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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렌스 Jul 02. 2018

내가 누구라고 감히

사도행전 11 : 1-18

그러니 하나님께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주신 바로 그 선물을 그들에게도 주셨는데 내가 누구라고 감히 하나님을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이방 사람들에게도 생명 얻는 회개를 허락하신 것이로군요”라고 말했습니다.


"저의 상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모두 꾸민 일이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우리는 무언가 이 말에 대단히 큰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의리 있는 모습. 당당한 모습. 희생하는 듯한 모습 때문일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실제로 부패한 대통령 대신, 악덕 재벌 총수 대신, 조폭 두목 대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녀온 그들에게 조차 일부 나이 지긋한 어르신 들은 묘한 감동과 동정심을 보내기도 한다. 

반면, "저는 단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는 말에 대중은 분노한다. 

설령이 그것이 명백한 사실일 지라도 왠지 줏대 없는 모습, 배신자의 모습, 졸장부의 모습으로 여겨진다.


베드로는 이제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기적이 일어나고 회심이 일어난다. 

그리스도인이던 비그리스도인이던지 간에 베드로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베드로가 이방인들에게 세례를 주고 그들과 상종한 사건이 벌어졌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베드로에게 초대교회의 유대인 신자들은 일제히 베드로를 아래와 같이 비난한다.

유대에 있는 사도들과 형제들이 이방 사람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올라갔을 때 할례 받은 신자들이 그를 비난하며
“당신이 어떻게 할례 받지 않은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소?”라고 물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라는 말씀이 눈에 띈다. 

예수님의 제자인 당신이 어떻게,

유대인인 당신이 어떻게, 

초대교회의 큰 어른인 당신이 어떻게,

다 알만한 사람인 당신이 어떻게 그런 판단을 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다. 


이에 대한 베드로의 대응이 눈여겨 볼만 하다. 

"하나님께서" "성령께서"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불결하다고 하지 마라 하셨습니다’ 

'성령께서 그들과 함께 가기를 주저하지 말라고 내게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이 처음 우리에게 내려오신 것처럼 그들에게도 내려오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주신 바로 그 선물을 그들에게도 주셨는데 내가 누구라고 감히 하나님을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베드로는 철저히 하나님 앞에서 죽은 자였다. 

하나님이 가라면 가고, 성령이 오라면 오는 자였다. 그렇기에 그의 행적을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서의 답변은 너무나 즉각적이고 심플했다. "하나님이 시켜서 했는데 내가 뭐라고 그걸 반대합니까"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성령의 뜻대로 살아가는 십자가의 사람들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자기변호를 안 한다는 점이다. 생각하고 판단할 자기 자신이 이미 없기에 스스로 결정해서 한 일도 없고, 변호할 대상인 자기 자신이 이미 없다. 

"주인님이 시키셔서 했는데유"

이것의 바른 겸손한 종의 삶의 모습이다.


"그래? 그럼 넌 생각이 없냐?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게? 인생이 너무 수동적인 거 아냐?"라는 비아냥이 있을 수 있겠다.


그에 대한 답변은 갈라디아서를 쓴 바울 사도에게도 들을 수 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라디아서 2장 20절)

기독교는 수동성 수준이 아니라 아예 '나'가 죽음으로서 새로운 피조물로 부활을 하는 십자가의 종교이다. 


나의 삶의 주인 되신 하나님. 오늘 베드로의 답변을 통해 참된 종의 모습을 깨닫게 하여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인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기고 오직 순종하는 종의 자세처럼, 우리에게도 하나님과 성령님이 이끄시는 대로 순종할 수 있는 자기 포기의 십자가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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