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5년간 회사 생활을 한 뒤, 지방 사립대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변호사시험 1기로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을 마치고 국선전담변호사로 6년간 근무한 후 개업한 변호사입니다. 그리고 드라마 작가 수업을 이제 막 시작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기도 합니다.
지금 저는 변호사협회에서 받은 대한변협 로고가 새겨진 가방을 들고, 변호사 배지를 달고 법정에 드나들면서 개업 변호사로서의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인생은 온통 시큼한 레몬 냄새로 가득한 레몬밭이었습니다. 수확의 기쁨보다는 매일 쓴맛과 싸워야 하는 황무지였죠.
가장 치열했던 지난 30여 년의 여정 동안, 저는 일곱 개의 굵고 쓰라린 레몬을 만났습니다.
첫 번째 레몬: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16살 중3, 꿈의 시작점에서 받은 "너는 안 돼"라는 낙인.
두 번째 레몬: 꿈꾸던 외국어고등학교 입학식장에서 혼자 얼음이 된 기억.
세 번째 레몬: 대학 졸업 후 IMF 취업 한파 속에서 1년여간 백수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느꼈던 불안과 무력감.
네 번째 레몬: 금융공기업의 정규직 신입으로 입사하였으나 단순 업무를 반복하며 복사기처럼 살아야 했던 좌절감.
다섯 번째 레몬: 로스쿨 입학 후 마주친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공기업 정규직을 그만두고 왔느냐"**는 의문과 로스쿨 1기 변호사 자격에 대한 회의론.
여섯 번째 레몬: 전문성의 정점에서 맞닥뜨린 지방사립대 '출신'에 대한 편견.
일곱 번째 레몬: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국 막혀버린 로펌 취업.
하지만 그 레몬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가슴에 못이 박히는 것 같은 그 예리하고 쓰라린 충격이 없었다면 저는 국선전담변호사로 6년을 보내며 진정한 인간 드라마를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제 인생에 쓴맛을 던져준 이 모든 레몬을 모아, **"인생이 네게 레몬(고난)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달콤한 것)를 만들어라(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라는 오래된 미국 격언처럼 **'서은실표 법정 드라마'**라는 레모네이드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레몬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레몬밭에서는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아이들의 엄마가 아닌 할머니냐는 야속한 말을 듣는 현실, 그리고 삶이 안정되었다고 안도할 즈음 찾아온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과 노후 문제 등, 또 다른 종류의 레몬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이 레몬들은 옛날에 맛봤던 레몬만큼 시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그 레몬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것들이 곧 새로운 나를 만들고 나의 인생의 소중한 조각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레몬 시리즈'**는 좌절과 편견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으려고 애써온 한 변호사이자 작가 지망생의 솔직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이야기가, 지금 당신의 삶에서 쓴 레몬을 쥐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도 레모네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