 언급하고 있어요. 멤버십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뒤풀이까지 멤버십 서비스로 인식하고 기대했을 수 있겠죠?


여기에 더해 트레바리 클럽 모토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점도 영향을 줄 수 있겠군요. 트레바리는 사람들을 더 친하게 하는 것 자체를 서비스의 일환으로 이용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트레바리의 피나는 노력에도 사건이 발생했다면!


물론, '파트너'들을 선발하고 관리할 때, 트레바리가 철저히 살펴보고 교육을 했는데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을 거예요. 만약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과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면,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면제해주기도 해요.


성추행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트레바리가 파트너를 채용할 때, 나이, 경력, 범죄 경력, 평판 조회 등을 꼼꼼히 확인하였다면, 파트너 '선임' 과정에서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채용 이후에도 성교육을 실시하고, 멤버들로부터 파트너의 진행에 대한 피드백을 매번 받았다면 '사무감독'에 있어서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겠죠. 단, 이 내용은 트레바리 측에서 직접 증명해야 한답니다.



플랫폼 창업자 To Do List


아니 그럼 플랫폼 사업자가 모든 사고에 책임을 져야하는 건가, 막막하신 독자님들도 계실 거예요. 플랫폼 사업을 하고 계신 독자님들을 위한 가이드라인! 지금 바로 알려드릴게요.


☝️ 이용약관과 광고에 서비스 내용을 알릴 때는 조심 또 조심!


이용약관이나 광고는 고객과의 약속으로 볼 수 있어요. '내가 돈을 받는 대가로 이걸 줄게!' 하는 글이니까요. 예를 들어, 개발자를 소개하면서 ‘개발자와 분쟁이 생기면 내가 직접 해결까지 도와줄게’라고 광고했다면, 분쟁이 생겼을 때 정말로 끝까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줘야 해요. 광고를 만들 때나 이용약관을 작성할 때 우리 서비스라고 적은 내용이라면, 잘못에 대한 책임까지 확실히 진다는 걸 기억하세요!


+ 실제로 #판례는 리조트 숙박권 서비스 내용을 파악할 때 광고의 상품 설명을 참고해서 판단을 내렸어요. 리조트에서 숙박권 판매 광고에 '무료 승마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적었다는 이유로, 판매자의 리조트 숙박권 서비스 안에는 무료 승마체험이 포함된다고 봤어요.



☝️ '피용자'는 우리의 얼굴, 뽑을 때도 조심! 뽑고 나서도 관리!


사용자(사장님)가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는 사용자가 증명해야 해요. 그럼에도 사실 법원에서는 그 의무를 다했음을 쉽게 인정해주지도 않는답니다. 그래서 뽑을 때 조심해야 하고, 뽑고 나서도 철저히 교육, 관리해야 하고, 그 기록은 모두 다 남겨두는 게 좋아요.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계약을 해지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관리행위로 인정될 수 있어요.




후식 물냉면 | 파트너, 트레바리 피용자야?


에피타이저에서 맛본 것처럼, 사장님(사용자 A)은 직원(피용자 B)이 사고 쳤을 때 뒷수습을 해 줘야 해요. 바로 사용자 책임을 통해서요. '트레바리의 '파트너'도 피용자로 볼 수 있나? 정직원도 아닌데 트레바리가 파트너 잘못까지 책임지는 건 너무한 거아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우리 법원에서는 피용자를 굉장히 넓게 인정하고 있어요. 꼭 고용관계에 있거나 정직원이 아니어도, 심지어 무료나 호의로 잠깐 도와줬더라도 '피용자'가 될 수 있다고 봐요. 회사의 서비스를 수행하는 사람이었다면, 돈을 받고 일을 했던 잠깐 일했던 회사는 이익을 봤으니 책임도 있다고 보는 거죠.


단, 사장님이 일을 시킬 수 있는 '지휘감독관계'에 있는지는 고려한답니다. 지휘감독관계는 실제로 명령을 내렸는 지로 보지는 않구요. 객관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 지를 계약서 조항을 통해서 확인해요.


그럼 '파트너'는 트레바리의 피용자일까요? 그래서 트레바리와 일심동체, 한 몸처럼 볼 수 있을까요? '파트너'는 트레바리에서 고용한 정직원은 아니에요. 하지만 클럽 운영 임무를 수행하는 대가를 트레바리로부터 받고있다고 볼 수 있어요. 트레바리는 파트너에게 월 10만원을 주고 서비스 이용료를 면제해주고 있거든요.(물론 돈을 안받았다하더라도 '피용자'가 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트레바리가 파트너를 '지휘 감독할 지위'에 있는지겠죠? 트레바리는 파트너 계약서에서 의무사항을 정하고 있고, 해지사유도 정하고 있다고 해요. 그것만으로도 트레바리는 파트너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답니다. 실제로 트레바리도 계약서 조항에 근거하여 이번 사건 가해자와 파트너 계약을 해제한 것으로도 알려졌고요.



정리하자면,


사용자책임을 지게 되면, 플랫폼 회사가 잘못을 저지른 직원을 대신해 책임을 물어줘야 해요.

- 발생한 사고가 서비스 공고내용, 이용약관 등에 표시된 '플랫폼의 서비스 내용'과 관련이 있다면, 플랫폼은 사용자책임을 질 수도 있어요.

- 플랫폼 회사가 직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선임, 사무감독에 최선을 다했음을 증명한다면 책임이 면제되기도 하지만, 쉽게 인정되진 않아요.





- 위 글은 뉴스레터 '로스규이'의 5월 9일 월요일 발행분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한 주간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일, 혹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알아야 할 법률 이슈 등을 변호사의 관점에서 전해드려요!

- 구독자분들이 로스규이를 쉽고 맛있게 소화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 변호사의 관점이 궁금한 이슈가 있다면, 레터를 통해 자유롭게 제안해 주세요! 다음 로스규이로 찾아뵐게요.


지난 발행회차 보기

https://page.stibee.com/archives/163239


로스규이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63239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씬에서 1분기에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