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아파트 단지 내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용역을 수행하면서 조각가 B의 창작물의 일부만을 수정하고, 새로운 제목을 붙여 마치 자신이 창작한 조형물인 것처럼 설치, 전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A가 베낀 B의 창작물은 완성된 조형물이 아니라 조형물의 도면이었습니다. 이처럼 조형물이 아니라 그 도면만을 베껴 조형물을 만들더라도 저작권법 위반행위에 해당할까요?
재판에서는 B의 창작물인 이 사건 도면이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도면을 바탕으로 조형물을 만든 행위가 저작권법상 ‘복제’ 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먼저 원심은 이 사건 도면이 조각가인 B가 조형물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자신의 사상이나 일정한 주제의식을 담은 창작물임을 인정하였으며, 누구나 해당 도면이 있으면 그 도면이 형상화하는 조형물을 제작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도면은 응용미술저작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위 저작물을 A가 ‘복제’ 하였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건축물의 경우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물을 시공하는 것은 저작권법상 ‘복제’ 에 해당하므로 A가 이 사건 도면에 따라 조형물을 제작한 것도 저작물의 ‘복제’ 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16. 9. 22. 선고 2015노3038 판결 참조).
대법원 역시 도안이나 도면의 형태로 되어있는 저작물을 입체적인 조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도 저작권법상 복제에 포함되며, 저작권법 제2조 제22호 후문이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저작물인 건축물을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하더라도 복제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확인적 성격의 규정이므로 위 조항으로 인해 조형물의 제작이 저작권법이 정의하는 ‘복제’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6도15974 판결 참조).
도면은 그 자체로 물품에 형상화할 수 있으므로 조형물과 구분하여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응용미술저작물이며, 그 특성상 조형물로 제작될 것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도면을 통해 조형물을 제작한 것을 저작권법 위반 행위로 본 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