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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법은 조변 Mar 05. 2024

존경받고 믿음을 주는 상사가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

그대로 듣고, 그대로 이해하고, 그대로 답한다. 피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나만 몰랐던 민법', '조변명곡', '조변살림&조변육아'를 쓰고 있는 조변입니다.


이번 글의 제목은 "존경받고 믿음을 주는 상사가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입니다.

제목을 반대로 뒤집으면, "존경받지 못하고, 믿음도 주지 못하는 상사가 되기 쉬운 원인"이 될 것입니다.


저의 직장 생활이 10여 년이니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동안의 직접, 간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그 간단한 방법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모범답안) 1.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듣고 그대로 이해하고 그대로 답합니다.   

(뒤집으면?) 1. 일부러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척합니다.


의사소통의 기본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귀가 닳도록 배우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매우 반복적으로 배우는 것이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는 것"입니다. 말이 통하는 상사, 선배가 되는 것이 존경받고 믿음을 주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의외로 회사와 조직에는 "벽"인 사람이 있습니다. 대부분 "일부러", "의도적으로" 못 알아듣는 것입니다. 정말로 못 알아듣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자신의 양심을 숨기고,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합니다.


그 상사, 선배의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맥락을 잘못짚는 확률이 올라갑니다. 제대로 알아듣지만, 제대로 알아듣는 모습을 보여주면, 제대로 대답도 해야 하고, 제대로 수습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매우 불리하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싫기 때문에, 말이 안 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아래로부터의 존경과 신뢰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위로부터의 신뢰와 선택이 필요한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범답안) 2. 상대방의 말을 신뢰합니다. 팩트는 절대 부정하지 않습니다.    

(뒤집으면?) 2. '내가 아는 것은 다르다', '당신이 잘못 알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국어사전에 있는 개념으로 말을 하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과 단어에 태클을 자주 겁니다. 축구선수를 했으면 김민재보다 더 뛰어난 수비수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대화는 같은 언어로 하는 것입니다. 대화는 같은 개념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상사, 선배는 자신만의 언어, 자신만의 개념 체계로 대화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은 다르다.", "내가 옳고 너는 잘못 알고 있다.", "당신이 잘못 알고 있으니 더 할 말이 없다."라고 대화를 끊어버립니다.


그들은 "관행"이란 말을 참 좋아합니다. "선례"라는 말도 참 좋아합니다. 그 "관행"과 "선례"에 비추어 보면 항상 상대방이 하는 말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법적 근거가 있어도, 잘못된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신뢰하고, 팩트를 인정하면, 그에 따른 "판단"이 그 상사, 선배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판단에 대한 결과와 책임을 지는 것은 매우 귀찮고 해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판단"의 영역까지 오기 전에 미리 논리 전개의 싹을 자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해다.", "네가 오해하는 것이다.", "너는 오해하지 마라."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모범답안) 3.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합니다. 그 배경도 함께 추측합니다.    

(뒤집으면?) 3.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니깐!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아무튼 그 상사, 선배는 시야가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했던 말만 되풀이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상대방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추측되지만 추측하지 않습니다. 예상되지만 예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행동해야지 그 상사, 선배는 "판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 상사, 선배도 모를 리가 없습니다. 눈치가 99단이고, 센스가 100단인데, 모를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판단"하지 않아, "불똥"도 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했던 말만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정말 친절한 캐릭터라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X 반복" + "도움이 될 것이 없네."라는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나한테 더 이상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마라."는 말을 듣기 좋게 포장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상사, 선배는 "판단"하고 "관리"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 "관리"를 하지 않기 위해서 했던 말만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모범답안) 4. 자신에게 윤리적인 기준을, 남에게는 법적인 기준을 적용합니다.     

(뒤집으면?) 4. 자신에게 법적인 기준을, 남에게는 윤리적인 기준을 적용합니다.    

 

법적인 기준보다 윤리적인 기준이 훨씬 높습니다.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더라도,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행동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갑질"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존경받고 믿음을 주는 상사, 선배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합니다. 그리고 남에게는 그보다 훨씬 관대합니다. 그 반대의 상사, 선배는 자신에게 관대합니다. 그리고 남에게는 훨씬 더 엄격합니다.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한 마디 하면서, 그 한 마디 뒤에 숨는 상사, 선배는 비겁합니다. 그렇다고 윤리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괜찮습니다. 윤리적인 비난 따위는 모른 척, 근엄한 척하면 다 지나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은 도리가 아니지", "경우 있게 행동해야지", "매너가 참 없네"라는 말을 참 자주 합니다. 타인에게 윤리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상징과 같습니다. 


법을 아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짙습니다. 윤리의 영역과 법의 영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라고 배운 것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나의 방어논리로 "법"을 언급하고, 남에 대한 공격논리로 "윤리, 매너"를 언급하는 것은 아주 스마트(smart)하고, 아주 셀피쉬(selfish)하며, 아주 언페어(unfair)한 것입니다.  


존경받고 믿음을 주는 상사, 선배가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대화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며, 자신의 권한을 적정하게 사용하고, 법과 규정 뒤에 숨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최근 제가 쓴 브런치북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ivil-law


좋은 노래 모음글 [조변명곡]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lawschool/79


조변살림 + 조변육아에 관한 글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jb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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