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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수도에 따른 청산우선권 행사 조항에 관한 검토

by 법무법인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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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 관련 문제를 제기한 이전 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5245384039f94fa/52




1. 주식회사 해산결의 없이 잔여재산분배가 가능한지 여부


이전 연재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산 유사 등의 사유에 관한’ ‘청산우선권’의 개념 표지는 ‘제3자가 회사 발행 주식의 50% 이상을 인수하는 경우’ 주주로 하여금 회사에 대하여 ‘잔여재산분배청구’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상법에 따를 때, 회사의 잔여재산 분배는 통상 회사의 해산결의에 따른 청산절차를 거친 이후 남은 회사의 잔여재산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순서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인의 해산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해당 회사의 발행 주식 중 50% 이상의 주식이 제3자에게 양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잔여재산분배를 청구하는 것이 상법상 가능한 것인지가 문제가 됩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잔여재산’이란, ‘상법상 주식회사 해산결의에 따라 법인이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청산목적의 범위에서 존속하는 상황에서 청산절차를 거친 이후 남은 법인의 재산’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므로, 주식회사가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해산결의를 통해 청산절차를 개시한 사실도 없는 상황에서 주식회사의 ‘잔여재산’을 구분하거나 특정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주식회사에 관하여 규정하는 상법의 대원칙인 ‘자본 충실의 원칙’상 주주가 회사의 해산이 이루어지지도 아니한 상황에서 주식을 인수한 이후 주식인수대금 상당액을 별도의 계약에 따라 임의로 지급받을 수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투자계약에서 청산우선권 조항을 두어 주식회사의 해산결의가 없이 회사가 주주에게 잔여재산을 분배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할지라도, 해당 규정은 주식회사에 관하여 규정하는 상법의 기본원칙인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하는 규정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해당 조항을 적용하고자 하더라도 회사가 영업을 지속하고 청산절차를 개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잔여재산’의 범위를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2. 청산우선권 규정 적용 시 해당 우선주식의 귀속문제


상법에 따른 주식회사의 해산결의 및 청산절차가 이루어지고, 잔여 재산 분배까지 마무리되는 경우, 주식회사의 법인격은 완전히 소멸하고, 이를 구성했던 주식 및 주식에 대한 권리도 소멸하므로, 상법상 법인해산에 따른 잔여재산분배에 있어서는 이를 분배받는 주주의 주식에 관한 귀속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습니다. 즉 해산에 따라 회사의 소멸과 함께 모든 주식도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청산우선권’ 행사에 따른 잔여재산 분배가 이루어질 경우에는 법인이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단지 발행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주주만 변경됩니다. 위와 같이 회사 자체가 멀쩡히 동일하게 살아서 영업하고 모든 주식이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청산우선권을 보유한 주주가 이를 행사할 경우, 그의 주식이 어디로, 어떻게 귀속되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특히 계약에 별도로 정한 내용이 없다면 해당 우선주식은 잔여재산 분배 이후에도 해당 주식의 기존 주주가 유효하게 보유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해당 주주는 잔여재산 분배의 명목으로 해당 주식의 처분가치를 수령하고서도 여전히 해당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는 매우 불공정한 결과가 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사주의 취득에 일정한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해당 주식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3. 결론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은 미국 실리콘벨리의 벤처투자계약 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그런데 실무현장에서는 그 규정의 적용에 있어서 대한민국 상법에 따른 유효성에 대한 별다른 고민과 검토가 없이 그 규정을 계약에 반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청산우선권(liquidation preference)’관련 조항은 우선주 발행에 따른 잔여재산분배청구권과 관련된 항목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 상법상 회사의 주주에 대한 잔여재산분배의무는 법인 해산결의에 따른 청산절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창업자 대주주의 주식양도에 따라 발행주식의 소유주체가 변동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주식회사 법인 자체에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 해산 및 청산절차를 전제로 한 잔여재산분배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법인격 및 주식의 소멸을 전제로 한 상법상 잔여재산분배와 달리, 회사 대주주의 변경은 해당 우선주식의 귀속 및 존속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점에서 소위 청산우선권 행사 이후 해당 우선주식의 귀속에 관하여는 전술한 불공정의 문제 및 법적 모호성으로 인한 추가적인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실무적으로는 벤처 및 스타트업 투자계약에서 대부분 창업자의 주식처분에 관한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및 이를 위반하고 주식을 처분할 경우 투자자가 창업자 주주에 대하여 투자금액 이상의 금액으로 자신의 보유주식을 매수할 것을 청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업자 대주주가 보유주식을 투자가치 이하의 금액으로 임의로 매각하는 것에 대한 통제방안 마련을 위해 위 규정과 별개로 청산우선권을 규정할 실익도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목적이라도 굳이 상법에도 부합하지 아니하는 청산우선권 조항을 부가하는 것은 분쟁의 예방이라는 계약 본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실무상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와 지적 덕분인지 2019년, 2020년과는 달리 2021년 투자계약서 중에는 우리가 다룬 내용과 같은 청산우선권 조항이 거의 사라진 상황입니다. 다만 기존의 투자계약서에는 여전히 해당 조항이 남아있고, 아직도 극히 일부 투자사들은 해당 조항의 문제점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분쟁예방을 위하여 투자계약 실무에 임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이를 이해할 필요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MISSION 김성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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