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비교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는 스타트업들은 “Option pool”이라는 용어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이 Option pool이라는 게 어떤 개념인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Option pool의 개념을 알기 위해서 4가지 포인트를 정해보았습니다.
● 첫번째, Option pool은 우리 상법상 “스톡옵션 발행한도”와 다르다
● 두번째, Option pool과 우리 투자계약상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조항도 다르다
● 세번째, Option pool의 범위(Size) 정하기
● 네번째, Pre-money Option pool과 Post-money Option pool의 비교
하나 하나가 쉽지 않은 주제인데요, 한번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미국 VC 투자계약상 Option pool은 “스타트업이 투자자의 추가적인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임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도록 따로 떼어 놓은 범위”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보면 회사에 유리한 권리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Option pool은 투자자의 주식의 희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됩니다. 투자 협상 시 valuation을 산정할 때 Option pool이 반영되기 때문에, 투자자는 현재 실제로 발행된 총 발행주식수로 계산한 주당 가치에 비해 더 싼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즉, 산정한 valuation을 투자계약에서 설정한 Option pool을 포함한 주식수로 나누어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주식당 가격이 싸지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Option pool이 늘어나는 건 절대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사실 한국 투자계약서에서는 미국 VC 투자계약에 들어가는 의미의 “Option pool” 조항을 넣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저희 체감으로는 넣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더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상법상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발행숫자를 총 발행주식수의 10%(벤처기업의 경우 50%)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게 “Option pool”이라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수 있습니다.
즉, 우리 상법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발행한도를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고(상법 제340조의2 제3항),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그회사가 발행한 주식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벤처기업법 제16조의3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의3 제7항), 미국 VC 투자계약상 Option pool도 통상 10~25%정도로 설정되기 때문에, ‘아! 미국은 우리랑 달리 스톡옵션의 발행숫자를 법으로 25%로 제한하는 구나!’ 라고 오해하면서 우리 상법상 스톡옵션 발행한도를 “Option pool”이라고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이해입니다.
즉, 미국은 상법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는 발행한도를 정하여 둔 것이 아니라, 투자 집행 시 투자자의 요구에 의해 회사가 셋팅한 ‘Option pool’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상법이 스톡옵션의 발행한도를 10%가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해둔 것(스톡옵션 발행한도)을 미국 VC 투자계약상 “Option pool”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첫번째 고비를 넘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두번째로 한국투자계약상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조항과 미국 VC투자계약상 Option pool 조항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조항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한국벤처투자협회의 표준계약서에서는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와 관련된 조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조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회사는 회사 경영 및 기술개발 등 사업 전반에 기여하였거나, 기여할 능력을 갖춘 임직원에 대해, 본건 거래완결일 전 이미 부여되었거나 발행된 것과 제[15]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투자자의 동의 하에 발행된 것을 포함하여 그 행사로 인해 발행될 수 있는 주식 지분율 총계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시점의 발행주식총수의 [10]% 이내인 범위 내에서,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미국 VC 투자계약에서 Option pool과 같은 개념이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개념이 다릅니다.
미국 VC 투자계약에서는 투자 협상과정에서 정해진 Option pool이 투자와 함께 Fix되지만, 위 한국벤처투자협회의 투자계약서에서는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시점”에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X%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이후 그 X%에 해당하는 주식의 양이 달라지게 됩니다.
즉, 만일 위 투자계약 체결 이후 회사가 제3자로부터 후속투자를 유치한다면, 그 “후속투자에 의해 늘어난 발행주식을 포함한”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X%를 계산하기 때문에 X%에 해당하는 주식의 양이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요.이건 미국 VC투자계약에서 Option pool은 그 계약과 함께 고정되고, 새롭게 Pool을 늘리지 않는 이상 계속 고정적인 것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무튼 스톡옵션을 발행할 수 있는 수량이 늘어나는 건 기존 투자자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이 이렇게 이를 용인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스톡옵션의 발행한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즉, 위에서 살짝 설명 드렸듯 상법과 벤처기업법은 스톡옵션 발행한도를 제한하고 있는데,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하는 우리 법의 규정 방식에 맞추어 투자계약으로 정한 X%의 스톡옵션 또한 법 규정처럼 “스톡옵션 부여 시점의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X%에 해당하는 주식의 수가 증감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이건 제 뇌피셜이긴 합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위와 같이 스톡옵션의 발행가능주식수가 늘어나게 하면서도 동시에 투자하는 시점의 X%이상의 스톡옵션을 발행하려면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규정할 경우, 위와 같이 스톡옵션 발행수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게 되지요. TMI이지만 더 나아가서 이미 스톡옵션을 반영한 valuation으로 주식을 매수하면서 스톡옵션 발행시 무조건 동의를 얻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건 회사 입장에서 부당하므로 삭제를 요구해야 하는 조항입니다)
어쨌든 두번째 고비도 넘었습니다.
(세번째, 네번째 포인트는 다음 글(https://brunch.co.kr/@lawmission/139)에서 계속됩니다.)
MISSION 장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