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E는 Play to Earn의 줄임말로 게임 플레이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게임으로 얻은 아이템이나 보상 등을 현실의 돈으로 현금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최근 P2E 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한국의 모바일 P2E 게임들에 대하여 ‘등급분류거부’ 결정하거나 이미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결정취소’ 결정을 함으로써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P2E 게임의 위법성에 대해 살펴보려 하는데요,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P2E 게임이 환금성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P2E 게임의 사행성을 추단하고 일괄적으로 등급분류 거부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태도는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P2E 게임의 사행성 및 위법성은 그 게임에 내재된 우연성의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르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일단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등급분류가 무엇인지 아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에 대해 전반적인 규율사항을 담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근거한 법인으로, 게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사행심 유발 또는 조장을 방지하며 청소년을 보호하고 불법 게임물의 유통을 장지하기 위한 조직입니다.1) 참고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위원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한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법령이 자격을 갖춘 사람에 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위촉합니다.2)
게임물을 유통,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부터 그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게임을 유통시키는 등의 행위를 한 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등3) 등급분류를 받지 못하는 경우 사실상 정상적인 게임 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사나 게임을 유통하는 앱 마켓 등은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형법 등 다른 법률의 규정 또는 이 법에 의하여 규제 또는 처벌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기기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정당한 권원을 갖추지 아니하였거나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 또는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등급분류거부).4) 또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이 위와 같은 등급분류 거부 대상인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지체 없이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하여야 합니다(등급분류결정취소).5)
결론적으로 등급분류거부 또는 등급분류결정취소를 받은 게임물은 사실상 유통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지요.
P2E 게임은 처음에 설명 드렸듯, 게임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왜 게임을 해서 돈을 버는 게 문제가 되어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거부(또는 등급분류결정취소) 결정을 받았을까요.
바로 ‘사행성’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이 형법 기타 법 규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등급분류를 결정하는데, 게임산업법에 의하면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여서는 안됩니다.6) 이에서 더 나아가 게임산업법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합니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위법한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해당 영업점의 영업폐쇄, 과징금부과, 형사처벌 등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7) 그리고 위 대통령령은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를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게임머니’에 포함시키고 있는 바,8) 이는 사행성이 있는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머니를 의미합니다.
결국, 사행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게임은 등급분류가 거부됩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이 사행성이 있으며, 사행성이 있는 방법으로 게임머니를 환전해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일단 국어사전상 ‘사행성’은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성질 또는 그러한 특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게임산업법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분류를 신청한 게임물에 대하여 사행성게임물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한편,9) 사행성게임물에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경마, 카지노 등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10)
한편, 사행행위등규제및처벌특례법(사행행위규제법)은 “사행행위”를 여러 사람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이하 "재물등"이라 한다)을 모아 우연적(偶然的) 방법으로 득실(得失)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11) 사행행위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에게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12)
끝으로, 형법은 도박을 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고,13) 도박은 돈이나 재물 따위를 걸고 주사위, 골패, 마작, 화투, 트럼프 따위를 써서 서로 내기를 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정리하자면 ‘사행성’을 이루는 핵심 구성요건은 ‘우연성’과 ‘재산상 이익(환금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단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일응 P2E 게임이면 전부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자체 규정에서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 등을 직·간접 유통과정을 통해 현금 또는 다른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으로 제공하는지 여부’를 사행성 확인의 고려사항으로 포함시키고 있는데, (물론 위 요소가 유일한 요소는 아니고 다른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을 통해 아이템 등을 현실의 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점을 전면으로 내세워서 P2E 게임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P2E 게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행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일단 우연성이라는 요건에 관하여는, 이용자가 현금화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적 요소가 얼마나 개입되는지가 개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적어도 우연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개입되어 있으면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행성에 관하여 문제가 되곤 하는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그 취득이 우연에 달려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취득확률을 0에 가깝게 해두고 취득 확률을 공개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우연성에 의하는 면이 있으므로 사행성이 문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90% 취득확률을 설정하고 이용자의 일정정도의 노력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고 한다면, 과연 이를 우연성의 요소만으로 사행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애초에 우연적 요소는 우리 인생 어디에나 내재되어 있으므로, 우연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사행성이 인정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리니지의 ‘아덴’이라는 아이템이 게임산업법령상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14) 즉,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 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된 게임머니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재산상 이익(환금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P2E 게임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에도, 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 등을 이용하여 현실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이미 합법적으로 가능했습니다. 즉, 게임 자체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이지, 게임 아이템(또는 게임 아이디 자체)을 주고 받는 독립된 시장은 이미 존재해왔고, 이용자들은 국가의 제재 없이 합법적으로 거래를 해왔고, 다만 게임사의 이용약관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P2E 게임이 게임 자체에서 게임 플레이를 통해 현실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했다는 이유로, 그 게임이 사행성 있는 게임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우연성이 극악하게 치닫지 않는 이상 게임 방식은 일정 정도 우연성이 개입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사행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석하는 이상 게임 자체에서 재산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갑자기 사행성이 있다고 해석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치밀한 법적인 논증 없이 ‘게임을 통해 돈을 버는 행위’ 자체를 ‘위험한’ 행위로 간주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십 수 년 전 바다이야기에 의해 대한민국이 입은 상처를 떠올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안에서 하나의 사회를 형성합니다. 그 게임을 하지 않는 외부자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특정 게임 사회에서 가치가 있는 물건이 유료로 거래되고, 이용자들이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현실사회에서도 사람들이 그 물건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음(수요)이 있으면 그 물건이 가치를 가지게 되고, 그 물건을 거래하게 되는 것이지, 그 물건 자체만으로 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표적인 예로 ‘금’은 반지 만드는 거 외에 먹고 사는 데에는 쓸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에 가치를 가지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지요.
특히 NFT 기술이 응용되는 경우, 특정 게임 내에서 가치를 가지는 아이템 등은 다른 게임이나 플랫폼에서도 유통될 수 있게 됩니다. 즉, 게임 내의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점점 더 큰 사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므로, 그 ‘큰 사회’에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현실 사회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늘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P2E 게임에 대해 일괄적으로 등급분류거부 또는 등급분류취소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에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P2E 게임이라고 하여 곧바로 사행성이 인정되어 위법하다고 보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경우 위 처분이 국민의 재산권, 평등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법률유보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처분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P2E 게임에 대해서는 각 게임별로 우연적 요소가 얼마나 개입되는지를 고려하여서 사행성이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결문에서 무서운 표현 중 하나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입니다. 언뜻 듣기에 객관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이는 판단자의 논증과 주관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종합적으로’ 게임의 사행성을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그 결정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가 형성된 곳에 경제가 형성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기존의 질서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러한 현상을 규제를 통해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 게임산업법 제16조, 제16조의 2.
2) 게임산업법 제16조 제3항,제4항
3)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
4) 게임산업법 제22조 제2항
5) 게임산업법 제22조 제4항
6)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
7)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 제35조 제1항 제5호, 제36조 제1항 제3호, 제44조 제1항
8) 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8조의3 제1호
9) 게임산업법 제21조 제4항
10)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의2
11) 사행행위규제법 제2조 제1호
12) 사행행위규제법 제4조
13) 형법 제246조
14)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723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