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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무법인 미션 May 23. 2022

테라코인 폭락 사태, 금융 사기일까?



- 이 글은 법무법인 미션의 변호사들과 스타트업 포레스트가 만드는 뉴스레터 '로스규이'의 5월 23일 월요일 발행분입니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의 변호사로서, 더욱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매주 월요일에 레터를 무료로 보내드리고 있어요. #로스규이 신청하기 링크

- 변호사의 관점으로 한 주간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일 혹은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알면 좋을 법률 지식을 먹기좋게 구워드려요!

기존에 발행된 레터는 #여기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변호사 O입니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가요. 변호사 시험만 마치면 더 이상의 공부는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착각이었어요. 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공부해야지 하면서 책을 사기도 했어요.


사실 지난 주 진짜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공부했는데요. 바로 '테라 사태' 때문이에요. 지난 12일, 가상통화 ‘루나’와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시세가 일주일 전 대비 99.99% 폭락했어요. 한때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어섰던 루나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퇴출되고 있어요.


사업 실패일까요? 사기일까요? 판단을 위해서는 테라 생태계를 이해해야하는데, 한 주 내내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오늘 레터에서 그 결실을 공개합니다!




© 머니투데이방송

로스규이 굽기 조절 


독자님이 창업자라면?

"나는 열심히 사업을 키웠을 뿐인데, 사기라고?" 아무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단순 프로젝트 실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기죄가 되기도 해요. 로스규이와 함께 사기죄의 구성 요건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리스크를 헷지하세요!


독자님이 투자자라면?

내 귀중한 돈이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죠. 독자님이 투자하신 사업은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나요? 이번 테라코인 폭락 사태와 함께, 사기죄 논란에 휩싸인 실제 케이스를 살펴보아요.



에피타이저 | 사기와 사업실패


사업에 실패했다고 해서 창업자가 무조건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사기죄로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사기죄로 인정할 만한 요건들을 충족해야 해요. 우리 형법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어요(제347조). 즉,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취한 사람을 처벌하는 거예요.


자, 그러면 사업을 실패한 게 언제 '사기죄'가 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건 '기망'이 있는지 여부인데요. 쉽게 말해 거짓말을 하거나, 알려줄 의무가 있는 걸 숨긴 경우에 '기망'이 인정될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계약 상대방이 알게 되었을 때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만한 사정이라면, 상대방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어요.



메인 디쉬 | 사기죄냐, 사업실패냐 그것이 문제로다


현재 언론에서는 코인을 개발한 권도형(Do Kwon) 테라폼랩스 대표를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에 비유하고 있어요. 앵커프로토콜이 20%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한 건 '폰지 사기' 의혹도 있고요.


첫번째로는 희대의 사기꾼, 엘리자베스 홈즈와 테라노스 사건에 대해 살펴보아요.

두번째에서는 폰지 사기가 무엇인지, 최근 폰지 사기 논란이 있었던 '머지포인트 사건'과 함께 알아볼게요.

마지막으로 세번째, 테라코인 폭락이 테라노스 사건과 같이 사기죄인지, 폰지 사기에 해당할 수는 있는지 변호사들의 의견을 물어봤어요.




1. 테라노스 사건 | 피 한 방울로 사기치기


© Forbes


권도형 대표가 외신에서 '엘리자베스' 홈즈에 비유되고 있는데요. 어떤 점이 유사하고, 어떤 점이 다를지 살펴보기 위해서 우선 '테라노스 사건'을 살펴보려고 해요. 엘리자베스 홈스는 피 한방울로 200여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7억달러(약 89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했어요. 하지만 결국은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엘리자베스 홈즈는 "기술 개발에 실패한 것은 죄가 아니다"고 주장했어요. 올해 1월 미국 이 사건은 왜 실패가 아니라 '사기'로 판단되었을까요?



변호사 O: 거짓말한 게 드러나면 처벌


기술 개발에 실패한 것은 죄가 아니예요. 엘리자베스 홈즈가 거짓말을 하거나 실적을 부풀린 게 걸렸어요. 검사기기가 12개 검사밖에 못하는데도 수백가지의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말한 점, 대형 제약회사 및 연구기관으로 기술 검증을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 대형약국 등과 계약이 교착상태였음에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 점도 지적됐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만 한다면 과장된 홍보와 부풀리기가 어느 정도 용인되기도 하죠. 어쨌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실패했을 때 타인의 돈을 편취한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2. 머지포인트 사건 | 100만원이 120만원이 된다?


'폰지 사기' 를 살펴보기 위해서 ‘머지포인트’ 사례를 함께 볼게요. 머지포인트는 20%라는 파격적인 할인율과 함께 100만원의 포인트를 충전하면 120만원을 제휴업체에서 쓸 수 있는 구조로 2년 동안 운영했어요.


그런데 작년 8월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한 것이 밝혀졌고, 금융감독원이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라고 고지했어요. 머지포인트는 제휴 업종을 줄이고 판매를 중단했고, 문제가 드러났어요. 20% 할인판매로 인해, 머지포인트에게 수백억 원 단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던 거예요.


피해를 본 이용자들과 제휴사들은 머지포인트 창업자를 ‘사기죄’로 고소했어요.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가 20% 할인으로 인한 적자를 해결할 방안이 없었다면, 새로운 이용자의 충전금액으로 부족 금액을 돌려막는 사기 행태인 '폰지 사기'와 유사하다는 주장이에요. 머지포인트는 초기 스타트업은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고, 시장 지배적 지위에 도달하면 입점업체로부터 20% 수수료를 지급받을 생각이었다고 주장하는데요.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 '사기죄'가 인정될 수 있을까요?



변호사 O: 말해줘야 할 것을 숨기면 처벌


'폰지 사기'는 한마디로 돌려막기인데요. 신규 투자자는 별도 수익이 없음에도 신규투자자의 자금으로 돌려막기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알았다면 계약체결 하지 않을 만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투자받은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요.


물론 플랫폼업계가 시장지배력을 갖추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게 관행이라는 머지포인트의 주장도 일리는 있어요. 하지만 사업 실패 후 회계장부를 통해 실제로 돌려막기 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어요. (수백억 원 단위 적자가 누적되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투자자를 유치한 것은 문제가 될 수는 있어요.)





3. 테라-루나 프로젝트 | 혼돈에 빠진 암호화폐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대표이사 및 공동창업자는 처벌될 수 있을까요? 고소, 고발인들은 테라 알고리즘 오류, 하자가 있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행위를 기망행위라고 했어요. 그리고 '앵커프로토콜'로 연 19.4%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면서 투자를 유치한 것을 폰지 사기라고 주장했어요. 테라 알고리즘에 하자가 있는지, 하자를 알았는지, 하자를 고지했는지를 논의하려면 테라 알고리즘을 먼저 이해해야겠죠. 함께 살펴볼게요.




UST(테라)의 등장 "달러라고 불러줘"


일반적으로 코인은 가치가 엄청 변하니까 실생활에서 지급, 결제 목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어요. 실생활이나, 메타버스, 디파이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될 코인은 가치 변동성이 작아야겠죠. 가상자산계 달러가되겠다는 꿈을 가진 게 스테이블코인이에요. UST도 스테이블코인의 하나인데요. 달러에 가치가 연동되어 있어서 1달러=UST에요. (=페깅)


페깅은 "UST를 가져오면 1달러로 바꿔줄게"라는 약속인데요. 말은 못믿으니까 담보를 제시해야죠. 일반적인 스테이블 코인에서 담보는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인데, UST의 담보는 루나코인이에요. "UST를 가져오면 언제든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꿔줄게" 약속했고, UST가 1달러보다 낮아지면 차익거래로 이득을 보고 싶은 참여자들이 테라프로토콜에서 루나를 UST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페깅을 유지해요.



© 뉴스핌 - 테라&루나 코인 발행 구조


앵커프로토콜 도입과 루나의 가상자산 10위권 진입


페깅이 유지되려면 루나와 UST의 가치가 둘다 높게 유지되어야 해요. 알고리즘 상 둘 중 하나의 가격이 하락하면, 서로 가격하락을 가속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어요. (=death spiral)


테라폼랩스는 테라와 루나의 가치를 모두 높게 유지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테라를 예치하거나, 루나를 담보로 제공하면 이익을 얻는 앵커프로토콜도 만들었구요. 권도형은 트위터를 통해 테라를 예치하면 20% 고정 이자율을 지급한다고 했어요. 앵커프로토콜 도입은 테라와 루나 가치 상승에 효과적이었어요. 루나의 시가총액은 50조로 세계 암호화폐 시장 6위를 차지하기도 했어요. 앵커프로토콜도 무섭게 성장하여 디파이 생태계 55%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2위를 차지했었답니다.




© 권도형 대표 트위터


UST와 루나의 동반 추락


시장에 유동성이 많을 때는 루나와 UST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건 쉽죠. 하지만 올 1월 미국이 금리 인상 및 긴축정책을 시작해서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어요. 테라 생태계의 필수조건이 위협받는 만큼, 테라폼랩스는 분주히 움직였어요. 1월에는 루나 가격 방어를 위해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가 설립했고, 준비금으로 가상자산 중에 가장 안전한 비트코인을 쌓아뒀어요.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걸까요. 아니면 공격이 갑작스러웠던 걸까요. 2022년 5월 1000억원에 가까운 UST 매도가 발생했고 패닉한 투자자들의 뱅크런이 시작됐어요. UST 공급량 조절을 위해 루나 발행량을 늘리자 루나 가격이 떨어지고, 페깅이 회복되지 못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까지 앵커프로토콜에 있던 UST를 인출하여 시장에 던지자 UST 가치는 더 하락했고, 결국 권도형은 실패를 선언했어요.



변호사들의 이야기


일주일 새에 10만원이 10원으로 폭락한 코인은 단순한 프로젝트의 실패일까요? ‘사기’일까요? 변호사님들과 의견을 나눠봤어요.


형사전문변호사 K ⚽

알고리즘의 하자가 death spiral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알고리즘 하자를 알리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백서를 통해 루나와 테라 작동 매커니즘은 공개되어 있고, 폭락 전에도 death sprial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이 수차례 지적되기도 했구요.



금융전문변호사 J

'death spiral' 과정을 하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어요. 이는 고위험 파생상품에 내재된 리스크로 볼 수 있어요. 2008년 금융위기 때 고위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도 있죠.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고수익을 누리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유동성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빅쇼트 공격으로 폭락했던 과거를 기억한다면요.



가상자산전문 변호사 K 

코인의 개발 주체들이 코인이 폭락할 개연성을 상당한 수준으로 인지하고도 코인의 투자를 독려했다면 단순한 실패를 넘어 '사기'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폭락 전 루나를 대량 처분한 사실이 밝혀지고,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낙관론으로 투자를 독려했다면 기망에 해당할 수 있겠죠.



변호사O

앵커프로토콜이 신규 투자금으로 돌려막기한 사실이 밝혀지면 폰지사기에 해당할 수 있어요. 앵커 프로토콜은 20%의 이자를 지속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은 명백해보이지만 신규투자금으로 이자를 돌려막기 했는지는 의문이 있어요. 올 초 예금이 대출을 역전하고, 이자 준비금이 고갈되었을 때, 권도형 대표가 이자 준비금을 수혈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자 준비금 현황을 별도 계정으로 관리, #공개하고 있고, 고갈되자 외부 수혈을 했다는 건 돌려막기를 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볼 수도 있어요. (앵커 프로토콜이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지표도 공개되고 있어서 상황을 숨기고 신규 투자를 받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거예요.)



대표변호사 K


장래에 발생할 일에 관하여 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고 만들어 놓는 것, 우리는 이것을 코드(Code)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인류가 만든 코드(Code)의 원조는 법률과 계약이구요. 인류는 오랜 세월 장래의 분쟁을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여 나름의 정교한 코드를 만들어 왔지만, 그 어떤 코드도 완벽하게 분쟁과 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했어요.


권대표의 테라 & 루나 관련 투자의 유치와 폭락으로 인한 문제 발생을 사기로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신들이 만든 알고리즘이 가지는 한계와 취약성을 알았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지속적으로 자금을 유치해온 것이라면? 이때는 사기라고 할 수 있겠죠. 몰랐다면요? 그렇다면 그는 역사적으로 참으로 무지한 오만을 가졌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TIP

- 만약 사업에 실패했을 때, '사기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거짓말을 하지 마세요!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투자자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지만, 운영과정에서 한 거짓말이 있다면 형사처벌, 민사배상까지 하게 될 수 있어요.


-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지급받는다면, 고위험상품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투자에 실패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투자자에게 있어요.

특히 규제가 없는 새로운 금융 시장에서는 투자자는 보호받기 더 어려우니 공개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서 직접 판단해야 해요. 사업가가 거짓말을 했거나, 돈을 빼돌리는 등 별도의 위법행위가 없다면 처벌하거나 손해를 배상받기 어려워요.




- 위 글은 뉴스레터 '로스규이'의 5월 23일 월요일 발행분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한 주간 스타트업 씬에서 일어난 일, 혹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알아야 할 법률 이슈 등을 변호사의 관점에서 전해드려요!

- 구독자분들이 로스규이를 쉽고 맛있게 소화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 변호사의 관점이 궁금한 이슈가 있다면, 레터를 통해 자유롭게 제안해 주세요! 다음 로스규이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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