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함께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더욱 분주해져왔다.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병원, 약국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 의료산업에 붕괴가 시작되었고 한시적 규제 허용과 더불어 ICT 기반 비대면, 소비자, 수요자 중심의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되었다.
스타트업 법률 현장에서도 규제로 인해 미개척분야로 여겨져 온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건강과 직결되어 있어 관련 규제가 복잡한 산업이라는 특성도 있다. 코로나 이후 국내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코로나 종식 이후 변화의 물결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지형을 살펴보고, 산업 내 구체적 서비스 별 규제 현황, 규제 샌드박스 진행중인 서비스를 살펴보겠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크게 원격의료 등 건강관리 서비스업, 인슈어테크를 포함한 의료 금융 복합서비스, 의료기기, 정밀의료 등 제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바이오 헬스 케어 산업 중 우선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 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 악화 방지를 목적으로, 위해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적 판단을 제외하고 제공자의 판단이 개입된 상담, 교육, 훈련, 실천 프로그램 작성 및 유관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건강정보 확인 및 점검, 비의료적 상담, 조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건강 관리서비스의 대표주자는 삼성 헬스나 애플이다. 이들은 웨어러블 기기에 헬스 모니터링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복합적인 헬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나, 현행 의료법 상 국내 서비스는 진행이 더딘 편이다.
눔(Noom)은 한국인이 세운 유니콘 헬스케어 기업이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비만관리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지만, 향후 스트레스, 수면관리, 당뇨병, 고혈압으로 확대할 방침을 가지고 있다. 다만 특히 중증, 만성 질환관리와 관련하여 건강관리서비스는 원격 의료서비스와의 경계에서 한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하, 웨어빙과 같이 만성 질환관리를 직접적 목표로 하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하는 암경험자로부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하며, 개인 건강기록 데이터 플랫폼인 라이프시맨틱스가 설계한 앱이라는 점에서 향후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웨어빙은 대장 질환 관리를 위한 대변 이미지 분석 및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다른 팀에 비해 갓 시작한 팀이기는 하지만, 만성 질환 관련 기술을 중심으로 향후 확장가능성이 주목된다.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우리가 제공하고 싶은 서비스가 혹시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현재는 의료행위로 분류되면 건강관리서비스보다 훨씬 많은 제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서비스가 이 둘 중 어느 곳에 속하는지를 명확히 한다면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즉,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서비스 확장성의 한계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료법 상 ‘의료행위’나 의료법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면허 자격을 갖추어야만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행위는 비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이 불가하다. 비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을 고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의료법 제27조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의료행위에 해당하면 개인정보 수집, 제공의 문제를 떠나 향후 서비스 출시자체가 현행 법령 내에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건강관리서비스로 출시하였으나 무면허 원격 의료행위에 해당되어 사용이 불허된 사례가 존재한다. ‘삼성 헬스’앱은 AI 진단 서비스 기능을 탑재했으나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사용 불가 판정을 받은 적 있다.
실제로, 멘토링에서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우리의 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나요?’ 다. 또한, 과거 복지부 서기관이 유권해석 질의로 가장 많이 다뤄지는 부분이 의료행위 범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라고 답변한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러한 혼란은 의료법에서 출발한다. 의료법은 의료행위를 명확히 규율하지 않고 있다. 법 제12조에서는 의료인이 하는 의료, 조산, 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을 의료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무엇이 의료기술인지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에서도 70년대에는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하여는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에 수반하여 변화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공중 위생상 위험 발생여부 등 감안하여 의료행위 내용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보다 구체화한 최근 판례에서는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 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고 본다.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도19422)
복지부에서는 이런 혼란에 기준을 제시하고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아직 추상적이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 관련 사업에 대한 혼란을 종식시켜주지는 못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기존 비즈니스인 ‘네이터 엑스퍼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복지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의료 상담부분과 관련하여 이용자가 건강상태를 입력하거나 유선으로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특정 질환의 의심 소견 등 진단과 유사한 상담 조언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네이버 엑스퍼트에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의료인이 어떤 질병에 해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등의 상담도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냐 의문이 제기될 만한 것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에서는 별도로 확정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잠정적인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료기관 내원을 통해 명확한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는 행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즉 네이버 엑스퍼트에서는 가벼운 증상을 설명하고, 확정적인 진단이 아니라 ‘잠정적 가능성’을 언급하는 정도에 해당하므로 원격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약 원격 진료가 아니라, 건강 전문가 상담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면, 네이버 엑스퍼트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의사,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등 전문가 상담 플랫폼에 대한 문의도 많은 편이다.
이때 의료인과 ‘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확정적 진단’이 아니라 ‘잠정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병원 내원을 권고’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을 통하여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이용 약관이나 커뮤니티 서비스 등에 이러한 이용 방침을 제대로 규정해둘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제부터는 현 논의에 이어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 의료의 경계를 조금 더 진지하게 파고 들어 건강관리서비스에 속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리뷰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