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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계약을 하고 사진을 사용해도 초상권의 제한을 받을까

by 법무법인 미션


들어가며


‘초상권’은 자신의 얼굴이나 기타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대법원은 이를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라고 보았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얼굴 기타 식별 가능한 신체를 촬영하는 것은 상대방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과 계약 하에 촬영이 이루어졌다면 그 촬영물은 사용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일까요?



사실관계


원고 A는 2016년 B와 촬영계약을 맺고 약 1년간 9차례에 걸쳐 액세서리류 광고 촬영을 하기로 하였고, 그 대가로 405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계약 당시 촬영 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B가 갖고, 초상권은 A가 갖기로 하는 조항이 포함되었으며, 다만 사진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하여는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촬영이 진행된 2017. 6.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2018. 11. A는 B에게 사진사용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고 사진 사용의 중지를 요청하였으며, 초상권침해금지 및 방해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에서 B는 광고사진 촬영에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며, 액세서리 상품은 의류 상품과는 달리 판매 주기가 길어 상품이 판매되는 기간에는 사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A는 사진의 사용기간이 해당 상품이 판매되는 기간으로 해석된다면, 이는 초상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불법적인 조건이므로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B가 지급한 1회당 45만 원은 초상권에 대해 제한 없는 사용권 부여의 대가로 보기에는 소액이며, 일반적인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도 6개월 내지 1년으로 정하는 것이지 무제한으로 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여 이 사건에서 광고 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은 도과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B가 촬영 1회당 지급한 45만 원의 금액이 소액으로 보이지 않으며, A 역시도 이 사건 사진이 상품이 판매되는 동안 사용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하여 A가 B에게 사진의 사용을 허용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더하여 촬영된 사진들 자체도 A보다는 제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A에 대한 초상권 제한정도가 극심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상품 판매 기간 동안 사진을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이 불법적이지도 않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이어진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B가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이면 기간 제한 없이 사진의 사용권을 부여받는 것이라고 계약 내용을 해석하는 것은 사진의 광범위한 유포 가능성에 비춰봤을 때 A의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해 A씨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관하여 명시적 약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계약에서는 B가 A에게 사진을 그 기간의 제한 없이 무한정 사용할 수 있다는 사정까지 고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 참조).



결론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초상권이 헌법상 인정되는 인격권인 만큼 이를 사실상 기간의 정함 없이 사용하려면 계약 당시에 그러한 사정이 명시되었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모델의 초상권을 사용하는 광고의 경우, 미리 모델과의 계약 단계에서부터 사진 또는 영상의 사용기간을 정해 놓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MISSION 박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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