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이란 연예인 등 유명인의 경우에 성명이나 초상 등의 표지가 하나의 경제적, 상업적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함에 있어 자신이 이를 배타적으로 관리 또는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유명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에 인격권을 넘어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여, 타인이 이를 상업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초상권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높은 반면, 성명권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서야 몇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컨대 이름이 흔한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사용된 맥락을 보아 여기에서 지칭하는 이가 유명인에 해당한다는 것을 제3자가 인식할 수 있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인정되고, 어느 연예인의 이름을 다소 변형하였더라도 그 연예인을 인식할 수 있는 경우라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것의 학계의 입장입니다.1)
그동안 국내에 퍼블리시티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실정법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급심 판결들을 보면,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의 규정 여부와 무관하게 인정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0. 24. 선고 2006가합63759 판결은 개그맨이자 영화감독인 심형래의 캐릭터를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사용한 것은 심형래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았고, 서울중앙지법 2007. 11. 28. 선고 2007가합2393 판결은 배드민턴 선수인 박주봉의 이름을 딴 ‘주봉’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그의 초상과 함께 계약 기간 종료 후에도 계속 사용하였음을 이유로 해당 업체에게 성명권,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긍정한 판례들은 그 구제수단으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였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09. 12. 17.자 2009카합1108 결정(마구마구 사건) 등 몇몇 사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 또는 인격권에 근거한 금지청구권을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성문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하급심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며 인격권의 법리를 바탕으로 이를 법적 권리로 인정해왔습니다. 그러나 성문법주의와 물권법정주의를 기초로 하는 우리나라의 법체계 하에서 퍼블리시티권이 독립적인 재산권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견해도 존재하였고, 특히 퍼블리시티권에 근거하여 침해금지청구권을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호에 한계가 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을 적용하여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대법원 역시 BTS의 초상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화보집을 제작, 판매하는 행위를 위 규정에 따른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규정만으로는 우리 법이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으로 보호한다고 말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던 2021. 11. 30. 특허청은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을 명문으로 법제화하는 내용의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서 ‘타목’을 신설,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 뒤, 위와 같은 행위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적 구제조치, 특허청의 행정조사, 시정권고 등의 행정적 구제조치가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해당 개정 법률안은 2021년 12월 7일에 공포되어 공포 후 6개월 이후에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퍼블리시티권은 종래부터 인정되어 온 권리이긴 하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그 보호 근거와 범위가 명확해졌다고 할 것이며, 특히 예외적으로만 인정되었던 금지청구권이 원칙적으로 인정되면서 피해자가 보다 강력한 구제수단을 가지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이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숙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1) 최승재, 퍼블리시티권 침해와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연구, 스포츠와 법 제11권 제3호(통권 제16호, 2008.8), 20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