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또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조합이 해당 기업과 체결하는 투자계약에는 벤처 및 스타트업 투자계약 실무상 소위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이라고 불리는 조항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청산우선권 조항은 각 투자계약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회사가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우선권을 가진 종류주식을 발행한다는 취지를 정하면서, 해당 주주가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우선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조건으로 그 회사의 대주주가 그 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의 50% +1주 이상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경우를 규정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주들에 대한 잔여재산 분배는 주식회사의 청산절차에서 가능한 것이고, 주식회사의 청산절차는 주식회사의 해산결의에 따라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 바,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그대로 존속하고 영업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단지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한 사실만으로 잔여재산의 확정 및 분배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상법이 규정하는 주식회사의 해산 및 청산절차에 따르면 잔여재산 분배이후에는 기존의 주식도 소멸하는데, 회사의 법인격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주식도 해당 종류주주에게 여전히 귀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청산우선권 행사 이후 이를 행사한 주주가 여전히 그 종류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는지, 그렇지 아니하다면 해당 주식은 어디로 귀속되는지에 관하여도 법률관계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벤처 및 스타트업 투자 실무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법률적인 쟁점에 대한 검토와 해결 없이 수십 억, 수백 억 원 규모의 투자계약에서도 청산우선권을 RSCP(전환상환우선주) 형태의 투자계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위와 같은 형태의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의 의의 및 실무상 기능에 관하여 살펴보는 한편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청산우선권 조항이 가지고 있는 법적문제에 관하여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창업투자조합 또는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이 주도하는 국내 벤처 또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는 통상 투자자가 성장가능성이 높고 유망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회사는 투자자에게 전환권과 상환권이 부가된 우선주식을 발행하는 구조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벤처 또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현재 가치(Value)를 산정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금 대비 취득할 주식의 수 및 1주당 발행가액을 결정합니다. 스타트업기업 또는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는 통상 피투자 회사의 주식 가치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기대로 아직 자산과 매출 면에서 성과가 별로 없고, 가치 산정의 객관적인 기준이 되는 자료가 부족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소위 고위험 ㆍ고수익 투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투자자의 기업에 대한 투자 및 그에 따른 주식인수 이후 해당 기업의 창업자가 보유주식을 투자 받을 당시보다 낮은 가치로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투자자가 보유한 해당 기업의 주식의 가치가 투자원금보다 낮아져 투자자에게는 원금손실의 위험이 실현되게 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투자계약 체결 시 해당 회사의 대주주인 창업자가 투자계약 당시 투자자가 파악한 회사의 가치 이하의 금액으로 회사의 보유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청산우선권’ 조항 지분처분에 있어서 사전동의권 등 다양한 계약상 조건을 부가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실무상 창업투자조합의 벤처 및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시 계약은 통상 전환권과 상환권이 있는 우선주 발행형태의 계약(RSCP)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우선주 발행을 통하여 우선주 주주가 보통주 주주에 우선하여 가지는 대표적인 권리 중 하나가 바로 잔여재산분배청구시의 우선권이죠.
실무상 창업투자조합의 벤처 및 스타트업에 대하여 전환상환우선주 발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그 계약의 내용에는 잔여재산 분배청구에 있어서 우선권이 구체적인 조항으로 규정됩니다. 그런데 우리 상법이 예정하고 있는 회사의 주주에 대한 잔여재산분배의 절차가 <주주총회에서의 해산결의 – 청산절차- 잔여재산분배>로 이루어지는 것과는 달리, 상당수 벤처 및 스타트업에대한 투자계약에서는 ‘신주(주식연계증권을 포함)의 발행 또는 기존 구주의 양수도에 의하여 해당 주식의 인수인이 그 거래를 통해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50%의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취득·보유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를 청산사유로 파악하여 위와 같은 경우에도 회사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 우선 주식 주주에게 잔여재산 분배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그와 같은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회사가 해당 주주에게 해당 우선주식에 대하여 투자금액(최초 주식인수금액) 및 미지급 배당액을 합산한 금액을 보통주식에 우선하여 분배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를 실무상 ‘청산우선권’이라는 용어로 지칭합니다.
위와 같은 조항은 미국 실리콘벨리의 투자계약에서 유래한 것인바, 위와 같은 조항을 두는 취지와 관련하여, 벤처 및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종사자들은 투자계약 체결 시 해당 회사의 대주주인 창업자가 투자계약 당시 투자자가 파악한 회사의 가치 이하의 금액으로 회사의 보유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투자 당시의 가치 이상으로 제3자에게 회사 발행주식의 50% 이상을 매각하는 경우에도 위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여 투자자의 보유주식을 매각하여 얻는 차익에 기존 투자원금을 더한 금액을 투자자가 수익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다수 존재합니다. 일명 ‘참가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청산우선권’의 실무상 기능은 단지 창업자 대주주가 주식을 투자당시의 가치 이하로 매각함에 따라 발생하는 투자원금 손실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위 실무상 ‘Exit’이라고 불리는 창업자의 회사 발행주식 일체의 매각시 투자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법상 우선주주의 잔여재산 분배청구권을 위와 같은 주식양수도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상법체계에 비추어 볼 때, 그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Liquidation preference의 상법상 유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연재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