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법무법인 미션 May 16. 2022

변호사와 심사역이 'WeCrashed'를 보았다

- 이 글은 법무법인 미션의 변호사들과 스타트업 포레스트가 만드는 뉴스레터 '로스규이'의 5월 16일 월요일 발행분입니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의 변호사로서, 더욱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매주 월요일에 레터를 무료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로스규이 신청하기 링크

- 변호사의 관점으로 한 주간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일 혹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알면 좋을 법률 지식을 먹기좋게 구워드려요!

기존에 발행된 레터는 #여기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로스규이에서 오늘은 ‘드라마 'WeCrashed' 속 투자계약 위반’을 노릇노릇하게 구워드려요.



안녕하세요, 변호사 P입니다.


독자님은 지난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모처럼의 연휴를 만끽하고 싶어 하루종일 드라마를 정주행했는데요.


유니콘 기업이었던 공유오피스 ‘WeWork’의 실화를 담은 #애플tv+ ‘WeCrashed(우린폭망했다)’를 봤어요. 스타트업계 사람들에게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위워크의 대표 애덤 뉴먼과 부인 레베카 뉴먼의 역할을 맡은 자레드 레토, 앤 해서웨이의 연기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토리가 탄탄했거든요.


© 'WeCrashed' 공식 예고편


그런데 요즘 사무실에서 ‘투자계약서 검토’를 자주 하다 보니 직업병이 생겼나봐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어, 애덤 저런 식으로 하면 투자계약서 위반일 텐데?” 싶었거든요. 로스규이 독자님들께 쉽게 알려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투자계약서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접할 기회도 거의 없고, 읽어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워요. 30페이지가 훌쩍 넘는 계약서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하다 보면, 변호사들도 진이 다 빠지죠.


그래서 오늘은 독자님도 꼭 알아야 할, 투자계약서에서 위반하면 큰일 나는 핵심 내용들을 드라마 ‘WeCrashed’ 속 애덤의 이야기로 쉽게 알려드리려고 해요.


*‘WeCrashed’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위워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여서, 저는 애덤 뉴먼의 스토리를 이미 다 알고 봤는데도 재밌었어요! (영화 ‘명량’이나 ‘사도’처럼요.)



로스규이 굽기 조절 


독자님이 창업자라면?


창업할 때 많은 대표님들께서 투자유치에 힘쓰시는데요. WeCrashed의 주인공, 애덤 뉴먼의 행동은 창업자들이 해서는 안 될 오답노트와 같아요. 로스규이를 살펴보면서 꼼꼼히 정리해보세요!


독자님이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저렇게 하면 안 될 텐데... 무슨무슨 법 위반일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투자계약과 법 위반인지 궁금하셨다고요? 제2의 애덤 뉴먼이 보인다면, 로스규이를 읽고 똑부러지게 얘기해보세요. "그러시면 안 됩니다!"



WeWork는 어쩌다 폭망했나?

© 'WeCrashed' 공식 예고편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에 ‘우리(We)’라는 공동체 아이디어를 더한 ‘WeWork’는 대성공을 거두었어요. 2012년 1억 달러였던 기업가치가 2018년에는 470억 달러까지 치솟았죠. 창업자 애덤 뉴먼의 스타성은 돋보였고,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약 180억 달러를 넘게 투자했어요.


그런데, 전 세계 120여개의 도시에 56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기업이 된 2019년 10월,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갑자기 폭락했어요. IPO 계획은 공식 철회했고 애덤은 CEO 자리에서 사퇴했죠.


IPO를 앞두고 공개한 위워크의 실적에서 16억 달러라는 막대한 적자가 드러났거든요. 다양한 IT기술과 네트워킹 커뮤니티로 화려하게 포장했던 ‘부동산 재임대’ 사업모델의 약점도 드러났고요. 게다가 공유오피스 사업과 무관한 학교 사업(WeGrow)을 하고, 인공파도 기업에 150억 달러를 투자한 것도 리스크로 평가되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한 때 최고의 스타였던, CEO 애덤 뉴먼 자신에게 있었어요. 애덤은 자신 소유의 건물을 위워크에 임대해서 1200만 달러를, 위워크의 ‘We’의 상표권을 개인이 소유했다가 위워크에 팔아넘겨 590만 달러를 벌었죠. 주식 매각과 주식 담보 대출을 통해 7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확보한 것도 밝혀졌어요.




에피타이저 | 투자자 동의권과 주식매수청구권


© 'WeCrashed' 공식 예고편

“Who wins the Fight? The Smart guy or The Crazy guy?”


손정의 회장이 애덤 뉴먼에게 던진 질문이에요. 애덤이 ‘Crazy guy’라 답하자, 손 회장은 4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더 미친듯이 사업을 키워보라고 했죠. 하지만, 애덤의 ‘미친’ 행보는 결국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쳤어요. 투자자들이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겠죠?


실무적으로 대부분 투자계약서에는 ‘투자자 동의권’을 보장하는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회사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들은 그 행위를 하기 ‘이전에’ 투자자로부터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기업이 투자자에게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일은 서류를 보내서 동의를 받고 진행하라는 거죠.


대표적으로는 정관변경, 합병, 제3자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담보/보증을 서는 행위, 사업계획과 다른 사업에 착수(피벗이라고 하죠), 스톡옵션 부여, 대표이사의 선임/해임 등이 있어요. 회사 임직원이나 가족 등과의 거래, 자기거래 역시 사전 서면 동의사항이죠.


만일 중요한 결정들을 투자자들의 사전동의도 없이 진행한다면요?

“중요한 계약을 어겼어? 주식 다시 가져가고 우리 투자금 돌려줘!” 라고 투자자는 말할 수 있어요. 이 권리를 ‘주식매수청구권’이라고 해요. 투자자는 회사 또는 창업자에게 투자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거예요.


무서운 점은, 이 방식으로 창업자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창업자 연대보증 조항’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여전히 창업자들은 부담을 안고 있답니다.





메인 디쉬 | 애덤 뉴먼은 어떤 조항을 위반했나?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들은 투자자의 사전 동의 사항으로 정해져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한 애덤은 투자계약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겠죠.


지금부터는 WeWork와 애덤 뉴먼의 사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우리 법과 일반적인 투자계약서들이 정하고 있는 ‘투자자 동의권’을 보장하는 조항들을 알아볼게요.




1. 내 건물 빌려주고, 내 상표 팔고


애덤 뉴먼은 개인적으로 소유한 ‘상표권 We’을 매각하고, 자기 건물에 공유오피스를 임대해서 천만 달러 이상을 챙겼다고 했는데요.


변호사 P: 이사의 자기거래는 상법에 따라야 해!


사실 이런 행위는 투자계약서까지 갈 것도 없이 상법에서부터 강하게 규제되고 있어요. 상법은 ‘이사의 자기거래’에 엄격한 조건을 두고 있거든요(상법 제398조).


간단히 말하면 이사나 주요주주*가 회사와 직접 거래를 할 때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밝히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상법은 거래의 내용과 절차가 공정해야 함 역시 명시하고 있어요. 이사나 주요주주의 배우자·자녀·부모가 회사와 거래할 때에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고요. 만일 이사의 자기거래가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절차는 거쳤지만 거래가 공정하지 않았다면 이사는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해요.


*주요주주: 지분을 10%이상 가지고 있는 주주 또는 임원 선임 등 회사의 중요한 경영사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주




2. 서핑에 투자, 아내를 위한 WeGrow


위워크는 2016년 인공 파도를 만드는 스페인의 wavegarden이라는 회사에 투자했어요. 애덤 뉴먼이 개인적으로 서핑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하죠. 아내 레베카 뉴먼은 자신도 애덤처럼 창업가로 인정받고 싶어 했어요. 드라마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어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요. 그래서 위워크는 레베카를 위해 학교 사업 WeGrow를 런칭해주기에 이르러요. 공유오피스 사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서핑과 학교 사업에 소중한 투자금이 새어나간 거죠.



변호사 P: 투자금은 여기에만 써야 돼!


대부분의 투자계약서에는 “투자금의 용도 및 제한” 규정이 들어가서, 애덤처럼 창업자가 제멋대로 투자금을 사용하는 일은 매우 드물어요. 투자자는 이 규정에 회사가 투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만 하는지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해두어요. 앱 개발 자금이라든지, 기술 고도화 자금, 사업 운영자금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다른 용도로 투자금을 사용하려면 투자자로부터 사전에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하죠. 그리고 투자자들은 1년 이내에 투자금을 원래 정한 용도로 잘 사용하고 있는지 회계법인을 통해서 철저히 조사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투자받을 당시에 합의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인 WeGrow와 다른 회사인 Wavegarden의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를 투자자의 사전 동의 없이 했다면 투자계약을 위반한 게 돼요. 특히 투자금으로 제3자의 주식을 매입하는 행위는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거든요. 위워크의 투자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겠네요.





3. 위워크 주식 담보로 YOLO


애덤 뉴먼은 엄청난 현금을 써대며, 락스타처럼 살았어요. 그 돈은 어디서 났을까요? 드라마에서도 나왔듯, JP모건을 찾아간 애덤이 자신의 위워크 주식을 담보로 수천만 달러를 대출받았거든요


© 'WeCrashed' 공식 예고편


변호사 P: 네 주식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현실에서는 창업가가 자유롭게 자신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없어요. 이 역시 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이번에 애덤이 위반한 조항은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이에요. 투자계약에서 이해관계인은 일반적으로 창업자를 말하는데, ‘처분’에는 단순한 주식매각과 함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포함돼요.


투자자로서는 창업자를 믿고 회사에 투자했는데, 창업자가 주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어느 날 갑자기 창업자 지분이 전부 은행에 넘어간다면 황당하겠죠.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투자계약서에는 창업자가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때,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요.



애덤이 위반한 조항을 정리하자면,


[이사의 자기거래] 이사회의 승인 없이 자기가 소유한 상표권을 회사에 매도하고, 자기 소유의 건물을 회사에 임대했어요.


[투자금의 용도 및 제한] 정해진 투자금의 용도에서 벗어나, 공유 오피스 사업과는 무관한 인공파도와 학교 사업에 투자했어요.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투자자들의 동의 없이 자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했어요.

 


흠, 그럼 애덤은 어떻게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변호사 P 위워크도 분명 투자사들과 투자계약을 맺었을 텐데, 애덤은 어떻게 마음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WeCrashed를 보면서 의문이 남았던터라 주변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미국변호사 C의 생각

"미국이라서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요, 미국이라 해서 투자계약상, 실무상 창업가의 권한이 특별히 강한 것은 아니에요. 미국법에서도 회사가 이사 개인의 이익을 위한 거래를 하려면 다른 이사들과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해요. 투자 계약상 중요 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투자자에게 부여하고 있고, 실무적으로도 주요 투자자들이 이사회 멤버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애덤의 행동이 특별히 미국이라서 가능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VC 심사역 A의 생각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자 사전 동의사항을 명시해 두었다고 해도, 무시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요. (사후에 보고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렇다고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매수청구권 등 투자계약 상 투자자의 권리를 바로 '행사'하기 쉽지 않아요. 특히 잘 나가는 기업이라면 지분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 굳이 대표의 의무위반을 이유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서기 더 애매하죠.



대표변호사 K의 생각

가장 큰 이유는 애덤 뉴먼이 돈을 벌어다 주었기 때문이겠죠. WeWork에 천문학적 손실이 난다고는 하지만, 일단 창업자가 계속 다음 라운드 투자를 받아오고 회사의 주식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니까. 소프트뱅크도 투자했으니까. 창업자가 그 정도 기행을 하더라도, 일단 IPO만 성공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 당장에 회사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 사항이라면 굳이 창업자와 대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변호사 P의 쪽지


스타트업은 꿈을 연료로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WeWork의 스토리는 스타트업에게 꿈은 사라지고 욕망만이 남았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주고 있죠.


주식회사의 기본인 수익성은 뒷전으로, 감당하지도 못할 확장만을 외치는 창업자.

비즈니스 모델보다 창업자의 스타성에 기대어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

화려한 파티와 에르메스 가방 등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기에 마음이 부푼 직원들까지.


크고 작은 욕망이 모여, 더 이상 WeWork가 아닌 WeCrashed가 되어버린 거죠. 드라마 중 레베카가 애덤이 힘들어할 때, 주문처럼 해주었던 말이 있어요.


“You are a Supernova.”

© 'WeCrashed' 공식 예고편

저희도 독자님께 같은 말을 해주고 싶어요. 한 문장만 덧붙여서요.

“You are a Supernova. Don’t let it fade."




후식 물냉면 | 세미나로 스톡옵션 2시간 단기완성!


Q. 벤처기업 이전에 받은 주식매수선택권 계약은 벤처기업 세제혜택을 못 받나요?

Q. 주금납입을 완료하고 상장 등기 전에 퇴사 의사를 밝힌 경우에, 해당 스톡옵션을 회사가 취소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스톡옵션 레터, 독자님들께서 유용하다는 의견과 함께 질문도 많이 남겨주셨는데요! 지면에 모두 담을 수 없어, 독자님들을 위한 #스톡옵션 단기완성 세미나를 준비했어요. 참가비는 0원! 이번 주 금요일 저녁 8시(2022. 5. 20. 20:00), 오프라인과 Zoom으로 진행돼요. 현장 좌석이 한정되어 있으니, 빠르게 신청하세요!





- 위 글은 뉴스레터 '로스규이'의 5월 16일 월요일 발행분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한 주간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일, 혹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알아야 할 법률 이슈 등을 변호사의 관점에서 전해드려요!

- 구독자분들이 로스규이를 쉽고 맛있게 소화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 변호사의 관점이 궁금한 이슈가 있다면, 레터를 통해 자유롭게 제안해 주세요! 다음 로스규이로 찾아뵐게요.


지난 발행회차 보기

https://page.stibee.com/archives/163239


로스규이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63239

매거진의 이전글 변호사가 본 트레바리 성추행 사건, 누구 책임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