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비교
이전 글(https://brunch.co.kr/@lawmission/138)에서는 "Option Pool"을 이해하는 4가지 포인트 중 첫번째와 두번째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세번째와 네번째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기업가치에 대한 valuation이 필요하고, pre-money valuation은 투자금이 입금되기 전의 회사의 가치이며, post-money valuation은 투자금이 입금된 이후의 회사의 가치입니다.
Option pool의 “범위(Size)”는 post-money를 기준으로 결정할 수 있고, pre-money를 기준으로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점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요. 미국 VC투자계약에서는 post-money 기준으로 범위를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최종적으로 post-money의 10~30%가 Option pool의 범위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우리 법에서만 문제되는 충돌점이 생기는데요, 위에서 설명 드렸듯 우리 상법은 스톡옵션의 발행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10%로 제한하고 있고, 벤처기업법은 그 발행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50%까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VC투자계약에서와 같이 post-money를 기준으로 Option pool을 설정하고 그대로 스톡옵션이 부여될 경우, 우리 상법과 벤처기업법이 예정하고 있는 스톡옵션 발행 한도를 초과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예 Option pool이 30%고 법과 정관에서 정한 발행한도가 10%인 경우에는 그 문제가 분명해 보이지만, Option pool이 10%고 법과 정관에서 정한 발행한도가 10%인 경우에도 미묘하게 차이가 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즉, 미국 VC투자계약에서는 (위에서 살펴보았듯) post-money의 X%로 Option pool을 설정하는데, 이는 (투자에 의해 발행될 총 주식 수+Option pool) 전체 범위에서 Option pool이 X%를 차지하게 계산하는 방식인 반면, 우리 상법과 벤처기업법은 (투자에 의해 발행될 총 주식수)에 대하여 X%를 곱한 값을 스톡옵션 발행한도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묘한 차이를 아시겠나요?
예를 들어, 투자 후 발행주식 총수가 100주인 회사가 정관으로 상법상 기준인 10%로 스톡옵션 발행한도를 제한을 하고 있고, 또 회사와 투자자가 Option pool을 10%로 정하고 있다고 해보죠. 미국 VC투자계약에서와 같이 post-money를 기준으로 10%의 Option pool을 설정할 경우 Option pool의 범위는 11주[=(100주+10주)*10%]인 반면, 우리 상법과 벤처기업법에 따른 스톡옵션 발행한도는 “발행주식총수”의 10%로 10주(=100주*10%)입니다.
즉, 미국 VC투자계약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Option pool을 설정하면 처음부터 우리 법에 따른 스톡옵션발행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사실 이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만으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추후에 Option pool을 모두 사용하는 시점에 일부 주식은 우리 법에 따른 스톡옵션발행한도를 초과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Option pool과는 별개로 항상 법과 정관에 따라 발행주식총수의 X%를 넘는 범위의 스톡옵션을 부여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겠습니다.
이게 세번째 포인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Option pool을 이해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Option pool을pre-money에 “포함”시키느냐(pre-money Option pool), post-money에 “포함”시키느냐(post-money Option pool)의 문제였습니다. 제 이해를 바탕으로 쉬운 표현으로 바꾸자면, Option pool을 pre-money에서 “뽑아내느냐”, post-money에서 “뽑아내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Option pool의 “범위(Size)”를 결정하는 문제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구체적인 논의에 앞서 염두에 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가 느끼기에) 아래에서 논의하는 모든 내용은 테크니컬한 기교일 뿐, 궁극적인 목표는 “이번 라운드에서 투자자에게 실제로 몇 주의 주식을 발행하느냐”를 결정하기 위함이라는 점입니다.
먼저, Option pool을 “pre-money의 범위”에 포함시키면, Option pool은 이번 라운드 투자가 집행되기 전에 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투자전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창업가 등 기존 주주의 지분에서만 지분을 희석시켜 Option pool을 구성하고(뽑아내고), 이와 반대로 Option pool을 “post-money의 범위”에 포함시키면 Option pool은 이번 라운드 투자가 집행된 직후에 창업가 등 기존 주주 뿐 아니라 이번 투자 라운드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지분도 함께 희석시켜 Option pool을 구성하게(뽑아내게)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오실 텐데요 예를 들어 설명 드리겠습니다(사실 이 꼭지의 설명을 위해서 이글의 다른 꼭지에서는 예시를 최대한 들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창업자가 현재 발행주식 총수 10,000주를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에, 투자자가 pre-money valuation 80억원을 기준으로 2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해보죠. 투자자와 창업자는 post-money 기준 10%를 Option pool로 두기로 했습니다.
일단 위 사실로부터 알 수 있는 정보는, Post-money valuation은 100억이고, Option pool의 범위(size)는 10억원 규모라는 점이죠. 여기서 Option pool을 pre-money에 포함시키는 경우와 post-money에 포함시키는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Option pool을 pre-money에 포함시키는 경우, Option pool은 이번 라운드 투자가 집행되기 전에이미 만들어진 것으로 봅니다.
즉, pre-money valuation인 80억 원에 Option pool 10억원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겁니다. 이에 따라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의 “실질적인” pre-money valuation은 80억 원이 아니라 Option pool 10억원을 제외한 70억 원입니다(참고로 이를 영어로 “Effective valuation”이라고 합니다. 실질가치 정도로 해석하면 되려나요?). 이렇게 될 경우, 투자자의 20억원은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지분으로 인정되며 투자자는 20억 원에 해당하는 주식(옵션풀 포함 전체 주식의 20%)을 모두 부여 받게 됩니다.
구체적인 계산을 해보자면,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의 수가 10,000주이고 창업자 주식의 실질가치는 70억 원입니다. 이에 따라 주당 가치는 700,000원으로 결정되고(70억 원/10,000주), Option pool에 해당하는 주식수는 약 1428주(10억 원/700,000원)로 결정되며, 투자자의 20억원은 희석되지 않고 그대로 지분으로 인정되어 약 2,857주(20억원/700,000원)를 발행 받습니다.
반대로 Option pool을 post-money에 포함시키는 경우, Option pool은 이번 라운드 투자가 집행된 직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봅니다.
즉, 창업자의 주식 가치만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의 실질 주식 가치와 투자자의 실질 주식 가치에서 각각 Option pool이 희석된 것으로 봅니다.
즉, 회사의 post-money valuation인 100억 원에는 10억 원의 Option pool이 포함되어 있되, 이 Option pool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에서 각자의 주식 비율대로 뽑아낸 것으로 보는 겁니다. 창업자의 “희석 전” 주식가치(pre-money valuation)와 투자자의 “희석 전” 주식가치(투자금)는 각각 80억원과 20억원이고 그 비율은 8:2인데요, Option pool 10억 원 또한 창업자와 투자자의 희석 전 주식가치에서 동일한 비율로 각각 8억원, 2억원씩 희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창업자의 희석 전 주식 가치 80억 원 중 72억 원이 실질가치로 인정되며, 투자자의 희석전 주식 가치 20억 원 중 18억 원이 실질가치로 인정됩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주당가치는 720,000원(72억 원/10000주)이고, Option pool에 해당하는 주식수는 약 1388주(10억 원/700,000원)이며, 투자자는 2500주(18억 원/720,000원)를 발행 받습니다.
이와 같이 Option pool이 pre-money에 포함될 경우 이번 라운드에서 투자자가 투자한 투자금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지분으로 인정되는 반면, Option pool이 post-money에 포함될 경우 투자자가 투자한 투자금 또한 희석되게 되어 더 적은 수의 주식을 부여 받게 됩니다.
당연히 투자자는 Option pool이 pre-money에 포함되는 방향을 원하겠지요.
그 결과 Option pool이 pre-money에 포함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예시를 반영한 일반적인 투자계약서상 조항의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The purchase price per share of Series A Preferred(the “Purchase Price”) will be based upon a fully-diluted pre-money valuation of ₩8,000,000,000(including an employee pool representing 10% of the fully-diluted post-money capitalization and the shares issuable upon conversion of the Company’s outstanding SAFEs and convertible notes)
제가 위와 같은 논의가 기교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계산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Option pool은 이미 주주들의 주식 수가 모두 결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10%면 10%, 15%면 15%를 곱해서 Option pool을 만들고 그 결과 post-money valuation이 결정되는 것이 직관적인데, post-money valuation이라는 ‘결과’를 먼저 고정시켜 놓고 역으로 주주에게 부여할 주식을 계산하는 방식이 끼워 맞추기 식이라고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나마 pre-money Option pool은 직관적인 면이 있는데 post-money Option pool은 너무 기교적이라는 생각입니다(미국 투자계약에서도 post-money Option pool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업의 실제 ‘가치’라는 것이 어느 정도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또 스타트업 투자 만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차피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밸류에이션이면 굳이 Option pool이라는 기교를 통해 벨류에이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나 싶은 (삐딱한) 생각이 같이 듭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총 발행주식의 일정 %로 스톡옵션 발행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법 제도 하에서는 굳이 혼란을 가중하는 Option pool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미국의 경우 Option pool이 결정되면 정관에 기재되는 등 주식 중에 일부를 떼어놓는 것과 같은 객관적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스톡옵션 발행한도 외에 Option pool을 객관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회사법상 방법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외 VC들에게 우리 법제도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여기까지 해외투자계약서상 옵션풀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4개의 포인트(라고 쓰고 고비라고 읽습니다)를 살펴보았습니다.
수학을 놓은 지 15년이 넘은 저로서는 지금까지 썼던 칼럼 중에 역대급으로 어려웠던 주제였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관련된 자료는 제한적이고 영문 자료들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문송한 마음으로 적었습니다.
혹시 제 글이나 이해에 오류가 있을 경우 꼭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제가 밥이라도 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끝까지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MISSION 장건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